어제는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새벽 한시반이 되어서야 집에 왔다. 그렇다고 출근을 안 할 수도 없는 것이고 무엇보다 아침 15분 아이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버릴 수도 없기 때문에 간신히 일어나서 아이들을 깨워본다.
체조를 하고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는데 아내가 아보카도라며 같이 넣어 먹으라고 준다.
맛있어 보여 섞어서 먹으려는데 둘째 표정이 영 심상치 않다. 급기야 토할 것 같다면서 헛 구역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기껏 섞어놓은 아보카도를 다 꺼내어 나에게 주어서 내가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아보카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보카도로 사행시를 지어보는 것으로 오늘 아침 하브루타를 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먼저 해보라고 하니 다들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먼저 시작하였다.
나:
아름다운
보자기에
카메라를
도둑맞았네
그러자 아이들이 그게 뭐냐며 하기 시작한다.
둘째:
아름다운
보자기에
카메라를
도둑이 훔쳤다
그러자 가만히 생각하던 첫째가
아-앜
보를
도둑이
카드로 결제했다.
라고 한다. 보는 브롤 스타즈 캐릭터라며 일종의 현질을 했다는 설명을 듣고 대충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아저씨가
보라색
카드를
도둑맞았다.
했고
둘째가
아저씨가
보자리를
카드로
도술로 부숴버렸다
고 하자 첫째가
아이가
보는 건
카드
도둑
이라고 간결한 사행시를 지어낸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아이가
보는 건
카드
도 아니다
로 살짝 바꾸어보았고 그러자 둘째가
아저씨가
보낸 것은
카드
도자기에 들어있어서 빼내기가 어렵다
는 문장을 만들어 낸다.
그 뒤 좀 고민하던 첫째가
아- 저건
보헤미안 랩소디
카드를
도둑맞았다
라는 문장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둘째가
아
보통이 아니네
카드를
도둑놈이 훔쳤다
를 마지막으로 사행시를 끝내고 출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뛰어나왔다.
아이들이 밥 먹는 것도 까먹고 즐겁게 참여하는 것을 보았고 그래서 어제 생각했던 속담을 하브루타 해보고 현대적인 언어로 다시 지어보는 것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하여도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