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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가는 날

11일째

by 투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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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간다라는 말은 명절 때 부모님과 함께 할머니 뵈러 차 타고 힘들게 내려가는 것을 말했었는데 나이를 먹으며 시제에 참석할 때도 쓰게 되었다.

처음 대학교 입학해서 부산 같이 큰 도시에서 올라온 친구가 방학을 맞아 내려간다고 할 때도 그래서 시골 잘 다녀와라고 했다가 강력한 반발을 맞기도 했던 말이다.


이 코로나 시기에 최소한의 인원만 시제에 참석하기로 하였고 그래서 각 집안 대표들만 참석하기로 한 시제 행사가 오늘 열린다. 그러다 보니 종손형은 가지 않고 집안 문중 회장을 맡고 계시는 아버지를 수행하러 가는 내가 종손 형을 대신하게 되었다.


참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다.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는 집안 회장이라는 자리를 열심히 하시는 아버지는 태어나 자란 시골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신다. 같은 마을 살던 다른 성씨 집안 출신 우리 어머니는 그래서 시골 가는 것이 어머니의 고향마을 가는 것과 동의어이고 그래서인지 항상 같이 가신다.


이제 조금 있으면 출발할 시간이다. 고향이라는 개념조차 잡히지 않은 채 이 나이가 된 나는 이 시제라는 행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관찰자적 입장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다지 많은 희망을 갖지는 않은 채로.


어쨌든 5시 이전 일어나기는 쭉 이어진다. 안전 운전하자.


오늘 감사한 일

어제 회사 워크숍이 늦게까지 가평 산속에서 있었고 오늘 행사 때문에 아내가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나를 데리러 그곳까지 와주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이렇듯 항상 보살펴주는 당신 고맙고 사랑합니다. 덕분에 내가 사람이 되어 인생을 살아갑니다.


엄마 오는 길이라고 같이 와준 우리 초등 6학년 아들도 무척 고맙다. 오기 싫었을 텐데도 짜증 한 마디 없이 같이 와주었구나.

그리고 우리 귀염둥이 초등 3학년 막내도 힘든데 같이 와주었구나. 얼마나 고마운지는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없어 안 적으련다. 우리 아들들 덕에 아빠는 주변을 살피며 살아갈 수 있구나 고맙다.


그럼 오늘도 힘내서 살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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