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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15일째

by 투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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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대학 이후로 생일이 되었다고 설레거나 하지 않았다. 게다가 음력 생일을 쇠다 보니 내 생일 날자를 나도 잘 모르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래도 주변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생일을 챙겨주곤 했었다. 그러면 이걸 왜 챙겨주나 싶은데도 또 고맙기도 하였다.


대학 1학년 때 입학 동기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학교 앞 술집에서 초코파이 하나 가득 쌓아 놓고 나를 축하해준 적이 있다. 물론 그 초코파이에 얼굴을 박아버리는 장난을 친 놈들도 그 녀석 들이지만. 그때 생일 챙겨준 친구들이 아직도 생일이면 축하한다고 인사해주고 또 만나자고 해준다. 참 고마운 녀석들이다.


학부 때부터 같은 꿈을 꾸며 같은 길을 가던 후배가 있다. 이 친구는 생일만 되면 선물을 사 주곤 하였는데 대학원 때 그 돈 없던 시절에도 운동화를 사 주기도 하였다. 요즘은 카톡에서 선물 보내기 기능이 있다 보니 그걸로 보내주곤 하는데 이번에도 선물을 보내주었다. 대학원 석사까지 같은 길을 가다 결국 여러 가지 일로 그 길을 떠나 의사가 되어 참 많이 마음이 아팠었는데 이제는 병원이 자리도 잡고 한 듯하여 고맙다. 앞 날에도 좋은 일 만 있기를.


내 아내를 처음 만나기 시작한 것이 시기적으로 이 근방이었다. 그때 막 여자 친구가 된 그녀는 대학원 석사생이었던 나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며 백팩 가방과 직접 짠 목도리를 선물로 주었다. 여전히 우리 옷장 안에 놓여 있는 그 목도리는 그 존재만으로 따스함을 준다. 그때 어머니께서도 손수 짜신 목도리를 주시어 나는 어떻게 할 바를 몰라 항상 가방에 두 개의 목도리를 가지고 다녔는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그럴 필요 없으니 여자 친구가 짜준 것 하고 다니렴 했던 일도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아직도 그때 같이 받은 목도리를 겨울만 되면 하고 다니신다. 참고로 아버지와 나는 생일이 매우 가까워 항상 같이 기념하였었다.


생각해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싶다.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위인 같은 삶을 산 사람이나 챙겨야 하지 않나 싶은 생일이지만 그래도 정성스래 아내가 만들어 준 미역국과 또 작지만 필요한 것 챙겨준 우리 아들 두 녀석이 있어 행복하기도 하다.


모두에게 즐겁고 의미 가득한 일만 있는 오늘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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