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응가씨

by 이달

그 시절은 혹독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아이를 챙겨 먹이고 입히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8시까지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해서 매일 같은 교통대란을 뚫고 어린이집에서 첫째와 둘째와 셋째를 거두어 집에 와서 다시 먹이고 씻기고 재우면 11시. 그때부터 나는 2시간 간격으로 깨어서 젖을 달라고 하는 야행성 셋째에게 젖을 먹여가며 쪽잠을 자고 혹은 밤샘 원고 쓰기를 하기도 했다.

이 혹독함을 알기에, 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을 보면 그냥 막 안아주고 싶고 위로해 주고 싶고 토닥여주고 싶다. 그래서 엄마들에게 나는 매운 말을 잘 하지 못하는데, 내 수업을 들은 엄마들 대부분이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마음에 위로가 된다. 사실 나는 어떤 엄마가 잘못하고 있는 점보다 잘하고 있는 점을 칭찬해주려고 애쓴다. 왜냐하면 그런 혹독한 비난이나 지적은 이미 주변에서 충분히 들은 얼굴을 하고 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생략하는 것이다. 과감하게 그 부분들을 생략하고 나면 잘하고 있는 점들이 보인다. 나는 가능하면 잘하고 있는 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연다. 내가 립서비스가 강한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경험 상, 누군가의 지적이 나를 힘나게 해주거나 강하게 해주거나 어려운 문제 상황을 이겨낼 힘을 준 적이 없다. 말이 늦은 두 아들을 걱정하며 '언어 발달 장애'가 있는 것 같으니 당장 뇌검사를 해보라던가 발음이 부정확한 둘째를 두고 혀 밑을 잘라주는 수술을 받으라는 조언을 들었을 때마다 나는 더 많은 책을 찾아가며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상처가 안 되었던 것은 아니다. 엄마가 상처받고 우울해지는 것은 절대적으로 위험하다. 때문에 나는 엄마들을 만났을 때, 날카로운 칼을 휘둘러 그들의 심각한 문제 상황을 꼬집는 일은 조금 미뤄둔다. 그 이야기는 내가 꺼내지 않아도 그녀들이 조금 시간이 지나면 물어온다. 그러면 함께 생각해 보면 된다. 그러면 대부분 해결책을 그녀들 스스로가 찾아낸다. 때문에 그 이야기를 먼저 꺼내 아프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그렇게 해서 포근하게 엄마들을 안아주는-실상 부끄러움을 엄청 많이 타는 성격임에도- 사람이 됐는데. 그런 성격으로 나는 아이들을 만날 때도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안거나 한다. 안아주는 것은 그 행위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열고 알아가는데 큰 효과가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 이야기할 육아법 중에 하나는, 밥을 먹을 때 해보면 좋은 놀이다. 밥을 차리면 나는 숟가락 비행기 혹은 자동차 혹은 우주선 혹은 기차로 밥숟가락을 변신하여 놀아준다. 이건 이유기에 놀기에 적합하다. 조금 아이가 커서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을 수 있게 되면 일본 그림책 중에 음식으로 사람 표정을 만드는 게 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하니, 식사 때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접시에 약간의 밥을 납작하게 눌러서 깔고 그 위에 콩자반, 멸치, 김치 등등을 이용해 얼굴을 만든다. 우리는 그 밥에 이름을 붙여준다. 나는 대략 응가씨라고 부르지만 아이들은 그때그때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얘를 들어, 콩알씨도 되었다가 하나씨도 되었다가 노랑씨도 되었다가 한다. 그렇게 완성된 콩알씨와 하나씨와 노랑씨는 그날 아이들이 응가를 눌 때 호출한다. 가능하면 아이가 붙여주었던 이름을 기억하면 좋다.

"노랑씨, 노랑씨! 이제 여행갈 때가 되었어! 얼른 나와!"

아이들은 변기에 앉아 자신이 즐겁게 먹었던 노랑씨를 호출한다. 그러면 노랑씨가 노오란 바나나처럼 쏙 빠져 변기에 담긴다. 그러면 아이는 노랑씨에게 인사를 건네고 대략, "멋진 여행!" 혹은 "잘가, 노랑씨" 정도가 되겠다. 그렇게 변기에 노랑씨는 쏴아아아 하는 물소리와 함께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다.

이 놀이는 아이가 변기에 앉아 똥을 누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하면 좋다. 그러니까 자신이 하루에 한 명씩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그 캐릭터를 멀리 여행보내는 것인데, 이 놀이를 통해 먹는 일과 싸는 일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인식이 된다. 아이들은 보통 노랑씨를 재미있게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짓고 노랑씨를 보내고 또 이야기를 짓는다. 이야기는 길지 않아도 좋다. 이렇게 되기까지 물론 엄마가 꽤 수다스러워야 하며, 이야기를 재미나게 지어야 하는데. 참고로 나는 어린이책을 꽤 만들었고 쓰기도 했지만 이야기 짓는데는 소질이 없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수다로 그림책 수업에서 이야기 제일로 못 짓는 사람이 나다. 수다로 그림책 수업에 나오는 엄마들을 보면 정말이지 놀랍다. 다들 이야기꾼들이다. 애들 키우다 보면 저절로 다 이야기꾼이 되는 것인지. 그 분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훔치고 싶은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아서 깜짝깜짝 놀란다.

자, 이렇게 해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편식도 않고 하루에 한번 똥도 잘 누는 아이가 되었다고 믿고 있다. 물론 편식을 하지 않는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간식을 많이 주지 않는다. 집에 간식거리를 사들고 온 적이 거의 없다. 간식이라고 해 봐야 고구마나 떡, 과일 정도가 다이다. 즉 여행을 갈 때가 아니면 과자를 집에 불러들이지 않는다는 말. 가끔 나의 몸을 보고 엄마들은 의심한다. 내가 집에 엄청나게 과자를 쌓아두는 것으로. 술을 좀 마시는 편이지만 군거짓거리와는 거리가 많다는 사실! 아, 내 살의 비밀은 다음에 고백하도록 하겠다. 살이 빠지려면 운동을 하고 요리를 하지 말아야 할 텐데. 난 요리가 너무 좋다! 누군가를 배부르게 먹이는 일은, 그걸 직업으로 삼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럼, 한번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