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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 Apr 23. 2022

우리의 이야기가 컨텐츠다

: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난 컨텐츠가 없어요. 

난 할 말이 없는데. 

가만히 보기만 할 거예요. 

듣기만 해도 되어요. 


마들렌컴퍼니에서 마들렌플러스로 수다별(소규모로 이야기를 하는 모임)을 운영하면서 마스터가 되신 분이나 참여하신 분들이 가장 먼저하는 말씀들이에요. 마스터가 될 만큼 컨텐츠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마스터와의 수다별에 참여한 선생님들도 흔히 이렇게 말씀을 하면서 수다별은 열립니다. 물론 아주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수다별을 열고 이끌어내는 마스터님도 있으시고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수다별에 참여를 요청하시는 참가자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머뭇거림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마들렌플러스의 수다별을 2개월째 운영하며 모니터링을 한 저는 날마다 목격합니다. 좀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혹은 '컨텐츠가 없는' '가만히 보기만 하겠다고 하신' 혹은 '듣기만 해도 되냐고' 물어오셨던 분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수다별에 참여를 하고 계신지요. 


최소한 '컨텐츠가 없다'거나 '할 이야기가 없다'고 의사를 밝혀오신 분들. 그리고 수다별에서 얼굴을 보여주신 분들이 소개로 입을 떼는 순간부터. 모든 상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어요. 물론 수다별의 마스터가 어떤 전개를 제시하냐에 따라 수다별의 분위가는 아주 다르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 몇몇 수다별들은, 이제 예정된 90분을 넘어서 롱타임 수다를 완성하고 계십니다. 1시간을 연장하고 2시간을 연장하고. ^^ 수다별을 열어드린 마들렌플러스의 입장은 정해진 시간을 지키시길 권해드리지만. 이야기를 시작한 별님들의 수다를 막을 길이 없습니다. 


아, 그런데 왜 우리는 먼저 '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시작하는 걸까요? 아마도 그건 뭐든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은, 우리는 넘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지만 그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재미있을까? 흥미로울까? 다른 사람도 듣고 싶어할까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을 때까지 눈치를 살피는 것이죠. 물론 <지혜로운 멧돼지를 위한 지침서>처럼 분위기를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말입니다. 굳이 먼저 '나는 살 곳을 찾아 나서지 않았어요'라고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지혜로운 멧돼지를 위한 지침서>의 어미 멧돼지처럼 일단은 떠나야 하고 이곳저곳을 탐색하고 트럭에 올라타야 하고 그리고 또 분위기를 살펴서 적절하게 살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하잖아요. 


우리들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그동안 겪은 이야기가 얼만데. 그동안 만난 사람이 얼만데. 그동안 보고 듣고 경험하고 나눈 수다들이 얼마인데. 읽은 책이 얼마인데. 본 영화가 몇 편인데. 드라마가 몇 편인데. 먹은 음식이 얼마인데. 맡은 냄새가 얼마인데. 


엄마 뱃속에서 '아앙' 울며 태어나 내가 가진 이야기가 이미 책으로 치면 수백 권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는 컨텐츠가 없다'는 이야기를 앞세우며 나의 이야기를 적절한 자리를 잡아 책이 되게 하고 이야기가 되게 하고 컨텐츠가 되게 정리를 못할 뿐입니다. 


그럼 컨텐츠가 되게 하기 위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자꾸 말하고 자꾸 쓰고 자꾸 정리해야 합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담아서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만나야 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결을 잡아가야 합니다. 그러다 이야기는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음악이 되고 강연이 되고 끝내는 책이 되고 책은 다시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고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명작이 되는 것입니다. 


그 모든 과정의 시작이 바로 마들렌플러스에 있습니다. 작은 수다별로 오직 한 사람, 당신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진 사람과 만나 내가 가진 경험을 컨텐츠로 발전시켜 보세요. 잘 들어주는 귀를 가진 분들 앞에서 수줍게 당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보세요. 


누구에게도 건네지지 못할 종이 앞에서 망설이거나, 너무 가까운 가족에게 꺼내기에는 검열이 너무 되는 무리한 상황이 아니라. 서로의 취향이 맞는 우리들 안에서 응원받고 지지받으며 내 경험이 컨텐츠가 되도록이요. 


우리의 컨텐츠가 이야기가 되는 곳. 마들렌플러스의 수다별을 만나 보세요. 그리고 들려주세요. 누구보다 열심히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 드립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결이 맞는 짝들을 찾아 보세요. 


마들렌플러스 2개월차, 달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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