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숫자가 참 마음에 든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지가 한참이다. 딱히 연말 분위기에 젖어있었다고 할 수도 없고, 바빴다고 하기에도 이전보다 한가했다. 그냥 왠지 연말이니까 오히려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던 것 같다. 그러는 사이 2020년이 밝았고, 벌써 3일이나 지났다. 작심삼일로 계획이 끝나는 바로 그 삼일째 되는 날!
지난 2019년은 나에게 썩 좋은 해라고 할 수 없었다. 물론 엄청나게 큰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리고 소소하게 기쁜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마음고생을 했던 일들이 꽤 일어났던 해였다. 이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거기에 매몰되어 끙끙 앓거나 하는 일은 잘 없지만, 그럼에도 마음의 동요는 일어날 수밖에 없으니. 나의 2019년은 마지막까지도 썩 깔끔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연말 동안 나는 어서 빨리 2020년이 왔으면 하고 바랐던 것도 같다.
2020년. 쥐의 해. 아마도 흰 쥐라던데. 2020이라는 숫자도 동글동글 예뻐서 마음에 들지만, 그게 쥐의 해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2019년이 시작될 때 나는 나에게 그런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렇다. 사실은 2020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 앞에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보지도 못하면서, 막연히 그냥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낫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혹자는 지나치게 현실적이라고 하기도 하고, 냉소적이라고 하기도 하겠지만, 새해를 맞으며 나는 문득 인간의 의미부여 능력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2019년 12월 31일에 뜨는 해와 2020년 1월 1일에 뜨는 해는 결국 같은 해이고 같은 하루인데,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달력의 연도가 바뀌었다고 그것을 새로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니! 나조차도 이제 드디어 더 나은 (나을 것 같은) 한 해가 새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왠지 글이 써지지 않는다. 억지로 쓰는 것은 아닌데 자꾸 이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서랍에도 글 몇 개가 담겨있긴 한데, 아직까지 발행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미 많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무언가를 더 해보고자 하는 생각만 자꾸 앞선다. 이 불안이 어디서 오고 있는 것인지 계속 살펴보고 있는데 쉽게 답을 찾기가 어렵다. 이제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고 열심히 의미부여를 해보지만 결국 그렇게 삶은 그대로 이어진다.
뭐 그래도 2020년은 꽤 마음에 드니까, 괜찮지 않을까. 아니 괜찮았으면 좋겠다. 2019년보다 더 기쁘고 즐거운 일들이 내 앞에 많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내가 그렇게 믿을 수 있었으면. 그리고 내년 이맘때쯤 글을 쓸 때, '2020년만큼만 되었으면.'하고 바라게 되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