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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령아 Jan 05. 2020

너의 모든 것 (you)

분명 나쁜 사람은 아닌데 말이지


글에 들어가기 앞서, 사진은 하나도 없고 드라마의 내용이 포함되어있을 수는 있다는 걸 왠지 미리 말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문구를 내가 쓰는 날이 올 줄 몰랐네.)


휴대용 키보드를 산 기념으로 아이패드로 글을 써보고 있다. 아니 이게 아니지... 드라마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는 나는 가끔 (몇 년에 한 번 꼴로) 어떤 드라마에 꽂히면 정신없이 보고 또 보곤 한다. 요즘 한창 유행하던 ‘동백꽃 필 무렵’도 안 보고 세상에 유명하다는 드라마와는 대부분 거리가 멀어 “난 그거 안 봤는데..” 하고 대답하기 일쑤였는데, 그런 내가 꽂힌 미드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너의 모든 것 (you)’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그 드라마 시즌 2가 나와서 (12월 26일에..) 연말에는 정신없이 그걸 봤었다.


제목만 보면 엄청 로맨틱한 내용일 것 같은데,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스릴러 물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의 시점에서 보면 로맨틱하려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제목에 비해 내용은 무시무시하다는 것.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인데 (특히 귀신 나오고 좀비 나오고 하는 공포영화) 좀 웃기지만 추리물이나 스릴러물은 좋아한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보다, 그런 류의 소설은 정신 못 차리고 읽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좀 일반적이지 않은데, 이렇게 말해도 될까 싶지만 이 사람은 참 착하고 순진하고 성실하고 바른 청년이다. 살인 사건의 범인인 (말하자면 연쇄 살인범) 주인공을 저렇게 묘사할 수 있다니... 정말 흥미로운 드라마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할 때 늘 저렇게 이 인물을 묘사하곤 하는데, 그러면 다들 더 궁금해진다고 말한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살인을 할 수가 있냐고.


그래서인지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생각했을 때) 나쁜 사람에게만 나쁜 짓을 한다. 살인을 나쁜 짓이라고 가볍게 얘기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리고 그의 모든 행동에는 전부 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이 사람의 모든 행동에 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 주인공은 절대 아무 이유 없이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혹자는 자기합리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그래서인지 그는 스스로가 나쁜 사람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어쩌다가, 우발적으로 무언가를 저지르는 법이 없다. 세상은 이걸 두고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하겠지만.. (실제로 그래서 시즌 2에서 이것이 깨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주인공이 전혀 죽일 생각이 없었던 사람이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 살해를 당한 것을 발견했을 때- 그 때 이 사람은 엄청나게 혼란스러워하면서 자신이 정말 그렇게 나쁜 사람인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확인하려고 한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 주인공이 왠지 짠하고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정말 이 사람이 바보같이 순진하다 싶을 때도 종종 있고, 분명 좋은 의도인데 자꾸 나쁜 쪽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그는 정직하게 대하면(?) 다 통할 것이라고 믿는 그런 게 있다. 아무튼, 시즌 1이 훨씬 더 탄탄하게 잘 만들어지긴 했지만 (소설이 원작이라 그런 것 같긴 하지만), 시즌 2도 역시 꽤 볼만했던 드라마였다.


보면서 꽤나 여러 가지 생각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그거였다. 사람이 공감능력이 없으면 얼마나 슬플  있는지. 주인공은 분명 정직하고 바르고 착하게 살려고  순간 노력한다. 그리고 그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노력의 일부이다. 다만 그것이  혼자만의 이유로 만들어진 정당함이라서 문제였지.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게  어쩔  없는 일이었는데, 그것을 당하는 사람들이나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니. 그는 그저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 것뿐인데 그러기 위해 했던 일들이 절대 일반적이지가 않고 (일반적이라는 표현이 모호하긴 한데, 세상에서 통용되는? 공유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그는 그것을 당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자신이 그러는 이유를 끊임없이 상대에게 설명하지만 당연히  상대는 그를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부분이  슬프달까. 주인공은 분명 자기중심적이기는 하나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반사회성 성격장애)처럼 죄책감이 없거나 타인에 대한 감정을  느끼거나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려고만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순진한 주인공은 이용하기는 커녕 자신이 말도 안되게 이용당할 때도 있다...) 다만 어떤 특정 부분에서 정말 공감능력이 없고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고하지 못할 . (오히려 주인공을 자기애성 성격장애라 -나르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짐- 생각해보면 소시오패스와도 연결시킬 수 있을 듯)


드라마에서는 이 인물이 이렇게 성장한 것을 어린 시절의 학대와 방임에서 가져오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로부터 이 사람은 전혀 보호받지도, 이해받지도 못했고,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 이용만 당하면서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은 유독 어린 아이들-미성년자-을 보호하는데 쓸데없이 오지랖을 부리기도 한다.) 이 사람의 유일한 친구는 책이었고, 그래서 그는 똑똑하고 생각도 많고 사교적으로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법도 알고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사람들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생각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단지 드라마일 뿐이지만, 새삼스럽게 관계를 통해 이해받고 공감받고 소통하며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인물 설정이었다.


연쇄 살인범이고 범죄자임에도 한편으로는 그가 진정 자신을 봐줄 누군가를 만나서 행복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자신만의 정당함으로 상대에게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저질렀는지 스스로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진짜 사랑을 찾게 되면, 더 이상은 그 사람이 바르고 착하고 정직하게 살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노력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시즌 2가 꽤나 흥미롭게 끝나서, 시즌 3가 제작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온다면 어떻게 풀어갈지가 궁금한 드라마이다.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한 번쯤 볼만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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