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의 어느 날, 여름의 끝자락에
누구나 살면서 아쉬운 일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삶이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일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드는 와인을 가득 마신 밤, 더 이상은 바랄 게 없으리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쉬운 것들은 더 많이 떠오른다. 그때 이렇게 했다면 더 나았지 않으려나... 그때 이렇게 했다면 지금은 다를 수 있지 않았을까...
내 내담자들에게는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고, 앞으로 다가오는 일들을 잘해보면 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나는 그러지 못할 때도 많다. 에라이...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일들도, 술을 조금 더 마시고 나면 마음에 맺혀있는 것을 깨닫게 될 때도 많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내담자에게 절대 말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종종 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나보다 더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허울 좋은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깊이 파보면 그 마음조차 나 자신을 위한 마음일 것이란 걸 너무나 잘 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냥 그렇게 두어야겠지. 그게 바로 인생이니.
이 글은 작년 8월의 어느 날, 와인을 진탕 마시고 술 김에 써놓고 서랍에 고이 묻어두었던 글이다. 이 날 나는 결국 이 글을 쓰고 난 후, 그럴 수 있을만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며 조금 울었었다. 서러운 마음이었는지, 허전한 마음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뭐 그 어딘가였던 것 같다. 이 글을 보니 그때가 다시금 생각나는 밤이다.
글을 일 년 가까이 묻어두며, 언젠가는 발행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때를 기다리기도 한 것 같다. 별거 아닌 짧은 글인데 (글 짧게 못쓰는 병을 가진 나에게는 정말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그럼에도 여러 감정들이 뭉쳐있어 쉽사리 꺼내놓기가 어려웠었다.
그때보다는 좀 더 성장한 것 같기도, 혹은 좀 더 살았다고 그만큼 무던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기쁘지만은 않으니 참 어려운 인간이다 싶기도 하다. 그래도 오래 기다려온 글을 발행하며, 가방 하나를 내려놓는 것처럼 아주 조금은 후련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