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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HOHOH Nov 12. 2016

비정기 노트

가을의 끝

가을이 가버렸어요. 

무척 길게 느껴진 무더운 여름 뒤에 이제 가을이 시작된다싶더니.. 몇 번의 빗줄기 이후 어느 사이엔가 거리는 코트와 점퍼의 물결이 흐릅니다. 맙소사, 벌써 겨울이라니.


'가을이 시작됐구나' 할 즈음에 시작된 감기기운이 본격적으로 목과 코를 괴롭히기 시작하더니 더 증세가 심해지면서 두통에 열까지. 아예 본격적으로 감기를 앓다가 상태가 어느정도 호전되어 문 밖을 나가보니- 거리의 풍경은 어느새 겨울의 초입이 된 것 같아 시간여행자가 된 기분이 살짝 들었습니다. 이마에 남아있는 미열 때문인지 더더욱 왠지 현실감이 안 느껴졌지만, 곧바로 흐르는 콧물과 목 안 언저리 어딘가에 끈끈한 의리를 자랑하며 붙어있는 가래와 정신 차리라며 뺨을 살짝 만져주다 순간적으로 싸다구를 떼리고 달아나 찬 바람이 현실임을 알게 해줍니다.


그제서야 나름의 섭섭함이 들어섭니다. 분명 다시 만나 반갑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스리슬쩍 바람과 함께 옆구리를 치고 나타나더니 간다는 말도 없이 훌쩍 가버렸기때문입니다. 마지막은 좀 운치있게 만끽하며 나름의 작별인사를 보내고 싶었는데말이죠. 작별인사는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기위해 나누는 일종의 약속같은 것이니까요. 이건 사실 언제 식사한 번 하자 내지는 연락해- 라고 말한뒤, 서로 연락하지않는 것과 같은 수준의 인사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제까지 그러했듯이 어느 순간 또 곁에 묵묵히 와있겠지요. 그럴 것이라 믿고, 가을을 그리며 그린 그림에 글을 덧붙여 나름의 안부인사공수표를 보내봅니다.


안녕, 다시 만나 반가웠어. 우리 서로 내년에 더 좋은 모습으로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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