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에 운동을 좀 시켜야겠다 싶어 동네 어린이 수영 선수반에 등록시켜놓고 불안한 마음으로 수영장 전망대에서 지켜본 아이의 얼굴은 약속된 두 시간 중 삼십 분 운동시간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폭주한 연탄불처럼 시뻘게져 있었다. 가르치는 선생님도 부담스러우신지 전망대에서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나에게 아이가 원래 잘 빨개지는 편인가요? 하고 물으러 올 정도였다.7시에 시작해 9시에 끝난 아이를 수영장에서 데려 나와 고기를 사 먹이며 이게 맞나 고민하던 게 딱 두 달 전이다. 운동하느라 얼굴이 달아올라 터질 것 같은 아이에게 한 달만 해 보고 못 버티겠으면 그만두자고 달래며 차돌박이를 구워 먹였었는데 승급이라니 대견타고 해야 하나 생각하던 중 또 한 마디를 더 얹는다.
엄마 이전 반에선 내가 압도적 일등이었는데, 올라오니까 내가 압도적 꼴찌야 ~
수영 강습받으면서 뒷사람들 교통체증 걸리게 만드는 존재가 될까봐 악착같이 도망 다녀 본 사람만이 안다. 그 압도적 꼴찌라는 게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모르긴 하지만 울 딸은 다시 달궈진 연탄불 같은 얼굴을 해가지고 헐떡거리고 다니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넌 압도적 꼴찌가 좋아? 압도적 일등이 좋아?
딸의 대답은 명쾌하다.
당연히 압도적 일등이 낫지...
그럼 그냥 다시 이전 반으로 돌아가~ 너무 힘들잖아. 굳이 그렇게 힘들게 운동할 필요가 있을까? 이전반에서 슬렁슬렁해서 네가 꼴찌 따라잡지 않으면 그반에서 쫓겨나진 않을 거야. 내 제안에 대한 딸의 대답은...
아... 그건... 좀...이었다.
그러고 나서 신경이 쓰여 매번 운동 갈 때마다 힘든지 물어보는데 아이는 매번 서너 바퀴는 증가된 횟수를 얘기하며 운동량을 자랑한다. 그제는 서른여덟, 오늘은 마흔 두 바퀴를 도셨단다.
버틸만하니 버티는 거겠지만 그 가장 느린 구성원으로 운동을 한다는 게 내 입장에선 너무 버겁던데 저 녀석은 나 안 닮아 악착같은 면이 있나 보다 살짝 설레려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