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의 시대는 끝났다.

직장적인, 너무나 직장적인 7편

by 서안
새로움이 다가올 때 새로움에 의해 밀려나야 하는 자들은 항상 슬프다.


마차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차가운 광물로 만든 물건이 마차를 대체할 것이라 한다.

웃기는 이야기이다.

살아있는 생물로 기수와 교감할 수 있는 이 생물을 어찌 쇳덩이리와 비교할 것인가.

길목마다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그 비효율성은 어찌 감당할 것인가.

그렇게 무너질 것이다.

마차의 세상은 앞으로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설사 자동차의 세상이 도래하더라도 나는 교감을 할 수 있는 마차를 탈 것이다.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곧 모터가 내연기관을 대체할 것이라 한다.

웃기는 이야기이다.

내연기관의 감성넘치는 배기음과 기계적인 쾌감을 어찌 모터가 만들 수 있겠는가.

어디서나 편하게 주유를 할 수 있는 편리함을 두고 오래도록 기다리며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그렇게 무너질 것이다.

내연기관의 세상은 앞으로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설사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나는 내연기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차를 탈 것이다.




새로움이 다가올 때 새로움에 의해 밀려나야 하는 자들은 항상 슬프다.

누군가의 잘못도 아닌 시대의 흐름일 뿐이지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본 이들도 결국 또다른 새로움이 엄습해오면 극렬하게 거부한다.

그 새로움이 자신의 생계를 위협할 때 거부는 더욱 격렬해진다.


하지만 누군가는 끝까지 남아 마차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움이 평범함으로 완전히 바뀌는 그 순간까지.

마지막 마차 또한 누군가의 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미 몇 년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국지적인 정치사안이 아닌 이미 대세는 기울어져 있었다.

매니저들은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

5년, 10년 후의 미래상을 그리는 그 순간에도 더 멋진 마차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경쟁업체보다 더 빨리 이 게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게임의 승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아니 알지만 모른척 했다.

그들의 최종 관심사는 계약 연장과 승진일 뿐.

먼 미래에 대한 도전은 그들의 관심사가 되지 않았다.


경쟁사들이 하나 둘 씩 마차를 그만 만들겠다고 했다.

이 때라도 위기감을 느꼈어야 했다.

하지만 매니저들은 이것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보았다.

자신들이 조금이나마 더 연명할 수 있는 기회로.

경쟁사들이 떠난 마차시장은 블루오션이 아니었다.

그 누구도 더 이상 마차를 찾지 않았다.

여전히 마차가 필요하다고, 마차만이 살 길이라고 홀로 외쳐되는 꼴이었다.


결국 마차 사업은 몰락했다.

매니저들은 정부가 마차사업을 보호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 외쳤고,

수 많은 노동자들은 자동차가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며 러다이트 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그 누구도 더 이상 마차를 찾지 않았다.

마차를 끌 시간은 지났다.

다들 누군가를 손가락질 했다.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누군가로 인해 자신이 피해자가 되었다고 외치며.


남은 힘을 쥐어짜내 자동차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조직의 힘을 모아 늦었지만 제대로 된 자동차를 한 번 만들어보자고 소리 높인다.

여전히 한 켠에선 마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마차를 만들던 조직의 매니저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조직이 축소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신들은 여전히 매니저여야 했고, 자동차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바닥부터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차를 만들던 사람들은 일감이 없어 놀고 있고,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늘 손이 부족하다.


자신의 권위와 권력은 공유할 수 없으나,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이익은 공유하고자 한다.

내려놓지 못한 미련함으로 인해 이익의 공유라는 달콤함이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오늘도 늦어지고 있다.



"이제 그만 하겠습니다."

그만 하겠다고 했다.

할 만큼 했다고 했다.

사실 이 보다 더 할 자신도 없었다.


돌아오는 답은 조금만 더 참아보자이다.

그 조금만이라는 뜻은 자신의 자리를 보전할 때까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냐고 했다.

멀리멀리 가고 싶다고 했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다시 바닥부터 해보고 싶다고 했다.

새로움이 밀려오는 곳에서 다시 처음부터 해보고 싶다고 했다.


허심탄회하게 말하라는 속 뜻을 알고 있지만,

진심으로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절박하게 떠나고 싶었다.


어느 순간 새로운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반복으로 인한 능숙함마저 극에 다다랐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무한한 반복이 될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심장을 움켜잡는 듯한 긴장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익숙했다.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제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다.

바닥부터 시작할지라도, 쌓아 놓은 것을 버려야 할지라도.

새롭게 시작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여기서 주저 앉으면 영원히 마차에 미련을 가진 채 살아가야 함을 느꼈다.


이제 그만 하겠다고 했다.

참으라고 한다. 조그만 더 버텨보자고 한다.


싫어서가 아닌 새로움을 향한 절박함을 이해시킬 길이 없다.

단 한번도 스스로 가진 것을 버리고 가보지 않은 이에게 버리고 떠나는 의미를 이해시킬 수 없다.


다시 한 번 더 그만 하겠다고 했다.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다.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문제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마차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한다.

이제 곧 다시 마차의 시대가 다시 시작될거라 한다.

자동차가 있어도 누군가는 마차를 탈거라는 믿음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오늘도 여전히 아무도 찾지 않는 마차를 바라보고 있다.

마차의 시대가 다시 올거라 열망하는 저들의 긍정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이제 그만 마차를 놓아주고 싶다.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하여야 아름다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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