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울부짖음으로 일하는 자

직장적인, 너무나 직장적인 11편

by 서안

“야! 이xx같은, xx! 이걸 보고라고 들고와?”

또 시작이다.

여전하다.


스키너의 강화이론을 증명하는 현장을 바라본다.

행위와 결과의 결속관계가 일그러질 때

인간은 인간임을 포기한다.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했기에

타인의 존엄도 가벼이 포기한다.


앞에 고개를 숙인 저 남자도 누군가의 아비이다.

능력을 인정받아 매니저가 되었으나,

지금 그의 인격과 능력은 한낱 짐승의 것만도 되지 않는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한 것이던 개인의 영화를 위한 것이건, 그 누구도 그의 인격을 짓밟아서는 안된다.

그도 자신의 인격을 짓밟혀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하지만 짓밟힘에 대한 저항의 댓가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는 그는 오늘도 묵묵히 감내할 뿐이다.




그의 임원 승진 공지를 바라본 주변인들은 다들 이제 나아질거라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자리에 맞는 품과 격이 있으니 달라질거라했다.


몇몇은 이제 더할 것이라고 했다.

지근자리에서 일하던 이들은 이제 시작이라 했다.


경험의 축적은 항상 설익은 기대를 압도한다.

가까운 이들의 경험의 축적은 한치의 틀림도 없었다.

임원이 된 그는 더욱 큰 소리로, 더욱 저속한 말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해서 여기까지 올라왔기에,

그에겐 이것이 옳은 방법이었고,

생존의 일터에서 이기는 방법이었다.

실적이 곧 생명연장인 임원이라는 환경은 그를 더욱더 흉폭하게 만들었다.


그의 오랜 직장생활의 경험으로 지금 자신의 행동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타인의 기분, 인격보다 자신의 생존과 영광이 우선이었기에 스스로의 행동과 언행에 거리낌이 없다.




그의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모두 빠르게 움직이고, 사실을 밝히기 보다 그가 듣고 싶은 내용을 예측하는데 몰두했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책임을 돌릴 사람부터 점찍어두고, 문제를 덮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업무의 우선순위는 중요도나 긴급성이 아닌 그의 고함 한 번에 무너져 내렸다.

모든 것이 승승장구였다. 속은 썩어가건만 그의 실적은 나날이 올라갔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였다.

문제는 생기기도 전에 덮어졌고,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를 책임지고 떠난 사람으로 둔갑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모든 것이 하나씩 무너져 내렸다.

이그젝큐티브라는 이들은 모여서 서로에게 손가락질하기 바빴고,

이그젝큐티브들의 보스는 고함을 지르기 바빴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개판, 그 자체였다.

고고했던 그들이, 품위를 지키고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그들이 짐승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짐승의 울부짖음이 능력이라 믿었던 보스 아래에서 인간의 언어는 잊어야 마땅한 것이었고, 짐승의 울부짖음에는 울부짖음으로 대답해야 했다.


그렇게 한순간에 짐승의 무리들은 무너져내렸고, 짐승의 언어를 사용하던 자들은 멸종해 버렸다.

하지만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인한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고, 그 상처는 남은 인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1. 불치병임을 알고도 출근을 했다.

2. 줄은 타고 싶다고 타는게 아니다.

3. 사람을 얻는 달콤함

4. 아스팔트에 뒹군건 누군가의 아빠다.

5. 월급쟁이 고수는 없다.

6. 떠난 후에야 영웅이 되었다.

7. 마차의 시대는 끝났다.

8. 실력은 평가 받는 것이 아닌 인정 받는 것

9. 돌아볼 것 없이 달릴 때, 일은 완벽하게 소멸된다.

10. 조직은 '그 누군가'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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