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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Oct 22. 2020

재미의 본질, 차의 본질, 달리는 재미

어머~ 이 차는 꼭 사야 해! #3편

공간을 가로지르는 것은 인류 공통의 욕망이다.
공간을 가로지르기 위해 인류는 걷고 뛰었고,
말을 길들여 달렸었다.


명마에 대한 집착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회자되는 까닭은 그만큼 공간을 가로지르는데 대한 인류의 욕망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빠르게 공간을 가로지르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자 능력의 상징이었다. 공간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말이라는 생물을 거쳐 자동차로 피어난 것이다.



얼핏 보기엔 별 것 없을 것 같은 달리기지만 소위 자동차 덕후라 불리는 마니아들은 달리기도 여러 가지 종류로 나눈다. 정해진 직선거리를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겨루는 드래그에서 구불구불한 길을 내달리는 와인딩,  일정한 속도로 달리면서 출발하는 롤링까지 합법과 불법의 경계 (불법의 영역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고, 절대 공공도로에서 규정을 어기면서 하면 안 된다!)에 아슬아슬하게 존재하는 달리기가 있는가 하면, 풍광 좋은 길이나 한적한 길을 유유히 달리는 크루징 같은 즐기기 위한 달리기도 존재한다.


자동차의 본질은 누가 뭐라 해도 이동수단이다.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까지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자동차를 넘어서는 대체재를 찾을 수가 없다. 달리는 방법이 다를지언정 공간을 가로지른다는 달리기의 속성은 변함이 없다.


자동차의 효용은 공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과정에 재미와 기능을 붙였다는 것이다. 단순히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아닌 각종 기마술이 발달해왔듯, 단순히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에 덧붙여 차의 거동에 맞는 각종 다양한 기술들이 발달해왔다. 말을 잘 다루는 기수의 기마술이 선망의 대상이 되었듯 차를 다루는 드라이버의 운전 능력이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눈길을 달리는 것. 이것 또한 색다른 재미이다. 철저한 준비는 필수!  ©pixabay


겨울이 되면 폭설이 내리길 손꼽아 기다리는 친구가 있다. 가을이 되고 노면온도가 내려가면 일치감치 윈터 타이어로 교체를 하고 어디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곳으로 향한다. 눈발 날리는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쌓인 눈을 헤치며 달리는 겨울 드라이빙이 이 친구에게는 한 해의 묵힌 감정을 털어내는 리추얼이다.


첨언하자면 윈터 타이어, 혹은 스노우 타이어라 불리는 타이어들은 눈길 만을 달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굳이 나누자면 마르고 차가운 노면을 달리는데 최적화되어 있는 알파인과  덮인 차가운 노면을 달리는데 최적화된 노르딕 타입으로 나눌  있는데 노면 온도가 5~7 이하로 내려가면 일반적으로 장착하여 사용하는 썸머 혹은 올시즌 타이어의 그립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윈터 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최근 고급 자동차들은 고성능 썸머타이어를 출고 타이어로 사용하는데 타인과 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윈터 타이어로의 교체가 필수적이다. 가끔  내리지 않는 남부지방에 살기 때문에 윈터 타이어가 필요 없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차가워진 노면에서 타이어 그립을 확보하기 위해 윈터 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이지 눈길을 밟고 다니기 위함이 아님을 알아두었으면 한다. 썸머 타이어나 성능 떨어지는 올시즌 타이어로 겨울을 나면서 괜찮다고 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제동거리가 길어지거나 타이어 그립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뿐, 실제 상황은 매우 악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번만 사고를 면해도 타이어 값은 충분히 뽑을  있으니 가급적 겨울철에는 윈터 타이어 사용을 권장한다. 윈터타이어는 도저히  쓰겠다면 성능 좋은 올시즌이라도 장착하자. 타이어는 나의 생명  아니라 타인의 생명도 책임지는 자동차의 제동력의 최후의 보루이다.


나는 화가 나거나 감정이 동요되는 날은 한적한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 감정이 삭혀질 때까지 달린다. 빠르게 달리면 감정이 더욱 솟구쳐 오르기 때문에 천천히 정규속도에 맞춰, 목적지가 없기 때문에 여유롭게 달린다. 뻥 뚫린 길을 한참 달리다 보면 감정이 가라앉고 그제서야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한다. 감정의 찌꺼기들은 모두 길에 털어버렸기에 평온하게 가족들을 대할 수 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정의 찌꺼기를 던지지 않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기분이 한껏 업된 날은 서킷에 가거나 와인딩 코스에서 마음껏 달려본다. 차도 나도 마음껏 소리 지르며 하얗게 불태워본다. 그렇게 발산하고 나면 나른하게 비워져 버린 마음의 공간이 생겨난다. 비워버린 마음에 감정의 쓰레기를 차곡차곡 채워간다. 그리고 마음의 빈 공간이 다 채워져 갈 무렵이면 다시 비우러 온다.




단순히 이 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데 가장 편하고 빠르다는 식상한 효용은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대중교통에 비해 빠르고 편리하며,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누구나 알고 있으니 말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정량적인 효용뿐만 아니라 직접 소유하고 즐기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성적인 효용을 나누고 싶다.


누군가에겐 운전은 노동에 가까운 고역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운전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행위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즐거움과 같은 정성적인 효용은 정량화시키기 매우 어렵고 개개인마다 효용의 크기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효용의 크기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삶의 변화를 만들 만큼 큰 즐거움 하나를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깝다. 자동차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달리는 즐거움을 같이 느껴보았으면 한다.


자동차를 구입하면 '달리는 재미' 뿐만 아니라 '하차감'도 느낄 수 있다. 이 또한 자동차 구입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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