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상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코로나19가 경제에 준 영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파죽지세로 성장한 온라인 비즈니스’다. 연간 약 10조원 가량이던 한국의 음식 배달 산업을 2배로 성장시킨 것은 코로나19로 음식점 방문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편리하고 빠르게 더 많은 음식 주문을 가능하게 해준 배달앱 덕분이다. 마트나 백화점을 가지 않고 마켓컬리나 쿠팡을 이용하고, 키즈카페나 어린이집에 갈 수 없어 아이 돌봄 중계앱으로 선생님을 부르고, 수업과 회의도 ZOOM을 이용하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오래도록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렇게 온라인 서비스가 우리 일상을 파고 들면서 온라인 비즈니스 역시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덕분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라인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시가총액과 기업가치는 연일 폭등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온라인을 통해 중계되는 서비스는 결국 음식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오프라인을 통해 실현된다. 즉,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던 경험의 전 과정 중 일부가 온라인화되고 있으며 그것이 서비스 앞단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음식을 먹는 것은 같지만 음식점 정보를 찾고 주문을 하며 결제를 하는 과정은 모두 온라인에서 처리되고 있다. 즉, 최종적인 서비스는 결국 온라인 세상에서 구현되는 것이 아닌 현실 세상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보니 온라인의 성장 속에서도 오프라인의 사업 기회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 최첨단의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비즈니스의 후광으로 오프라인의 지역경제가 뜨고 있다. 하이퍼로컬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해주세요와 베이비시터, 돌봄 선생님, 신선식품 배달 등 동네 상권 기반의 생활형 서비스들이 코로나19 이후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당근마켓은 2000만 가입자에 주간 1000만명의 이용자수로 작년 대비해서 약 3배가 급증할만큼 뚜렷하게 사용자가 늘고 있다. 당근마켓의 시작은 단순 중고 물품 거래였지만 이제 동네 사랑방, 커뮤니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근마켓을 통해서 동네의 숨은 가게를 찾고, 지역 정보 공유와 주요 사건 사고와 지역 경제와 정치 이야기를 나눈다. 그 덕분에 지난 8월 18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2년 전 기업가치 2000억원보다 15배나 높은 3조원을 인정받았다.
미국의 넥스트도어도 주변 지역 중심의 정보 공유와 중고거래에서 동네 체육대회와 생활 정보와 지역소식 등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2011년 시작해 미국을 넘어 영국, 캐나다 등의 11개국 대상의 서비스로 확장 중이다. 코로나19 덕분에 이 서비스 역시 크게 도약하며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무려 43억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슬리퍼를 신고 이동할 거리 내의 상권을 뜻하는 슬세권이 IT와 만나 하이퍼로컬이라는 새로운 생태계로 거듭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오히려 기회를 맞게 된 하이퍼로컬 시장을 두고 기득권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카페와 블로그에 이웃들과 지역 정보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이웃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하이퍼로컬을 지향하는 스페인의 왈라팝, 동남아시아의 캐러셀 등에 투자했다. 기존 전통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하이퍼로컬 시장에 대한 관심도 관련 온라인 서비스의 M&A와 제휴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네이버 카페에서 시작해 연간 5조원의 거래규모를 가진 중고나라에 재무적 투자를 했고 현대백화점은 ‘더 현대 서울’에 번개장터가 운영하는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제휴를 추진했다.
이렇게 기존에 중고거래 장터나 지역 정보지로 존재하다가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를 통해 제공되던 새로울 것 없던 로컬 서비스가 하이퍼로컬로 거듭나게 된 배경은 무얼까?
이는 모바일로 제공되는 이들 하이퍼로컬 서비스의 편의성이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빛을 발하면서 그간 중고거래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던 사용자들을 유입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당근마켓은 국민 5명 중 1명이 사용할만큼 국민적 서비스가 되었고 중고 물품의 구매자가 판매자로 참여하는 교차 비중이 93%에 이를 정도로 서비스 참여율이 높다. 또한, 이들 서비스들이 단순 중고거래를 넘어 기존의 서비스들에서는 만나기 어렵던 같은 생활반경 내의 이웃들의 고민과 동네 소식이 제공되면서 더 자주, 오래 사용하게 되었다. 당근마켓의 경우 이웃들과 거래와 정보 공유를 위한 채팅 서비스와 반려동물과 취미, 분실,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 정보를 나누는 동네생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앞으로 당근페이도 출시할 계획이라 이웃 간 그리고 동네 가게에서의 현금 거래와 결제까지 아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그저 중고거래에 불과했던 서비스가 모바일과 코로나19 덕분에 하이퍼로컬이라는 새로운 카타고리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즉, 동네라는 공통 함수로 기존에 흩어져 있던 서비스들을 헤쳐 모여 함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과정에 디지털 기술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기존에 특정 상권이 뜨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거리를 그렇게 조성하거나 랜드마크가 되는 거대 자본이 투자된 건물 그리고 핫한 상가들이 모여야 가능했다. 코로나19로 그렇게 육성된 지역상권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집 주변 숨은 상가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에 동네 상권이 살아나는데는 한계가 있다. 바로 디지털 기술의 힘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하이퍼로컬 서비스들이 해내고 있다. 하지만, 자칫 이들 서비스가 자칫 플랫폼 독점적 지위로 수수료 횡포 등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또 다른 위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도서 추천 : IT사용설명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3335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