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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Dec 20. 2021

불붙는 웹 브라우저 경쟁

3번째 브라우저 전쟁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필수적인 소프트웨어가 웹 브라우저이다. 2010년 이전만해도 브라우저의 선택권은 거의 없었다. MS의 윈도우에 탑재된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독보적인 시장 지배자였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의 필수 관문인 웹 브라우저 시장을 그대로 둘리 없는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를 출시하며 바짝 추격한지 약 8년이 지난 2016년경 시장 1위를 달성하게 된다. 이후 크롬은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50%를 넘으면서 시장 지배를 해오고 있다. 반면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추락을 거듭해 지금은 스마트폰과 맥북 덕분에 꾸준하게 시장 지배력을 갖춰온 애플의 사파리에 이어 3위 사업자로 점유율 10%도 채 되지 않고 있다. 그런 웹 브라우저 시장이 고착화된지도 어언 5년이 지나면서 이 시장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웹 브라우저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PC, 스마트폰, 태블릿 그리고 일부 IPTV 등의 모든 인터넷 기기에서 공통적으로 인터넷 사용의 주된 사용 방식이 웹이고 그 웹을 사용하는 시작이 브라우저이기 때문이다. 브라우저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 위치하게 되면 브라우저를 통해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내역과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브라우저의 사용자 저변을 토대로 웹 표준 관련한 사업자 입장에서 유리한 제도를 이끌어 갈 수도 있다. 사실 크롬과 사파리에서 쿠키 등의 개인 사용자의 인터넷 이용 기록과 개인정보 등을 활용한 광고, 마케팅 활용 범위에 대한 규제와 정책도 구글과 애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이들 브라우저에서 광고를 차단하거나 제한을 가하면 인터넷 사업자들을 그 규칙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들 브라우저에서 제공되는 기능과 기술 API를 활용해 사용자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들 브라우저의 정책과 표준에 늘 촉각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한 때 왕좌의 자리에 있던 MS가 브라우저 시장의 재탈환을 위한 노력에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여전히 전 세계 운영체제에서 시장 점유율 76%로 압도적 1위인 MS는 2015년 출시한 윈도우 10에 기본 브라우저로 엣지 브라우저를 탑재해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엣지는 초기 속도가 느리고 잦은 오류와 사용자들이 널리 사용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정상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이후 소프트웨어 명가답게 꾸준한 개선을 해간 덕분에 엣지는 빠른 속도와 안정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엣지는 2017년 안드로이드폰, 아이폰을 시작으로 맥 그리고 XBOX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기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크롬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엣지는 크롬보다 컴퓨터 리소스를 적게 먹고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MS는 이 여세를 몰아 2021년 출시한 윈도우 11에서 엣지를 기본 브라우저로 사용하고 삭제조차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EdgeDeflector를 설치해 엣지를 삭제하려는 것도 막으면서 엣지와 OS를 한 몸처럼 구성해 엣지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2017년 정식으로 윈도우, 맥, 리눅스용으로 웨일이라는 브라우저를 출시하면서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는 크롬과 사파리에 이어 갤럭시폰의 브라우저 삼성 인터넷이 3위이며 그 뒤를 웨일이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앱과 포탈 네이버의 위상 덕분에 네이버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웨일의 시장 점유율이 MS 엣지보다 많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브라우저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상당한 투자와 이미 자리 잡은 브라우저를 운영하는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거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여러모로 힘겨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우저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브라우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개인 정보와 웹 표준 관련 시장 주도권을 갖을 수 있는 것 외에 ICT 비즈니스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미 브라우저는 OS와 같은 위치에 설만큼 인터넷 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아졌다.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작동되는 경량화된 노트북을 출시했다. 최근의 브라우저는 홈페이지에 연결해서 웹을 보기 위한 용도 외에 여러 프로그램들을 브라우저에 설치해서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마치 OS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용도로 컴퓨팅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다. 한마디로 어떤 기기 즉 PC, 맥, 노트북 그리고 아이패드와 태블릿, 스마트폰 더 나아가 TV나 X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이용하더라도 브라우저만 설치해 로그인하면 같은 환경에서 컴퓨팅 작업과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또, 브라우저에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기록하고 암호화폐 지갑을 설치해 운영할 수 있어 브라우저는 신원 인증과 블록체인 기반의 지갑으로 이용할 수 있을만큼 그 역할이 중요해져가고 있다. 게다가 브라우저의 홈페이지 주소 입력창이나 브라우저 내 검색창은 해당 빅테크 기업의 검색 서비스와 연동되는 것이 기본값이라 검색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브라우저 시장을 두고 빅테크 기업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20년 전 넷스케이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촉발된 경쟁에 10여년 전 구글과 애플이 뛰어들어 2번째 전쟁이 시작되었고, 이제 한국의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참여해서 3번째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첫번째 전쟁의 승자 MS가 2번째 전쟁에서 구글에 자리를 빼앗긴 이후 크롬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이 시장에 과연 3번째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아무나 참여할 수 없을만큼 큰 투자와 긴 시간이 걸리는 이 전쟁에 한국의 기업 두 곳이 참여해 있다는 점에 IT 강국으로서의 한국 위상에 자부심을 느낀다. 또,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용자로서 우리의 인터넷 사용에 대한 편의와 성능, 안정성을 결정하는 것이 브라우저임을 잊지 말고 내가 사용하는 브라우저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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