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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Aug 31. 2022

[북리뷰] 휴탈리티

기술과 어떻게 함께 일할지 고민하는 법

소설가 조지 오웰은 “I was born to be awesome, not perfect.”라고 말했습니다. 저자는 ‘우리는 모두 저평가되어 있다’라고 말합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이 기술에 필요 이상으로 매료되어 디지털의 완벽함을 동경하고 경외시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역설적으로 더 확살해지는 것은 인간적인 것에 대한 갈망이라고 이 책을 추천한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교수는 말합니다.  기술 발전의 시대에 우리 안의 ‘인재성’을 어떻게 발견해야 할지 찾아 나서보도록 하죠.


▣ 빅데이터를 이기는 인간의 조건

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감독 빌리 빈은 경제학자, 프로그래머들과 함께 선수 선발을 위한 알고리듬을 개발했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오클랜드 팀의 연봉 총합은 4400만 달러였다. 연봉 총합이 1억2500만 달러였던 뉴욕 양키스의 3분의 1수준이었습니다. 스카우터들은 일제히 발끈했죠. 선수 선발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고도의 기술이라 컴퓨터 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오클랜드 팀은 아메리칸 리그 최초로 20연승을 거뒀습니다. 한마디로 저평가된 선수들로 팀을 꾸려 우승을 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빅데이터가 승리한 것이죠.


이런 현상을 다른 직업 세계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2004년 MIT의 프랭크 레비 교수와 하버드대학의 리처드 머네인 교수는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이때 자동화될 가능성이 없는 직업으로 트럭 운전기사를 꼽았습니다.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도로 위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트럭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죠. 그런데 자율주행 기술로 지금 트럭 운전기사 뿐만 아니라 트랙터와 버스 운전기사 마저도 일자리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렇게 앞으로 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해갈 것인데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일자리의 줄어듦보다 일자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많은 직업, 기술, 능력을 짧은 시간 내에 도태시켰습니다. 그렇게 기술의 진부화 주기와 범위가 상상을 넘어설만큼 짧아지고 확대되면서 더 많은 직업들이 사라져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어떻게 기술과 함께 일하느냐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존에 우리는 마치 조정 경기 선수들처럼 일해왔습니다. 결승점이 분명했고 변수는 많지 않았으며 대부분 제어가 가능했습니다. 혜안을 지닌 카리스마적 보스의 지휘하에 하나가 되어 협동하면 그것으로 충분했죠. 하지만, 이제 기술의 시대에 우리는 조정 경기장이 아닌 서핑 경기장에 있는 셈입니다. 바다라는 광활한 경계를 알 수 없는 경기장에서 각자 자기 보드를 가지고 파도와 겨뤄야하죠.  미래의 일은 서핑 경기처럼 일단 시작하면 파도가 물마루를 이룰 때까지 계속 타고, 해변가에 이르르면 다음 파도를 타기 위해 다시 헤엄쳐 나가야 합니다. 우리를 새로운 파도 즉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 타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습득하고 끝없이 반복된 재훈련과 재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미래의 인재는 기술역량과 해석역량을 균형감있게 갖춰야 하고, 출렁거리는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파고를 동력삼아 타면서 다음 파도에 뛰어드는 도전정신을 갖춰야 한다는 저자의 메시지에 공감이 갑니다. 미래에는 슈퍼기계와 대척점에 서려 하지 않고 이를 어떻게 이용하고,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에 발군의 실력을 보이기 위해 어떤 역량을 갖출 것인지를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지속적으로 찾아 나서려는 학습 의지가 필요합니다. 


▣ 알고리듬으로 풀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은 해석

기술 덕분에 모든 것을 데이터로 측정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자신을 실존으로 이해하려 하기 보다 데이터로 전환해, 데이터를 통해 컴퓨터가 말해주는 사실을 우리 자신으로 간주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으로 보여지는 우리, 인스타그램으로 표현되는 그들,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을 통해 감정을 읽습니다. 심지어 인체에 부착해 생체리듬을 인식하는 스마트 밴드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우리의 감정과 욕구를 데이터화하여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최첨단의 생명공학 기술의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에 대한 장악력은 인간에게서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듬으로 옮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 대한 모든 것이 정말 데이터로 전환될 수 있는 걸까요? 만일 우리의 데이터를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조작하거나 해킹을 하게 되면 조작된 세상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아닐까요? 만일 우리가 알고리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면 우리 의견과 감정은 기계가 분석한 데이터로 표현되고 자칫 그 데이터가 조작될 경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입니다. 컴퓨터를 거쳐 보여지는 우리의 모습은 사실일지 모르나 진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진실은 사실을 맥락에 붙였을 때 보여지죠. 그렇기에 맥락이 배제된 사실 인식은 왜곡의 여지가 큽니다. 


경험은 내외부의 자극을 센싱하는 데이터화가 가능하지만,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감지는 해석을 해야 합니다. 즉, 경험에 대한 의미 부여는 기술이 아닌 사람의 주관에 의해 부여되는 것입니다. 이같은 개개인의 독특함은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해설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바로 기계와 다른 인간 고유의 영역은 감지에서 나오는 것이죠.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154명의 환자를 실험해 대장내시경의 고통 체감을 실험했습니다. 이 실험에서 내시경을 8분간 진행한 환자 A와 24분 동안 여러차례의 고통강도를 느끼며 진행한 환자B에게 고통의 양을 평가해도록 했더니 당연히 B가 힘들었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A가 더 고통스럽다는 답을 했습니다. 이유는 대장내시경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느꼈던 고통의 강도가 A는 7이었던데 반해 B는 1이었기에 고통을 평가하는 시점에 A가 고통의 양을 더 크게 해석한 셈이죠. 이렇게 우리가 경험을 할 때는 순간순간마다 인식하는 반면 그 경험을 해석할 때는 정점 결말 법칙과 지속 시간 무시를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소아과 의사들은 아픈 주사를 놓거나 불쾌한 검사를 실시한 뒤 아이들에게 사탕을 건네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게 고통의 경험을 해석하는 것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데이터를 보고 해석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중요하고 그것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인 셈이죠. 그것이 기계와 달리 우리가 여전히 우위에 있는 영역이고, 그 해석을 더 잘하기 위한 방향으로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 AI 시대, 보이는 것 너머를 본다.

같은 피자라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그 피자의 먹음직스러움은 달라집니다. 아이의 졸업 축하를 위한 가족 모임에서 맞이하는 피자와 마약 밀반입에 사용된 피자는 당연히 다릅니다. AI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피자인지 여부와 몇개인지, 어떤 곳에 피자가 놓여져 있는 것인지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어떤 피자가 더 맛있을 수 있고, 그 피자가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까지는 못합니다. AI는 윙크를 1000분의 1초 동안 지속하는 눈의 찡그림으로 분류하지만 우리의 윙크에 담긴 의미는 다양합니다. ‘장난이야’, ‘지금이야’, ‘무슨 뜻인지 알지?’ ‘고마워’, ‘사랑해’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죠. 그런 해석을 AI가 할리 없죠.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 중요한 역량은 이같은 맥락을 잘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맥락 데이터는 사실 데이터처럼 일반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고 사람마다 다르다 즉 주관적이라는 이유로 변별력이 없어 무시당할 때가 많습니다. 즉,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들은 시장조사와 기술 보고서라는 여러 겹의 사실 데이터에 매몰되어 비즈니스, 고객, 세상을 보고서로 만나게 되면 맥락 데이터를 놓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사실 데이터보다 맥락 데이터가 지배하고 있기도 합니다. 구두회사 경영진은 신발이 필요해도 굳이 매장에 가서 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가격과 품질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나 클레임에 대한 직원들의 대응 등 현장에서 나오는 맥락 데이터를 직접 실감나게 접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맥락과 색채가 사라진 채 보고서에 담긴 고객과 세상의 사실 데이터는 건조하고 추상적인 묘사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의사결정과 판단의 과정에서 맥락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책에서 서술한 내용 중 가장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메시지는 '외부 변화를 주체적으로 소화시킨 내재화의 중요성과 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실적 기준에 대한 파악을 통한 가치 판단 이후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한 지침의 수립'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회생활 속에 다양한 경험을 내재화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인재성은 진화되고 그것이 인공지능과 차별화된 인간만의 역량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의 인재상, 인공지능과의 탱고 그리고 역량 강화를 위한 습관들에 대해 저자가 제시하는 개념적인 정의와 논리적인 스토리는 직장인으로서, 창업가로서,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우리의 역량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할 것인지 등불을 켜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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