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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Aug 27. 2022

[북리뷰] 알고리즘 리더

AI의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인간의 판단권

알고리즘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나 방법을 공식화한 형태로 표현한 것을 일컫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덕분에 모든 것이 데이터로 기록되기 쉬어져 알고리즘 또한 과거보다 더 정교하게 구성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알고리즘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대에 적합한 리더십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독특한 책입니다. 데이터나 알고리즘 관련한 기술 서적이나 비즈니스 책은 많지만 이러한 시대의 리더가 갖춰야 할 역량과 조직 운영 방안에 대해 다룬 책은 드물거든요. 게다가 다양한 사례들이 다루어져 데이터 시대에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사고해야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알고리즘 시대의 리더십

알고리즘 리더는 아날로그 시대와 달리, 자신의 의사결정과 운영방식, 창의적 결과를 디지털 시대의 복잡성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람입니다. 즉, 기업의 의사결정과 프로세스 모니터링, 자원관리가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에 의해 측정되고 운영된다면 경영자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알고리즘이 사람보다 더 현명하고 정확하게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면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번듯한 직책없이, 부하직원들 없이 AI를 거늘이며 일을 하게 되는 리더는 역할이 무엇이어야 할까요?


사실 우리는 리더하면 고전 신화나 명작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나 성공한 기업의 경영자 등 주로 비험한 능력의 소유자가 영웅적 행위로 적에 맞서 사람을 지켜주고 사회를 번영으로 이끄는 인물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알고리즘 시대에는 경쟁자와 협력자, 로컬과 글로벌, 상사와 직원, 중심과 변두리, 고객과 상품,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20세기의 기업 조직과 업계, 사회라는 잘 정돈된 모델을 무의미하게 하며 복합적이고 역동적 방식으로 우리를 연결하죠.


즉, 리더로서 발휘하는 영향력은 부하직원이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직원, 협력자, 플랫폼을 연결하는 활동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에 따라 드러납니다. 조직의 네트워크를 성장시키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꺼내어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알고리즘 시대의 리더가 갖춰야 할 역량이라는 것이죠.


2017년 4월 트위터에 한 영상이 올라오면서 유나이티드 항공사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이로부터 한 달 후 최고경영자인 뮤노스는 이사회 의장 겸직도 포기하고 존경받던 기업가에서 위신에 땅으로 곤두박질치게 되었습니다. 영상은 오버부킹된 항공기에서 무작위로 네명의 승객을 찍었고 그 중 한 명이 하차를 거부하자 강제로 공항 경찰이 출동해 강제로 끌려 나오는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를 촬영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항공사는 예약을 하고도 취소하는 승객들을 염두에 두어 정원을 초과해 항공권을 판매하는데 하필 이때 취소 승객이 예상과 달리 적어서 탑승 가능한 인원수보다 더 많은 승객들이 실제 탑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초과된 승객 중 탑승을 포기하는 승객에게는 4백달러와 호텔 1박 숙박권을 제공하겠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금액을 더 높여 8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했음에도 반응이 없자 승객 중 4명을 선정해서 하차를 요청한 것인데 하필 한 승객이 이에 저항했던 것이죠.


이 과정에서 일련의 알고리즘이 적용되었습니다. 직원 일정 관리 알고리즘은 승객들이 이미 탑승을 마쳤음에도 승무원이 비행 30분 전에 탑승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후 수익 극대화에 최적화되어 오버부킹 비율을 통제한 일드 매니지먼트라는 알고리즘이 탑승을 포기할 지원자에게 허용하는 최대 보상을 8백달러로 설정했습니다. 마지막에 고소비층 승객들을 만족시키도록 최적화된 고객가치 알고리즘이 하차를 명령해도 순순히 따를만한 알뜰 여행객을 선별했던 것이죠. 이 알고리즘에 철저하게 따른 항공사 직원들은 마치 알고리즘의 노예처럼 그 본분에 따라 행동했던 것이었고, 유나이티드의 CEO도 오히려 항거한 승객 탓을 하며 직원들과 항공사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인 분노에 직면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알고리즘이 만든 세상에 살고 있고, 그 알고리즘의 문제를 제때 진단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새로운 시대에 기업의 존속과 성장을 이끌 수 있습니다.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의 리더십을 갖추고 회사를 경영하다보면 유나이티드의 사례처럼 실수를 할 수 있죠. 사실 뮤노스 CEO는 항공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 주요 요인이 알고리즘이라는 인식을 하고 이 사태를 해석했다면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오히려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진화해가는 현명한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은 알고리즘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상에 대한 정보는 데이터를 통해 우리에게 도달됩니다. 또한,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판단과 시도 역시 데이터로 표현됩니다. 알고리즘은 현실 세계의 도전을 컴퓨터 계산으로 이어주는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문제 해결 도구로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죠. 그것이 항공사 뿐 아니라 금융, 유통, 보험, 물류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그렇다보니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사태는 그 어떤 기업에서든 유사한 사건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 교도관이 아닌 정원사처럼 조직을 운영하라.

인공지능 사업을 하는 사탈리아의 대표인 다니엘 흄은 AI 전문가답게 조직의 운영에 알고리즘을 적극 도입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흄은 사탈리아를 운영함에 있어 정교한 알고리즘 기반의 인프라를 이용합니다. 사탈리아에서는 80명의 전 직원 심지어 인턴조차도 비용을 마음대로 지출하고 관리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직제나 핵심 성과지표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효율적으로 조직이 운영될 수 있는 것은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활용해 구성원들간 상호소통 과정을 파악하고 업무 분야별로 적합한 전문 지식이 있는 직원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알고리즘 시대의 중요한 리더십으로 교도관이 아닌 겸손한 정원사처럼 활동하는 것을 손꼽습니다. 리더는 지시를 따르고 복종하도록 강요하는 역할이 아니라 앞에 나서지 않고 식물이 잘 자라도록 영양분과 공간을 마련해주는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조직 구성원들에게 정보와 자원을 제공하여 그들과 회사 양쪽에 유리한 방식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그런 조직 구성을 통해 성과를 보인 기업으로 존슨앤드존슨 비전을 사례로 설명합니다. 2014년 회사는 콘텐츠렌즈 분야에서 영역을 확대해 2030년까지 눈 건강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발표했고 이를 위해서는 매출을 기존보다 연간 40억 달러나 끌어 올려야했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회사는 계층적 사고구조와 심각한 사일로 운영 모델의 폐해를 겪고 있었죠. 이를 타파하기 위해 R&D, 마케팅, 공급체인 팀을 소규모로 하나의 팀으로 구성해 혁신 싸이클을 가속화하여 18개월만에 일회용 콘텍트렌즈를 출시했는데 당초 예상보다 6개월이나 앞당겨진 성과입니다. 이후 팟팀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뷰티 분야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추어 인플루언서와 소셜 플랫폼을 이용한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함으로써 참여모델을 변화시켰습니다. 12명으로 구성된 핵심 구성원들과 함께 뷰티 팟은 일체감을 이루고 이 채널을 통해 새로운 콘텍트렌즈를 개발하고 아큐브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었죠. 구성원들이 스스로 잘 자라도록 자원을 공급하는 정원사의 리더십 덕분에 사업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죠.


물론 뷰티팟의 구성이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는 알고리즘, AI, 머신러닝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술의 활용은 기술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잘 활용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구성과 리더십이 함께 따라주어야 합니다. 즉, 새로운 알고리즘 시대에는 데이터 과학자와 알고리즘, 머신을 일의 중심에 배치해 풀고자 하는 과제를 목표로 설정해서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에게 그 목표를 쫒을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해줘야 하는 것이죠. 존슨앤드존슨의 팟 시스템에는 데이터와 데이터 과학에 연결된 시스템과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구성원, 이를 조직화한 리더십이 있었던 것이죠.



▣ 갈수록 중요해지는 인간의 판단

기업의 사업혁신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고객 가치를 듭니다. 그런데, 알고리즘이나 데이터가 결합되면 그 고객 가치를 위한 서비스는 어떤 의미일까요? 표준화되거나 단순화된 상품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늘어난 고객정보를 이용해 한층 더 복합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다소 진부한 것일까요?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을 통해 효율성과 단순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깊은 속마음은 전혀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복잡한 고객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교한 디지털 페르소나가 구축되어야 제대로 고객을 이해하고 각 고객에 맞는 상품을 최적으로 전달해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죠. 알고리즘 시대에는 대개 기술을 기반으로 프로세스의 자동화 및 상품과 서비스의 표준화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리더들은 오히려 그와는 상반되는 역할을 해야 하죠. 즉, 고객들을 위해 다양하고 개인화된 몰입형 경험 즉 궁극적으로 인간 경험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알고리즘 시대에 난해한 인간 행동을 알고리즘이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가야 합니다. 인간 행동을 예측하는 일에 관해서 알고리즘 시스템은 그 앞에 놓인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 딱 그만큼만 능력을 발휘합니다. 특히나 새로운 환경이나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학습 알고리즘이 데이터의 패턴을 과도하게 적용할 가능성도 있죠. 이런 맥락에서 기계를 미신처럼 신봉하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 문제가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오버부킹에서 발행한 것이구요.


이를 위해서는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있는 셈이죠. 도메인 전문가가 머신러닝 프로그래머와 협업하며 잘못된 예측을 하는 알고리즘을 조정하고 기호학자가 일반상식과 유사한 규칙을 고안하든지 간에 AI 맥락을 학습시키는 일에서 인간의 역할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런 사례로 저자는 유투브의 동영상 필터링 작업을 언급합니다. 유투브는 2017년 10월에서 3개월간 동영상 8백만편을 내렸습니다. 이 영상들의 내용이 테러, 혐오 관련 것들이라 시시때때로 이런 작업들이 필요하죠. 구글은 당연히 이런 콘텐츠 필터링에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을 이용하지만 관련된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대거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학습하는데 있어 인간이 좋은 협력자이기 때문입니다. 유투브는 공식 블로그에서도 유해 콘텐츠를 제거하고 머신러닝 시스템을 훈련하는데 전문 인력은 꼭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예기된 규칙에서 벗어나 사고하고 행동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것은 알고리즘이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죠. 우리의 삶에 있어 기계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고 알고리즘의 결정을 바로잡거나 이의를 제기하고 개선하는데 있어 인간의 판단은 더욱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인간 고유의 영역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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