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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Feb 18. 2023

코닥의 딜레마에 빠진 구글

하지만, 역시 구글

ChatGPT에 화들짝 놀란 구글은 red code를 내부 발령 이후 급하게 람다 기반으로 Bard라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서비스의 홍보 영상 속에 Bard가 틀린 답을 제시하며 주가가 6% 이상 폭락했다. 사실 구글은 openAI보다 일찍이 람다 기반으로 초거대 AI 시장을 준비해왔고, 알파고를 만든 자회사 딥마인드를 통해 스패로우라는 대화형 AI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이미 기술력과 상용화 서비스까지 검증한 구글이 왜 이렇게 openAI발 ChatGPT에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구글이 급하게 준비 중인 구글검색과 연동된 Bard


바로 승자의 저주, 코닥의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하고 상용화까지 하고도, 디지털 카메라 확산의 주역이 되지 못한 것은 코닥의 캐시카우가 필름이다보니, 필름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디지털 카메라를 반길 수 없었던 것이다. IT 역사에 이렇게 기술과 자본을 갖춘 기업이 어이없게 선도 기업으로서의 딜레마에 빠진 것은 자주 목격해온 것이다. 아이폰 이전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나 카카오톡 이전 네이트온, 페이스북 전의 싸이월드가 모두 카니발라이제이션으로 혁신을 하지 못한 사례다. 이런 사례 속에 구글이 가진 한계와 극복 과제는 무엇일까?


사실 ChatGPT를 가능하게 한 LLM(Large Language Model)은 수 년전부터 진화해온 기술로 빅테크 기업들이 몰랐던 것도 아니고 이미 자체적으로 준비해오고 있는 기술이다. 게다가 OpenAI는 GPT-1, GPT-2, GPT-3를 공개하면서 이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인프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어 아무나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구글은 다르다. 이미 자체적인 LLM도 연구해오고 있었고, 이런 모델을 돌릴 수 있는 인프라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갖추고 있으며, 이를 가동하기 위한 독자적인 TPU 칩셋까지 운영할 정도로 효율적인 시스템 운영이 가능하다. 게다가 2018년에는 사람을 대신해서 레스토랑이나 헤어샵에 예약 전화를 해주는 듀플렉스라는 AI까지 발표했고, 2021년에는 미국 49개주에서 사용 가능할만큼 상용화 수준으로 선보였다. 한마디로 구글이 ChatGPT와 같은 대화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제공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일까?


구글의 2022년 4분기 매출은 760억 달러이고, 이중 검색 매출은 426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56%나 된다. 한 마디로 구글을 지탱해주는 캐시카우다. 검색어 입력창에 찾고 싶은 주제의 키워드를 입력하고 검색을 하면 관련된 단어가 포함된 인터넷 페이지가 검색 결과로 출력된다. 그렇게 보여지는 수 많은 웹 페이지 중 일부는 구글에 광고비를 지불하고 눈에 띄는 자리에 노출되는 것들이다. 그런 검색광고가 구글의 주요 매출이다. 그런데, ChatGPT는 이런 검색 서비스를 더 이상 불필요하게 만든다. ChatGPT는 검색어가 아닌 궁금한 것을 질문으로 입력(Prompt)하면 수 년간 축적한 말뭉치(corpus)를 분석해서 학습한 GPT-3.5라는 LLM이 그에 대한 답을 해준다. 그렇게 대화창에서 질문과 답을 주고 받으면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발견하게 된다. 한마디로 검색을 한 후에 이리저리 웹페이지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찾아야 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더 이상 검색광고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ChatGPT는 검색 사용량을 줄일만큼 정보 탐색 시간을 줄여준다.


구글 입장에서는 이미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검색광고를 스스로 해칠 수는 없다. 게다가, ChatGPT와 같은 방식으로 질문 하나에 답을 내는 과정에는 검색 키워드 하나에 결과물을 출력하는 것 대비 100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 실제 ChatGPT는 대화 하나에 대한 답을 내는데 수 십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사용자가 많을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실제 무료로 운영되는 ChatGPT의 운영에 하루 1억을 훌쩍 넘는 비용이 들 정도로 운영비가 많이 든다. 그래서, OpenAI는 ChatGPT를 좀 더 빠르게 사용하려는 사용자에게 월 20달러를 내고 사용하는 ChatGPT Plus 버전을 유료화했다. 그런만큼, 구글이 기존의 검색광고 매출을 포기하고 이런 대화형 지식 정보 서비스를 즉각 공개하기에는 기존 검색광고 매출 하락과 신규 서비스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2가지의 부담이 컸을 것이다.


또한, ChatGPT가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비스 품질에 대한 문제 제기도 꾸준하다. 그만큼 구글 입장에서 아직 설익은 LLM, 대화형 정보 서비스를 정식으로 런칭하기에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구글이 주저할 때 검색 시장에서 명함도 못내미는 MS가 Bing 검색엔진에 ChatGPT를 연동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MS로서는 비록 비용이 들더라도, 또 다소 품질 이슈가 있을지라도 구글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검색시장을 추적하는 만년 꼴찌 사업자로서 뭐든 해서 반전의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ChatGPT를 구글검색과 크롬 브라우저와 경쟁할 Bing과 엣지 브라우저의 공격 무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MS Bing에 연동되는 중인 ChatGPT


이런 파상공세에 더 이상 주판알만 튕기며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어 적극적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구글로서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LLM을 활용해 검색 시장을 지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도입할 것인지 심사숙고할 것이다. 그나마 구글로서는 LLM을 가동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는 자체적인 AI 반도체 칩셋인 TPU를연구 개발해왔다. MS나 OpenAI보다 방대한 인프라와 기술력으로 더 저렴한 비용으로 LLM 운영이 가능하다. 그런만큼 구글이 파상공세에 나서면 효율화된 거대 인프라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 싸워볼만하다는 것이다. 이제 숙제는 효율화되고 품질 좋은 LLM을 검색 경험을 더 고도화하면서 기존의 검색 광고 매출을 지키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ChatGPT plus처럼 사용자 대상, 기업 대상의 유료화와 이렇게 구축된 LLM을 API화하여 B2B로 판매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ChatGPT가 쏘아올린 공을 MS가 받아 가속화했고, 구글은 코닥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해 이 공을 되받아칠지 지켜보며 우리 한국의 토종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는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또한, 세계적인 LLM 고래들의 싸움에서 잠깐 비켜 있는 메타와 애플, 아마존 그리고 한국의 카카오, 쿠팡 등은 이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기존 사업을 혁신할지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ChatGPT와 달리 Bing에 결합된 LLM은 답변 내 Link가 제공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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