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AI 투자
올초 엔데믹과 함께 얼어붙었던 소비 시장이 풀리나 싶었지만, 신냉전 시대로 인한 패권 다툼과 인플레이션 상승, 금리인상, 투자감소 등으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그로 인해 팬데믹과 함께 크게 성장하고 기업가치가 오른 빅테크 기업들은 고평가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보니 올초 아마존, 구글 그리고 Microsoft와 메타는 부진한 사업부서를 정리하고 인력을 대폭 감축했다. 아마존은 아마존고 사업부를 없애고 역사상 최대 규모인 1만8천명을 해고했으며, 구글은 1월20일 1만2천명(구글 직원의 6%)을 해고했다. MS는 전체 직원의 5%인 1만1천명을 감원하고 신규 채용도 33%나 줄였다. 메타 역시 작년 11월 1만1천명 해고 이후 올해 3월에 1만명을 추가 암원했으며 이후에도 기술 인력들을 감축하고 있다. 국내 카카오 역시 계열사들의 희망퇴직과 서비스 통합, 중단을 하고 있으며 네이버 역시 네이버 영화, NFT보험서비스, 네이버오피스 등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네이버TV난 네이버 나우와 통합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렇게 빅테크 기업들은 작년말부터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돈이 마르지 않는 사업 영역이 있다. 바로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이다. 다윗 챗GPT 열풍에 깜짝 놀란 골리앗 빅테크 기업들이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AI에 대한 공세를 선언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2조 넘는 투자를 했고, 챗GPT를 오피스와 윈도우 등에 탑재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Azure 기반으로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Cloud LLM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글 역시 검색 서비스 개선에 바드라는 AI 서비스를 통합 중이며 PaLM-E라는 LLM을 로봇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구글 내 AI 연구인력을 구글 딥마인드라는 조직으로 모아 차세대 AI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물론 아마존도 타이탄이라는 자체 LLM을 개발하고 기존 AWS 클라우드에 베드록(Bedrock)이라는 서비스를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베드록에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스태빌리티 AI의 스테이블 디퓨전, 메타의 라마2 등의 여러 종류의 LLM을 서비스하고 있다. 메타 역시 SAM(Segment Anything Model), LLaMA2를 연구 개발하며 메타버스와 생성형 AI 시장에 공격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과정에서 빅테크 기업들간 쩐의 전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오픈AI의 경쟁사인 앤트로픽에는 구글이 3천억원에 이어 아마존이 무려 5조원 투자에 참여하며 오픈AI-MS간 동맹에 대항하고 있다. 당연히 다른 IT 기업들의 AI 연구, 투자에 대한 참여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3월부터 생성형 AI 개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펀드를 운영 중인데 초기 3천억원에서 6천억원 이상 2배로 늘리고 있다. 또한, 자사 솔루션에 챗GPT를 접목해 아인슈타인GPT를 운영 중이고, 30조원에 인수한 업무협업툴인 슬랙에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연동해 생성형 AI 서비스를 기존 솔루션에서 쉽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시스코가 9월 스플렁크라는 데이터 플랫폼 기업을 무려 37조원에 인수한 것도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다. 자율주행을 위한 AI 기술 개발을 해오던 테슬라 역시 7월 xAI라는 연구조직을 출범시켜 LLM 개발을 꾀하고 있다.
때아닌 AI 광풍에 숨은 승자로 주목받고 있는 nVidia 역시 옴니ML이라는 개별 사용자 디바이스에서 LLM을 작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을 2월 인수한 이후 Pi라는 AI 챗봇 서비스사인 인플렉션.AI와 동영상 생성 AI 소프트웨어 업체인 런웨이 등에 지분 투자를 했다. 또,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 역시 AI 소프트웨어 사업 확장을 위해 Nod.Labs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기술 혁신 기업에 AI 투자는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고 있다. 인력 감축과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AI는 투자 1순위인 이유다.
이런 시장 변화를 만들어낸 오픈AI 역시 AI 인접 산업으로 투자 영역 넓히며 전방위 전쟁에 뛰어들었다. 오픈AI는 일찌감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인 1X에 투자를 했고, 오픈AI CEO인 샘 알트만을 월드코인이라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또한, 휴메인이라는 웨어러블 AI 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했다. 휴메인은 AI 전용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아이폰 UX 디자인을 한 전직 애플 직원들이 창업한 회사로 Ai Pin이라는 의상에 부착하는 장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픈AI는 최근 아이폰 디자이너인 조나선 아이브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함께 챗GPT 전용 하드웨어 개발을 논의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nVidia GPU에 의존하는 작금의 AI 시장의 고비용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인 AI칩 개발을 검토 중에 있기도 하다.
이렇게 전 세계의 기술 기업들이 허리띠를 바짝 조여매는 상황 속에서도 차세대 AI 기술에 대한 투자는 늘리고 있다. 과연 우리 한국의 테크 기업들은 어떤 준비와 대처를 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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