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는 nVidia, 추격하는 OpenAI, 부활하는 퀄컴과 AMD
2023년 IT 시장 최고의 수혜주는 OpenAI가 아닌 nVidia였다. 재주는 ChatGPT가 부리고, 돈은 GPU가 벌어줬기 때문이다. 그런 nVidia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여러 신호들이 발생 중에 있다. 가장 큰 것은 OpenAI가 더 이상 재주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GPU 제작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지난 1월26일 2번째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평택 공장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SK그룹 회장과 면담했다. 1차 방한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오픈AI의 사업과 기술을 전 세계에 홍보하기 위함의 일환이었고, 이번 2차 방한은 오직 AI 칩 동맹 구축이었다. 전 세계 산업 혁신의 핵심이 된 생성형 AI 구동에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필수적이다 보니, 생성형 AI 시장을 선도하는 OpenAI로서는 다른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를 위해 AI 반도체 칩의 생산과 투자를 위한 동맹 구축에 삼성과 SK를 찾은 것이다.
게다가 전통적인 칩셋 제조사인 인텔과 AMD도 nVidia를 맹추적 중에 있다. 인텔은 가우디3라는 AI 가속기를 최근 발표했는데, 전 버전인 가우디2 대비 4배의 속도 향상을 위해 HBM 용량을 1.5배 늘리고 액체 냉각 솔루션을 이용했다. 또한, AMD 역시 데이터센터와 서버의 AI 연산을 가속하는 MI300X GPU를 출시해 오라클 클라우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메타 등의 주요 데이터센터와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nVidia의 독주를 막으려는 노력들이 다양한 빅테크 기업들에서 펼쳐지고 있다.
거기에 AI Chip에 대한 경쟁은 서버단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노트북 그리고 스마트폰 더 나아가 자동차, 로봇 등 다양한 디바이스로 그 전쟁이 확전되고 있다. 퀄컴은 전통적인 휴대폰 칩셋 제조사인데 최근 스냅드래곤8 3세대 칩을 발표했는데, 이 칩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24에 탑재된다. 삼성은 갤럭시S24를 세계 최초의 AI폰으로 1월18일 삼성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발표했다. 갤럭시S24는 통화 중 자동으로 통역을 해주고, 촬영한 사진 속 특정 영역을 동그라미로 표시해서 사진 검색을 수행할 수 있다. 이렇게 AI를 활용한 기능을 수행할 때 클라우드로 연결해서 데이터를 전송해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폰 자체에 내장된 AI를 이용해 처리된다. 그렇다보니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안 문제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폰 자체에 AI chip이 내장되어야 한다. 그렇게 AI Chip이 내장되어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기를 가리켜 On-device AI라고 부른다.
그런 AI chip을 내장한 디바이스로 애플은 A17 프로라는 애플의 7세대 뉴럴엔진을 탑재한 아이폰15 프로를 출시했고, 올해 출시될 아이폰 16에 iOS18이 탑재되면서 애플GPT 기반으로 다양한 AI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 역시 텐서 G3라는 AI 칩을 내장한 픽셀 8이라는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여기에 구글의 LLM인 제미나이 나노를 내장해 AI 폰을 본격 선보일 것이다. 그런 온디바이스 AI로 스마트폰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 노트북도 그 후보다. 지난 CES 2024에서는 nVidia가 컴퓨터에 탑재할 수 있는 고성능 AI 칩셋인 GeForce RTX 40 Super를 공개했다. 이 칩을 장착한 컴퓨터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운영하면 그 속도와 품질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즉, nVidia도 고성능 그래픽 처리를 위한 그래픽카드 칩셋을 넘어 컴퓨터의 AI 성능을 가속화해주는 AI chip 전쟁에 뛰어든 셈이다. 또,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을 위한 Exynos 2400과 TV를 위한 NQ8 AI라는 칩셋을 개발해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서버(클라우드)와 클라이언트(엣지 디바이스)에서 AI 칩셋 대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AI가 모든 디바이스와 서비스에 스며들 때, 마치 골드러시 시대에 돈 버는 사람은 곡괭이를 만들어 팔던 사람인 것처럼 AI chip이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이다. 그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