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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Nov 09. 2019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위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콘텐츠 시장의 변화

4차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불어닥친 산업 분야는 미디어, 콘텐츠 산업입니다. 그 이유는 미디어와 콘텐츠는 디지털화가 다른 산업 영역에 비해 쉽고 적합하기 때문에 변화의 바람을 가장 먼저 겪었죠. 언론사, 방송사 그리고 수 많은 콘텐츠 기업들이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 등으로 인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위기와 기회를 겪어왔습니다. 이 산업에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어 닥쳤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잊혀진 동네 가게들

여러분은 만화를 어디서 보나요? 음악은 어떻게 듣죠? 집에서 영화는 어떻게 보시나요?

1980~1990년대에 동네 주변에 만화방, 레코드판 가게,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오락실을 자주 갔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를 PC방이 대신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가게들은 무엇으로 대체되었을까요?


만화방은 웹툰으로, 레코드판 가게는 멜론으로, 영화는 넷플릭스로 대체되었습니다. 오프라인에 존재하던 가게들이 온라인으로 바뀐 것이죠. 그리고, 그 자리는 특정한 기업 한 두 곳이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동네 만화방이야 전국적으로 수 만 곳이 넘으며 여러 개인들이 운영하던 소상공인이었는데, 웹툰은 네이버와 다음 그리고 일부의 웹툰 스타트업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파편화되고 분산된 시장이 하나로 통일되었습니다. 음악도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음악이나 영화는 한국 기업 외에도 유투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지배적 사업자로 우뚝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콘텐츠 산업이 오프라인과 아날로그에서 온라인과 디지털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들을 보면 대부분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PC 그리고 IPTV로 보고 듣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책도 전자책으로 보는 경우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콘텐츠를 본지가 오래되었습니다. 헤어샵이나 도서관에서도 잡지나 책보다는 스마트폰, 노트북을 보는 경우가 더 많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새롭게 재편된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 개인들은 위기에 빠졌습니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듯이 수 많은 콘텐츠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틀면 바로 나오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우리고 보고 듣는 모든 매체의 콘텐츠가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제공되는 콘텐츠들


▣ 초라해진 미디어 권력

신문, 잡지, 방송도 마찬가지입니다. 1990년 전을 기억해보면 매일 아침 현관 문 앞에 배달되어온 신문지를 보던 아버님, 매월 잡지를 구독해서 보던 어머니 그리고 저녁 9시에 거실에 모여 뉴스를 보던 가족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이런 모습이 사라진지 오래죠. 신문은 네이버 실시간 이슈 검색어와 다음의 미디어다음 뉴스를 통해서 보고, 잡지는 블로그나 전문 커뮤니티인 카페, 밴드, 카카오스토리로 대체되었습니다. TV 방송은 카카오TV나 유투브 등을 통해서 보고 있습니다.


신문사와 방송사가 가지고 있던 헤게모니는 퇴색되었습니다. 100만부를 넘던 신문사의 발행부수는 수 십만부에 불과하고 실제 신문지를 보는 구독자도 거의 줄어들어 신문에 광고하는 효과가 유명무실해지고 있죠. 잘 나가던 드라마 시청률이 20%도 채 되지 않습니다. 10년 전문 해도 50%를 훌쩍 넘던 시청률이 반토막이 난 것은 TV 앞에 있는 시청자들이 줄었기 때문이죠.


라디오, TV, 신문지에서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하드웨어 채널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도 바뀌었습니다. 웹과 앱을 통해서 콘텐츠와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보느냐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신문을, 방송을 보고 듣고 있지만 신문지, TV, 라디오가 아닌 네이버, 다음, 유투브, 팟캐스트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같은 것을 보지만 다른 곳에서 본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그 곳이 곧 미디어 권력이 모이는 지점이죠. 그런 면에서 더 이상 기존의 미디어들이 그 지점을 장악하고 있지를 못합니다. 그곳은 ICT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플랫폼을 만들어 기존과 다른 경험을 제시하면서 지배하고 있습니다.


▣ 사용자 접점의 중요성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 미디어의 소비자 즉 독자와 만나는 접점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존의 콘텐츠 사업자와 미디어 사업자들이 공고히 했던 고객과의 접점을 인터넷 세상이 펼쳐지면서 놓친 것이 사실입니다. 새로운 인터넷 세상에서 새로운 미디어 채널이 등장하며 기존의 콘텐츠, 미디어 사업자는 고객과의 접점을 잃은채 인터넷 채널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공급업체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세상에서 사용자와의 접점은 새로운 디바이스의 출현과 새로운 앱, 서비스의 등장으로 언제든 뒤집혀질 수 있습니다. 야후와 라이코스 그리고 프리챌과 싸이월드를 보면 알 수 있죠. 페이스북 이전에 마이스페이스닷컴이 있었고, 카카오톡 이전에 네이트온이 있었습니다. 한 때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후 대처를 못해서 기회를 놓친 것이죠.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디바이스는 생물처럼 진화하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그리고 스마트 스피커와 사물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기기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도 역시 발전하고 있습니다. 디바이스가 바뀌고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사용자와의 접점도 바뀔 수 있습니다. 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됩니다. 그렇게 언론사, 방송사 그리고 동네 주변의 음반, 비디오, 만화 가게들이 고객을 놓쳤습니다. 지금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들이 내일도 여전히 헤게모니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새롭게 바뀌는 디지털 기술의 변화 속에서 숨은 강자가 언제든 그 대신할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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