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살 찌푸리게 하는 AI Slop

AI로 인한 인터넷 콘텐츠들의 하향 평준화

by OOJOO

생성형 AI는 일부 얼리어답터나 전문가들만의 도구가 아니다. 즉, 비즈니스나 영상 편집, 인플루언서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 속에서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재테크 상담이나 아이 양육과 진로, 사랑과 우정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범용 도구이다. 그렇다보니 인스타그램이나 유투브, 틱톡 등에는 AI가 만들어낸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에도 AI가 만든 글들이 넘쳐난다. 콘텐츠가 조금이라도 의아하고 평범하지 않다면 “AI로 만들었나?”를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된다.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읽고 보고 나면 묘하게 찜찜한 감정이 남는 콘텐츠가 폭증하고 있다. 그런 콘텐츠들은 미간을 찌푸려지게 하고 이런 현상을 AI Slop이라고 한다.


최근 가장 많이 관찰되는 AI Slop의 전형은 ‘의미 없는 요약’과 ‘과잉된 감정 표현’이다. 예를 들어 뉴스 요약 콘텐츠를 보면 사실관계는 맞지만 왜 중요한지에 대한 맥락은 사라지고 무미건조한 단어의 나열들이 그럴 듯하게 정렬되어 있을 뿐이다. 이미지와 영상은 더하다. 신기하고 주목할만큼 자극적인데 막상 보고 나면 이게 무슨 의미인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가 혼란을 가중시킨다. 사업적인 인사이트를 주는 근사한 인포그래픽과 슬라이드, 도표와 다이어그램들 역시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고 비주얼한데 자세히 보면 일부 글자가 왜곡되거나 비슷한 스타일이라 금새 AI로 생성된 것이네 하는 생각에 피로감이 든다. 한마디로 날 좀 봐주세요 하는 AI로 치장한 콘텐츠들이 넘쳐 나는데 왜 이걸 봐야 하는가에 대한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현상으로 인해 사용자의 경험 차원에서 이미 행동 변화를 만들고 있다. 급격하게 주목받은 인기 영상은 자세히 살펴보고 의심하고 유사한 스타일의 영상들을 무시하게 한다. 그런 영상을 무분별하게 생성하고 실어 나르는 계정은 팔로우를 취소하고 무시하게 된다. 더 나아가 SNS의 “추천 피드”를 덜 신뢰하게 되었고 알고리즘이 띄워주는 콘텐츠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AI Slop이 단순히 콘텐츠 품질 문제를 넘어 플랫폼의 신뢰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체류 시간은 유지되지만 신뢰와 충성도는 서서히 침식되는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시장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브랜드 마케팅 영역에서는 “AI로 만든 것처럼 보이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브랜드는 광고 이미지와 카피에서 AI 활용 여부를 명시하거나 오히려 ‘사람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는 한동안 ‘AI 활용 능력’이 경쟁력이었던 흐름이 다시 ‘인간의 개입과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일부 되돌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AI Slop의 구조적 원인은 기술 자체에 있다. 대규모 생성 모델은 평균값에 가까운 결과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낸다. 문제는 이 평균값이 인간 사회에서는 가장 안전하지만 가장 무의미한 지점이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에게 거슬리지 않는 표현은 동시에 누구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이 콘텐츠가 대량으로 유통되면 사용자는 정보 과잉이 아니라 의미 결핍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결국 사용자는 더 강한 자극이나 더 극단적인 주장으로 이동하거나 반대로 디지털 공간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한마디로 AI가 만들어낸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서 인터넷 상 콘텐츠가 하향 평준화가 되고 있다.


앞으로 AI Slop은 자연스럽게 두 갈래의 시장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저비용·대량 생산 콘텐츠 시장으로 이 영역에서는 AI Slop이 오히려 기본값이 된다. 다른 하나는 신뢰와 맥락, 책임이 중요한 고부가가치 콘텐츠 시장이다. 이 영역에서는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했는지, 저작자가 무슨 서사를 가지고 왜 만들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 사용자의 경험은 더 양극화될 것이며 플랫폼 역시 이 두 시장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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