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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Jun 19. 2020

스마트폰 디자인 혁신과 디스플레이

폼펙터의 변천사와 향후 전망

꼴이란 사람의 모습이나 행색을 말하거나 사물의 형태를 뜻한다. 첫 눈에 꼴을 보면 대략 그 사람이나 사물의 됨됨이와 가치를 알 수 있다.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노트북 그리고 스마트폰도 꼴을 보면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을 예측해볼 수 있다. 모바일 기기의 꼴이 어떻게 변천해왔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만들어졌는지 살펴보면 앞으로 모바일 기기가 어떻게 진화해갈지를 전망할 수 있다.


➤ 폼터가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폼팩터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영역은 컴퓨터이다. 컴퓨터는 여러가지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면을 출력해주는 그래픽카드, 각종 파일과 소프트웨어가 저장되는 하드디스크, 사람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CPU와 메모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품들로 구성된다. 이렇게 다양한 장치들이 서로 연결되어 컴퓨터가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중계하는 중앙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메인보드이다.


그런데 이들 장치들이 각자 정해진 표준 규격없이 마구잡이로 제작된다면 서로 연결할 때 중구난방이 될 수 있다. 즉, 컴퓨터의 폼팩터가 정해져 있어야 이것을 기준으로 제품들의 크기나 형태가 정해져 그에 맞게 부품들이 제작될 수 있다. 그래야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교체할 때에 낭패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


폼팩터가 확실하게 자리 잡으면 관련된 액세서리와 부품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만일 컴퓨터의 폼펙터가 표준화되지 않았다면 컴퓨터를 구성하는 부품들의 크기나 구성이 제 각각이어서 부품 하나를 추가했더니 컴퓨터 케이스를 바꿔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컴퓨터에 USB 인터페이스가 지원되는 것을 기본적인 표준으로 약속했기 때문에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는 키보드, 마우스, USB 드라이브와 PC카메라 등도 다양한 회사에서 출시하더라도 문제없이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 입장에서 특정한 부품을 교체할 때 호환이 되는지 일일히 체크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일례로 전구의 폼팩터가 정해져 있기에 그 기준에 맞게 전구를 사서 전등에 꽂을 수 있다.



➤ 휴대폰 10년의 폼팩터 변천사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기 이전의 휴대폰 즉 피쳐폰은 다양한 폼팩터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금의 스마트폰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으로 좀 더 편하게 휴대하고 기기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휴대폰의 폼팩터가 바뀌면 그만큼 사용자 편의성이 커질 뿐 아니라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다. 물론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련미도 얻기도 한다. 특히 휴대폰의 폼팩터는 다른 기기와 달리 늘 휴대하며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심미적인 요소 또한 중요하다. 폼팩터가 제한적이면 디자인의 자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폼팩터의 기준은 휴대폰의 기능, 편의성,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처음 휴대폰이 나올 때만 해도 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막대기식으로 기다란 직사각형의 형태로 액정화면과 10여개 넘는 조작 버튼들이 노출되어 있었다. 최초의 휴대전화인 모토로라 제품 이후 노키아 등에서도 이런 형태로 휴대폰이 설계되었다. 이것이 스마트폰 초기에도 이어져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이렇게 액정화면과 버튼이 노출된 사각형의 폼팩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플립형태의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노출된 조작버튼을 보호하고 디자인도 훨씬 예뻐졌다. 돌출된 버튼들이 보기에 좋지 않고 먼지 등의 이물질이 들어가기 쉬운데 플립형태의 폼팩터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이 폼팩터 덕분에 스카이 폴더폰과 모토로라 레이저 폴더블 폰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초기 플립형태의 폰과 달리 액정화면까지도 안으로 접혀 노출되지 않도록 개선되면서 두께를 얇게 만들어 디스플레이도 보호하고 디자인도 더욱 세련되어갔다. 두께를 얇게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은 국내에서 개발한 얇은 키패드 기술 덕분이었다.


이렇게 바 형태에서 플립이 등장한 시기가 2000년대 중반으로 이때부터 폼팩터는 더욱 다양해지면서 진화를 거듭해갔다. 2005년 LG전자에서 출시한 초콜릿폰은 슬라이드 방식을 채택해 아래에서 위로 올리면 그 아래 숨겨졌던 버튼이 등장하는 방식의 슬라이드폰이었다. 기존 바 형과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버튼이 평소에는 숨겨져 있어 제품 크기가 작아 주머니에 넣기 적합한 크기였다. 삼성전자 역시 문근영폰이라고 한 손에 쏘옥 들어오는 크기로 그립감이 좋은 슬라이드 폰을 출시했다.


이후 모토로라의 스타택이라는 폴더폰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폴더폰 시대가 개막되었다. 플립형과 다른 점은 폰 전면 전체를 덮어주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플립형은 커버가 본체 아랫부분의 키패드만 덮어주기 때문에 반쪽만 커버한다. 반면 폴더폰은 키패드 뿐 아니라 액정 화면 전체를 모두 덮어준다. 폰 전체를 덮어주어 버튼이 잘못 눌리거나 액정이 완벽하게 보호된다. 기존 폰의 크기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쉽게 휴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폼팩터이다.


폴더폰의 대인기로 이를 변형시킨 폼팩터들도 등장했다. 반으로 접으면 디스플레이를 전혀 볼 수 없어 전화가 걸려왔을 때 누구인지 확인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폰을 펼쳐봐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접은 상태에서도 간단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폰 바깥쪽에 작은 디스플레이를 추가하기도 했다. 또한 펼친 화면을 가로로 회전해서 좌우 넓게 볼 수 있도록 해준 삼성의 가로본능폰도 독특한 디자인과 DMB 방송을 넓게 볼 수 있다는 편리함으로 사랑을 받았다.


이후 2000년대 후반에 아예 키패드없이 전면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구현되어 터치로 조작하는 풀터치폰인 LG전자의 프라다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 스마트폰이야 당연한 폼팩터이지만 당시에는 키패드 버튼없이 전면 전체가 디스플레이로만 구성된 디자인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이어서 삼성전자 역시 울트라터치폰을 선보이면서 휴대폰 시장에 고가의 풀터치 제품 경쟁이 시작되었다.


➤ 스마트폰의 혁신은 디스플레이에서

2000년대 휴대폰 시장이 물리적인 크기, 형태 그리고 키패드의 구성 위주로 진화해갔다면 스마트폰의 폼팩터는 그와 다른 방식으로 혁신해오고 있다. 우선 2000년대 이전의 초기 스마트폰은 피쳐폰의 바형과 비슷하다. 대표적인 스마트폰인 블랙베리는 키패드가 숫자가 아닌 타이핑을 할 수 있는 키보드가 내장되어 복잡하다는 것만 다를 뿐 기본 형태는 초기 피쳐폰과 비슷하다.


이후 아이폰과 삼성의 옴니아폰, 갤럭시폰 등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의 폼팩터는 마치 피쳐폰의 마지막 폼팩터였던 풀터치처럼 물리적인 버튼이 거의 없고 디스플레이로만 구성되었다. 그렇다보니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해상도를 높이고, 베젤을 더욱 얇게 만드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스마트폰 폼팩터의 혁신을 이끌었다.



역대 갤럭시S 시리즈의 진화 과정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첫 갤럭시S는 4인치의 슈퍼 아몰레드로 480x800 해상도를 지원했고, 갤럭시S3는 4.8인치로 커지고 720x1280 해상도로 개선되었다. 이후에도 갤럭시 시리즈는 진화를 거듭한 끝에 갤럭시S10은 6.1인치에 3040x1440 해상도에 다이나믹 아몰레드 듀얼엣지가 탑재되었다. 특히, 초음파식 온스크린 지문인식 기능이 내장되어 디스플레이에 인증 기능까지 제공된다.

물론 디스플레이의 형태도 진화해왔다. 2013년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라운드는 오목렌즈처럼 화면을 구부려 그립감을 높이고 시각적 몰입도를 향상시켰다. 이를 위해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서 천편일률적인 평평한 스마트폰의 화면 디자인에 변화를 주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평평한 화면에 익숙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지는 못했고, 2014년 삼성은 갤럭시 노트에 엣지 디자인을 선보인다. 화면 전체가 아니라 측면부가 곡면으로 마감되어 측면의 디스플레이에 상황에 따라 사용 가능한 가상의 버튼들을 배열하고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의 사용성이 더욱 커졌고 색다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었다.


엣지 디자인의 탄생은 곧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배젤을 최대한 줄여 아름다운 외형을 위한 경쟁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베젤이 없는 스마트폰을 가능하게 했다. 베젤이 없게 되면 훨씬 커진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며 디자인도 한층 세련되어진다. 일례로 게임이나 영화 등을 볼 때에 빈공간없이 스마트폰 화면 전체에 가득하게 콘텐츠가 보여지므로 몰입감이 극대화된다.


최근 스마트폰의 폼터는 다시 피쳐폰의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피쳐폰에서 초기 바형이 폴더블 형태의 접히는 것으로 진화하며 화려한 디자인으로 선택지가 다양해진 것처럼 스마트폰도 그렇게 진화하고 있다. 2019년 초 삼성이 발표한 갤럭시 폴드를 출시했고 1년 후 2020년 2월에 갤럭시 Z 플립을 출시했다. 2개의 폴더블폰을 출시했고, 이 제품은 좌우 혹은 상하로 접힌다. 갤럭시 폴드는 마치 스마트폰을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Z 플립은 스마트폰을 더 휴대하기 쉽게 하면서도 성능과 기능은 유지시켜준다. 이런 폼팩터가 가능한 이유는 접는 유리 즉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덕분에 스마트폰의 디자인도 다양한 형태로 구성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10년 전 휴대폰에 플립 커버와 폴더폰이 피처폰 디자인에 영감을 준 것처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앞으로 스마트폰 디자인 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 모바일 기기의 폼터 미래는

10년간 진화한 피쳐폰의 마지막이 풀터치였던 것처럼, 스마트폰의 10년 진화 끝은 완벽한 풀터치 화면이다. 단, 그런 완전한 디스플레이가 선보이기 위해서는 각종 부품과 센서를 화면 안으로 배치해야 하는 기술과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가 구부러지고 접혀져야 한다. 즉, 앞으로의 스마트폰 진화는 디스플레이가 발전해가면서 이끌어갈 것이다.


이미 스마트폰이 접히기 시작하면서 더 다양한 요구와 변화가 일렁이고 있다. 스마트폰의 전면 디스플레이 상단에는 여전히 화면이 출력되지 않는 배젤이 있다. 그곳에 카메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차세대 기술로 개발 중인 Under Display Camera(UDC)는 카메라 렌즈를 디스플레이 안쪽에 배치해서 상단의 배젤조차 없앨 수 있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스마트폰 내 카메라 렌즈가 사용하는 구멍이 사라지게 된다. 이 구멍이 사라지게 되면 디스플레이 전체 100%에 온전히 화면 출력이 가능해져 가독성과 몰입감이 커질 것이다.


또한, 이미 컴퓨터 성능과 비교할 때 견주기 충분한 스마트폰을 컴퓨터처럼 이용하는 것도 일반화될 것이다. 이미 2017년 처음 등장한 삼성의 덱스는 스마트폰에 독에 꽂은 후, 독에 HDMI로 연결된 모니터를 출력장치로 사용하고, USB에 연결된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USB 드라이브의 파일을 이용할 수 있다.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스마트폰에 꽂아서 사용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스마트폰의 폼팩터는 이렇게 디스플레이의 진화에 따른 내부의 변화와 스마트폰을 외부와 연결하는 용도로의 확장으로 구분되어 발전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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