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업에 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AI 패러다임
매년 1월 라스베가스에서는 전 세계의 기술 트렌드와 전자기기의 동향을 읽을 수 있는 CES가 열린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열리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All-digital로 개최되었다. 매년 15만명 이상이 찾던 글로벌 컨퍼런스가 완전히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참여 업체의 수는 크게 줄었고 언론의 주목도 작년만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의 기술과 산업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진단할 수 있는 키노트와 전시들이 오히려 부각되었다.
▣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CES 2021에서는 매일 기조연설이 발표되었고 작년보다 2개가 많은 9개가 소개되었다. 이중 주목할 점은 GM, 베스트바이, 월마트, 워너미디어 등의 전통 산업 영역의 기업들이 팬데믹 시대의 기업 혁신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이들 발표의 주된 내용은 세계적으로 위기의 시대이지만 디지털 기술을 사업 혁신에 활용해 미래 비전을 찾아가겠다는 것으로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것이다.
또한, 중장비 업체인 John Deere는 AI를 활용해 트랙터의 자율주행을 통해 농작물 수확 작업의 효율성을 향상시켜 농업 생산성 증대를 위한 기술을 선보였다. IBM은 ProMare라는 해양연구 단체와 협력해 자율주행 선박을 개발해 선장이나 승무원없이도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보트를 소개했다. 이들 제품은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또한, Petplus Lab은 AI를 접목한 개 목걸이를 소개했는데 이 제품을 이용하면 강아지가 짖을 때 이를 분석해 행복, 불안, 분노, 슬픔, 이완 등의 5가지로 감정 상태를 알려준다. 그리고, Moen이라는 회사에서는 수도꼭지에 인터넷을 연결해 수도 사용량을 통계 데이터로 제공해 분석해 물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주기도 한다.
사실 CES는 가전기기 업체와 컴퓨터, 자동차 등의 전자 전문 기기업체들의 최신 상품과 최첨단 기술이 소개되는 컨퍼런스인데 올해는 특히 전자기기와 무관한 전통산업 영역의 기업들이 상품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서 혁신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전시 업체 중에는 뷰티산업의 로레알과 소비자 산업의 P&G 등도 있었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업 혁신이 전산업 영역에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재택수업, 재택근무가 늘어가면서 집에서 보다 파워풀한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을 필요로 하는 시장 변화에 맞게 고사양 노트북과 대화면 모니터, 깨끗한 음질을 지원하는 이어폰과 헤드셋 등이 다양하게 선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앉아 있는 시간이 늘면서 불편함을 덜어주고 허리를 편안하게 받쳐주는 의자와 비품들도 주목받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기기들은 CES Innovation Award를 수상하면서 팬데믹으로 인한 수혜주가 되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BM혁신을 추진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이런 트렌드는 어제 오늘이 아니라 2015년경부터 시작되었다. 단 당시는 구글, 아마존 그리고 네이버와 카카오와 삼성전자와 SKT 등의 ICT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전통산업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가져온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전통기업들의 사업에 위기를 가져왔고, 이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의 도구로서 디지털 기술이 필수가 된 것이다. 이번 CES에서는 그런 전통기업들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혁신적인 상품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솔루션들이 소개되었다.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의 사업과 상품은 유지한채 기업 내부에서 프로세스와 생산 공정의 효율화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응용하는 것이다. 20여년 전에 ERP나 CRM 등으로 기업 혁신을 했던 것처럼 이제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AI 등을 통해 기업 내부의 프로세스 혁신이 이루어져 비용 절감과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 모델이 바뀌거나 상품을 혁신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상품에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익구조를 가져가며 BM 혁신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기술로 사물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 그리고 사업 혁신 모델로서 플랫폼 비즈니스와 공유경제, 구독경제 등이 활용된다.
▣ 공기처럼 되어 버린 AI
CES에서는 2017년 즉 4년 전부터 AI가 핵심 키워드로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올해도 AI는 어김없이 주요 아젠다 중 하나였다. 차량의 자율주행에 적용된 AI는 이미 3년 전부터 CES에서 소개되어왔고 이미 테슬라와 구글 웨이모는 물론 자동차 업계에서도 관련 기술과 솔루션을 발표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번 CES에서는 이같은 기술들이 이제 자동차 이외에 다양한 특수차에 적용될 수 있는 수준으로 상용화되면서 보다 폭넓은 사업 현장과 우리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선보였다.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구글의 웨이모 5세대는 실제 상용 가능 수준의 솔루션으로 향후 차량 자율주행은 모빌리티 서비스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공유차와 운송과 로컬 배송 등의 영역에 적용되면서 자동차의 바퀴나 운전대처럼 기본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해갈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 이외에도 여러 산업 분야에 AI는 전방위로 확대되어 갈 것이다. 이같이 기업의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AI를 Industrial AI, B2B AI라고 부른다. 화학, 에너지, 유통, 제조, 농업 등의 산업과 생산, 마케팅, 영업, HR 등의 업무 영역에 AI가 도입되어 사업과 일을 효율화하는 것은 기업이 경영혁신을 하는데 기본이 되어갈 것이다.
또한, AI가 우리 일상에서 마치 웹 검색이나 모바일 메신저처럼 사용자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이를 Front AI라고 부른다. 작년에 이어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스마트홈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AI가 핵심 역할을 하고, 그 가운데 AI Assistant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양한 사물 인터넷 기기들이 클라우드에 연결되어, 데이터가 수집되고 이 데이터를 AI가 분석해서, 스마트 스피커 등을 이용해 자동화된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AI Assistant가 대표 채널이 되는 것이다.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SKT 누구, 네이버 클로버, 카카오 i, 삼성전자 빅스비 등이 그런 AI Assistant이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Home economy가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그 와중에 집안의 사물들도 인터넷에 연결되어 자동화된 편의를 제공하는데 AI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앞으로 가전기기를 넘어 각종 조명기구와 CCTV, 가구 그리고 전자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AI와 연동되면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때 빅테크 기업의 AI는 이같은 사물인터넷 기기를 연동해 서비스 자동화를 만드는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제조업체들은 어떤 AI에 연동해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상품을 어떻게 인터넷에 연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AI 외에도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MR 등의 다양한 기술들을 이해하고 이를 기업의 경영혁신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며, 앞으로 전통산업 영역의 기업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