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수업의 말들
정식 수업은 끝났지만, 사진을 조금 더 배워보기로 했다. 이제 아주 조금 사진의 세계를 알 것만 같은데 손을 놓기가 싫었다. 감각이 흐릿해져서 결국 사라지는 걸 또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을 더 듣고 싶었다.
선생님께 수업을 들을 때면 사진의 기술을 익히기보다는, 사진으로 인생을 배워가는 느낌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들려주셨다. 그 말들을 오래 붙잡고 싶다.
수업 첫 시간에 들었던 이야기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내 이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같은 공간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것을 본다. 아름다운 눈, 즉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고 있을수록 아름다운 이야기가 보인다.
선생님께선 “표현되지 않은 사진은 사진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을 사진기라는 기계를 통해 어떻게 잘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작품이 탄생한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무턱대고 셔터를 누를 게 아니라 “어떤 거리, 어떤 각도, 어떤 생각으로 잘라볼 것인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사진을 찍는지”를 떠올리자.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이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수업을 들을수록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사진은 빛으로 그려내는 그림이기에, 마치 화가가 된 것처럼 빛을 이용해 의도대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다. 빛이 중요하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선생님께서는 날씨가 궂을수록 사진을 찍기 좋다고 하셨다.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배우면서 “모든 날이 좋았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건 “내 사진기가 폭력이 되면 안 된다”는 거였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피사체는 내가 어떤 의도로 그들을 찍는지 안다고 하셨다. 거짓말하지 않고 선한 영향을 주는 사진을, 이왕이면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는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사진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선생님께서 하신 첫 말씀이다. 몇 개월 전 야외 실습을 나갈 때 들었던 조언이 떠올랐다. 카메라를 어떻게 조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내게, 선생님께선 회사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보라고 하셨다. 결국엔 어느새 익숙해져 있듯이 사진도 계속하다 보면 그렇게 될 거라고 하셨다. 그때였던 거 같다. 이 역시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단단한 믿음이 생겼다.
선생님께서는 내게 어떤 자세로 새로 임할 것인지 물어보셨다. 우선 매일 다섯 장은 찍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러다 보면 낙숫물이 댓돌을 뚫을 때가 아주 천천히라도 찾아오리라 믿는다.
사진으로 무언가가 될 생각은 없다. 단지 원하는 대로 내 생각을 한 장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사진을 찍고 싶다.
사진 수업을 시작한 후에, 사각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렇게 바라보면 평범했던 세상은 어느새 반짝이는 작품이 된다.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문장
가까이 가는 것을 두려워 말 것, 좌우 앞뒤로 움직일 것, 사진을 많이 찍을 것, 베끼지 말 것,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시각을 가질 것.
- 일라이 리드(미국 출신의 매그넘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