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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용 Jan 20. 2017

연결의 완성은 ‘생활 플랫폼’ 김학용 순천향대 교수

인공지능 비서 관련 Tech M 2017년 1월호 기고글


글로벌 ICT 기업들이 스마트홈 시장의 주도권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기업은 찾기 어렵다. 스마트홈 플랫폼의 역할이 디바이스 연결과 기능 제어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서비스 지향형 플랫폼 사업자의 출연이 절실하다. 즉, 스마트 디바이스를 PC나 스마트폰처럼 기존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홈은 사물인터넷(IoT)과 관련해 가장 먼저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 중의 하나다. 실제로 주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스마트홈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스마트홈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거나 눈에 띄게 성공한 기업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마트홈 관련 기업들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스마트홈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마트홈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단일한 스마트홈 플랫폼 표준이 스마트홈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될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따라서 플랫폼이 스마트홈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스마트홈 서비스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지 살펴보고 스마트홈 플랫폼이 가진 한계 및 해결해야 할 이슈, 그리고 전망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홈 플랫폼은 가정에서 사용되는 디바이스들이 단독으로 혹은 다른 가정용 디바이스들과 연결되어 자동화된 기능 혹은 자율화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를 위해 스마트홈 플랫폼은 유무선 통신기술을 이용해 연결된 디바이스들을 관리하고 디바이스들이 제공하는 기능이나 동작에 대한 정책을 관리하게 된다.

문제는 서로 다른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들을 연동시키기 위해 공통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홈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홈 플랫폼을 장악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파한 기업들이 자신들만의 통신 프로토콜이나 서비스 API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며 독자적인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가전제조사의 경우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 지멘스와 보쉬의 ‘홈커넥트(Home Connect)’, 밀레의 ‘밀레앳홈(Miele at Home)’과 같은 스마트홈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생산한 가전제품들이나 혹은 일부 제휴사에서 생산한 제품들만 수용한다.

마찬가지로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들도 이들이 제공하는 스마트홈 플랫폼이나 개발 키트의 규약을 따르는 일부 제품들만 지원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이동통신 3사가 자체 구축한 IoT 플랫폼을 중심으로 스마트홈 생태계를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디바이스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서로 다른 3개의 플랫폼을 지원해야만 모든 통신사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바이스 제조사들은 스마트홈 시장을 주도하는 사업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거나 혹은 OCF(Open Connectivity Foundation)가 주도하는 것과 같은 전 세계적인 단일 표준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설령 스마트홈 시장을 주도하는 사업자나 전 세계적인 단일 표준이 개발된다고 해서 스마트홈 시장이 활성화 될 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는 스마트홈 플랫폼의 역할이 단순히 디바이스를 연결하고 기능을 제어하는데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즉 커넥티드 디바이스 중심의 스마트홈 서비스는 사용자들에게 편리함을 주기는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이 고객들이 원했던 것이 아닌 막연한 편리함이거나 정량화가 어려운 것들이어서 이에 대한 사용자들의 지불 의사나 반복적인 이용 의사가 매우 낮다.



디바이스와 서비스 연결이 관건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디바이스들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서비스 지향형 플랫폼 사업자의 출연이 절실하다. 즉, 스마트 디바이스를 단순한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PC나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기존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스마트 냉장고를 이용해서 식재료를 구매하거나 요리 레시피 혹은 스트리밍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들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용자 및 서비스 제공자에게 구체적인 혜택과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면 사용자들은 스마트홈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스마트홈 플랫폼을 이용하는데 적극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은 2015년 98억 달러에서 2020년 430억 달러 규모로 급증하며, 같은 기간 이용될 스마트홈 기기수도 703만 대에서 4415만 대로 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스마트홈 시장의 경우도 2015년 2억 달러에서 2020년 13억2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시장 전망이 대부분 디바이스만을 기반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국내 스마트홈 시장과 관련해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서는 스마트TV, 홈엔터테인먼트 기기, 스마트 융합 가전 등과 같은 소비자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국내 스마트홈의 초기 시장은 스마트 아파트를 구축하는 건설사와 여기에 스마트홈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국내의 경우 주로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가정에서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대화형 스피커나 서비스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디바이스를 연결할 때가 아니라 디바이스를 기존 비즈니스의 활성화 수단으로 이용할 때 스마트홈 생태계가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시장조사기업들의 전망치보다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사실은 스마트폰 중심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통해서 이미 확인되고 있으며,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D2O(Device to Offline) 서비스를 통해서 더욱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D2O는 디바이스의 특성에 따라 디바이스를 통해 치킨이나 피자와 같은 음식 배달에서 세탁이나 집안 청소와 같은 홈서비스 제공과 같은 오프라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음악 스트리밍이나 동영상 스트리밍과 같은 콘텐츠 서비스, 그리고 온라인 쇼핑 등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다.

즉, 스마트홈 플랫폼은 단순히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기능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스마트홈 디바이스와 기존의 서비스를 연결시킴으로써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꿀 수 있어야만 숨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IoT 디바이스들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홈 디바이스도 결국은 사용자들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그로 인해 자주 이용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들은 스마트홈 서비스(플랫폼)를 이용하기 위해 결코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일차적인 수혜자가 될 서비스 사업자들이 스마트홈 플랫폼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저렴하게 디바이스를 보급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현재의 스마트홈 서비스는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서 이루어지지만, 앞으로는 음성인식이나 동작 인식과 같은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 기술을 이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집이라는 곳이 통상적으로 여러 명의 가족이 함께 거주하고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러한 스마트 인터랙션 기술들을 이용할 때는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자를 인식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나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과 관련된 정보에 혼선이 생기게 되며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이슈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스마트홈 서비스의 경우, 플랫폼을 통해 가족 구성원은 물론 이들이 이용하는 디바이스 및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종합적으로 관리된다. 따라서 만약 스마트홈 플랫폼이 해킹된다면 문제가 매우 심각해진다.

디바이스의 이용 패턴을 바탕으로 개인의 사생활이나 관련 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추운 날 보일러가 동작하지 않거나 스마트 도어록 해킹을 통한 절도 사건이 발생하는 등 생활의 불편 및 안전사고와 같은 물리적인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스마트홈 디바이스에 대한 해킹으로 인해 현실세계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CPS(Cyber-Physical Systems) 보안 문제에 선제적이며 종합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스마트홈 디바이스도 결국은 사용자들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그로 인해 자주 이용돼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들은 스마트홈 서비스(플랫폼)를 이용하기 위해
 결코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홈 플랫폼 표준 절실

 또 스마트홈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기술 표준이 하루 빨리 완성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들은 서로 다른 스마트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여러 개의 스마트홈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는 사용자와 관련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다양한 스마트홈 디바이스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를 제한하게 될 것이다.

지난 9월 SK텔레콤은 대화형 스피커인 ‘누구(Nugu)’를 출시했다. 누구를 이용하면 음성 명령을 통해 스마트홈 디바이스를 제어하는 것은 물론, 피자나 치킨을 배달시킬 수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필요한 생필품을 주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SK텔레콤은 최근에 스마트홈 선납요금제도 출시했다. 타 통신사들이 하는 것처럼 매월 일정액을 스마트홈 플랫폼 이용료로 내는 대신 앞으로는 스마트홈 디바이스를 구매할 때 한번만 내면 된다. 이러한 행보는 SK텔레콤의 스마트홈 전략이 더 이상 디바이스를 연동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서비스를 중개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진정한 생활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해외 스마트홈 플랫폼 사업자에게서는 일찍부터 발견됐다. 이들은 기존에 자신들이 제공하던 서비스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서비스 사업자들에게도 관련 생태계를 개방하는 전략을 취했다.

즉 자신들의 사업을 활성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다양한 서비스 중개에 따른 수수료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스마트홈 플랫폼 사업자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 사업자나 서비스 이용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준다.

특히 서비스의 이용과 관련된 정보는 서비스 사업자에게는 마케팅 기회 및 새로운 상품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결국 스마트홈 플랫폼은 온라인 포털과 비슷한 생활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때 그 가능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홈은 스마트시티의 기본

 우리가 스마트홈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스마트홈 분야가 직접적인 생산유발효과가 매우 큰 서비스 중심 시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좀 더 길게 보면 스마트홈은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된다. 즉 스마트홈이 보편화되고 스마트홈과 관련된 서비스가 활성화되어야만 스마트시티를 구축할 수 있고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스마트 국가를 만들 수 있다.

< 본 기사는 테크M 제44호(2016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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