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마케팅 방법은 잊어라!!
아마 마케팅을 공부하시는 분들은 기술수용주기(Technology Adopation Lifecycle)이라는 것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마케팅의 대가인 제프리 무어가 하이테크 산업에 적용한 이 개념은 첨단기술이나 제품이 초기 시장을 거쳐, 주류 시장, 더 나아가 후기 시장까지 확산되는 과정에서 초기시장과 주류시장 사이에 캐즘(Chasm)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을 하는 분들을 보면, 일단은 혁신가 집단이나 얼리어답터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기술이나 제품을 소개하고 어느 정도 반응이 보이면 이를 주류시장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한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새롭고 낯선 기술을 수용하는데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접근법에는 근본적인 고려사항이 빠져 있다. 바로 고객 가치다.
고객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기술 확산이 과연 가능할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즉, 캐즘이라는 것은 고객가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냐, 그렇지 않냐를 구분하는 경계일 뿐이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주류 시장에 어필하는 방법을 찾아내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혁신가 집단이나 얼리 어답터들도 가치를 따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주류 시장의 사람들과 가치의 기준이 다를 뿐인 것이다.
결국 첨단 기술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초기 시장보다는 주류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처음부터 전체 시장의 2/3를 대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실패 확률도 더 적으리라 생각한다. 단 첨단 기술이나 제품을 그대로 노출시키기보다는 이를 친숙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숨기는 방식으로 시장에 다가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기술이 너무 복잡할 필요가 없다. 기본적인 기능들, 기존에 이용하던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조금만 더 개선해 주면 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능을 다양화하거나 성능을 개선시킨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기존에 초기 시장을 구성하던 사람들을 공략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이런 생각을 <냉장고를 공짜로 드립니다>라는 책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즉, 기존의 출동보안 서비스에 스마트 센서나 지능형 카메라를 이용하는 방법이나 혹은 건강보험에 스마트 밴드 같은 액티비티 트래커를 이용하거나, 혹은 최근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큐커 같은 스마트 오븐을 간편식 구매자들에게 판매하는 방법들도 이에 해당한다. 분야별로 다소 상이하기는 하겠지만,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2-3년 만에 이 생각이 다시 들어서 정리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