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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용 Nov 12. 2021

메타버스는 Next Internet의 총칭할 뿐!!

전혀 새롭지도 않고 놀랍지도 않은 마케팅 용어일 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블록체인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용어로 시끌시끌했는데, 요즘은 또 메타버스라는 말로 시끄럽다. 대략 1년 전부터 메타버스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마치 학문의 경지에 다다른 느낌까지 들 정도다. 모든 정부 사업에는 메타버스라는 말이 포함되고 모든 행사는 메타버스에 대한 강연에서 시작된다. '메타버스'라는 용어 빼고는 전혀 새롭지도 않은 유행어에 다들 너무 몰입되어 있다는 느낌만 들 뿐이다. 


메타버스는 Next Internet으로의 진화하는 모습을 총칭하는 용어일뿐!!

인터넷은 1969년 처음 발명되었다. 그리고 20여년간 학계나 군, 정부당국 등에 속한 제한된 사람들만이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돈 냄새를 잘 맡는 사업가라는 사람들은 인터넷이 기존에 존재하던 물리적인 세상보다 훨씬 큰 시장을 만들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인터넷의 상용화를 주장하고, 그 결과 1995년에 미국의 과학재단인 NSF는 인터넷의 상용화를 결정한다. 


우리가 말하는 최초의 인터넷은 사실 1969년의 인터넷보다는 1995년의 인터넷에 더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둘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의 개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고 그만큼 사용자가 늘었으며 정보도 늘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고 고퍼나 모자이크 혹은 이후의 넷스케이프 같은 브라우저를 이용해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후 사용자들이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등장했다. 이미지 기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는 물론 동영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기술들도 개발되었다. 정보의 표현 방식도 2차원을 넘어 3차원으로 확대되었고, 가상의 이미지는 더욱 정교해졌으며 현실세계에 가상세계의 정보나 이미지를 덧대는 증강현실 기술도 등장했다. 


그리고, 키보드나 마우스를 이용해서 인터넷에 접속하던 방식이 화면 터치나 음성명령을 통해서도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제는 다양한 장치들이 사람들의 얼굴이나 모습은 물론 동작까지도 인식해서 사용자에 맞는 맞춤형 방식으로 동작하기도 한다. 또한, 컴퓨터나 스마트폰 외에도 다양한 장치들이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람들을 대신해서 인터넷에 연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람들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방식과 정보를 표현 혹은 전달하는 방식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 메타버스다. 흔히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 혹은 세상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결합된 신조어라고 설명한다. 즉, 세상을 초월하는 것이 메타버스라는 건데, 솔직히 잘 와닿지 않는다. 세상, 우주를 초월한다는 말의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무엇을 초월한다는 것은 어떤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렇다면 메타버스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혹은 인터넷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세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메타버스 세상은 아직 막연한데 어떤 면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나 현재의 인터넷보다 더 수준이 높다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메타버스는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일상의 디지털화, 가상현실, 증강현실, 미러월드가 그것이다. 사실 이 중에 디지털로 현실을 아주 비슷하게 만든 미러월드만 빼고는 이미 잘 알려진 인터넷 기술이나 서비스들이다. 한마디로 기존의 인터넷 기술을 싸잡아 부르는 말이 메타버스인 것이다. 그러면 기존의 인터넷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어떤 점에서 기존의 세상을 초월한다는 것일까? 


메타버스는 기존 인터넷이 진화하는 과정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메타버스의 진정한 의미는 지금은 알 수 없는 기술들에 의해 지금의 인터넷을 초월하는 새로운 인터넷, Next Internet을 총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즉, 다음 인터넷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포함하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성격의 용어인 셈이다. 미국전기전자학회(IEEE)도 메타버스를 "3차원 공간들로 구성된 진보된 인터넷"으로 정의하고 있다. 3차원 공간들로 구성되었다고 한정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현재의 인터넷이 진화한 것이 메타버스라고 말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정의보다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메타버스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말이다. 그래서, 기존에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던 인터넷 서비스들이 지금은 다 메타버스 서비스로 불린다. 앞에서 메타버스가 4가지 유형이 있다고 언급했던 것처럼, 성격이 전혀 다른 서비스들이 메타버스로 대동단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성격이 전혀 다른 여러 가지를 하나로 통합한 것 중에서 제대로 된 것들을 본적이 없다. 그런 관점에서 메타버스라는 용어보다는 산업적인 관점 혹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메타버스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메타버스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95년 인터넷 상용화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 상용화 된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어찌 보면 큰 변화는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상당수의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온라인 비즈니스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 전용 비즈니스들도 다수 등장했다. 시장의 판이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존에 하나만 존재하던 오프라인 시장에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추가된 것이다. 물론, 상당수는 오프라인에서 거래될 것들이 온라인으로 이전한 것들이다. 하지만, 온라인이 생기면서 기존 서비스에 대해 새롭게 생긴 수요도 매우 크다. 그리고 많은 서비스들이 새롭게 온라인에 등장했으며 그런 서비스들 중 일부는 다시 오프라인으로 시장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판매 채널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메타버스는 또 다른 판매 채널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인터넷과 차이가 있다면, 인터넷은 인터넷이라는 하나의 형태로 존재했지만, 메타버스는 그 형태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형태가 다양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인터넷 같은 판매 채널이 하나가 아니라 동시에 여러 개가 생성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많은 판매 채널을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이만큼 좋은 소식이 또 있을까?? 메타버스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다.


이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시간도 없고, 나도 강의 때 팔아먹을 이야기는 남겨둬야 하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메타버스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는 각자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韓盧逐塊(한로축괴)하나, 獅子咬人(사자교인)이로다

이 말은 불문을 깨달은 역대 조사의 어록을 담은 전등록이라는 책에 나오는 문구다. 한로(韓盧)는 개를 은유하는 표현으로 개에게 돌을 던지면 개는 구르는 돌덩이를 뒤쫓아가 입으로 물지만, 사자는 구르는 돌을 쫓지 않고 돌을 던지 인간을 찾아 문다라는 뜻이다. 어떤 일, 사건의 진실과 허상을 직관하여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요즘 새로운 말들이 많이 그리고 주기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유행어에 대해 당신은 개같은 사람이 될 지, 사자같은 사람이 될 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그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행어나 키워드, 혹은 세부 기술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말이나 기술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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