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기대는 당신 계좌의 잔고를 줄게 합니다!
요즘 챗GPT가 정말 핫합니다. 사람들만 모였다 하면 ChatGPT 이야기를 합니다. 챗GPT의 놀라운 능력을 이야기 하기도 하고 거짓말만 쏟아내며 전기만 낭비한다고 투덜거리기도 합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무관심보다는 좋은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 방송에서도 난리가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 침체된 반도체 산업을 구원할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생각은 적어도 당분간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ChatGPT 관련 생태계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이런 이야기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ChatGPT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입니다. 즉, 사람들의 요구 혹은 질문에 대해 그에 맞는 답을 생성해 내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ChatGPT는 사전에 사람들이 사용하는 문장에 대해 훈련(Pre-trained)을 시켜 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확률적으로 다음에 나올 문구를 유추하는 식으로 답을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챗GPT는 7000억 개의 토큰(학습 데이터 단위)를 학습했고, 학습에 사용된 파라미터의 개수만 무려 1750억 개입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의 인공지능 모델인거죠.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GPU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NPU라는 것들이 이정도로 큰 규모의 인공지능 모델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존에 개발되고 있던 NPU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고 새롭게 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기존에 사용하던 엔비디아의 A100 GPU를 더 주목하는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오르는 이유가 있었던 것죠.
그렇다면 엔비디아의 주가는 꾸준히 올라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ChatGPT 같은 대규모 인공지능을 개발하는데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무엇보다 파라미터의 개수도 크고 학습해야 할 것들도 많기 때문에 클라우드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요, ChatGPT의 경우 우리 돈으로 하루 750억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연간 27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돈을 감당할 기업이 얼마나 될까요? ChatGPT를 개발한 OpenAI 같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인 투자 및 지원을 받는 회사가 아니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야깁니다. 결국,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이쪽 시장은 3~4개 많아야 5~6개 정도의 대표적인 기업들만 살아남고 대부분은 생존조차 어렵게 될 것입니다. 결국 살아남은 몇몇 기업만이 시장을 이끌고 가게 되겠죠.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반도체 칩셋이 필요할까요? 일정 수준까지 늘어나게 되면 거기서 멈추게 됩니다. 인공지능 엔진은 추론 보다는 학습 과정에 훨씬 많은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게 되는데요, 학습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학습할 필요가 있는 인공지능 모델들의 숫자도 제한되는 상황에서 클라우드 서버의 용량을 키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일종의 스케줄링을 통해 처리가 가능하다는 거죠. 그래서 엔비디아의 칩셋에 대한 수요도 더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계속해서 새로운 토큰을 학습하고, 파라미터의 개수도 더 커진다면 상황은 조금 개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천지개벽이 이루어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클라우드 서버는 이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습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계속해서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클라우드 사업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신규 매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반등 가능성은 있을까요? 이 역시 생산량 조절 외에는 전혀 가능성이 없습니다. 2022년도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1년에 비해 11% 줄었습니다. 반도체 판매량도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은 어떻까요? 이건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비슷하리라 봅니다. 문제는 줄어든 출하량이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교체주기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2020년 여름에 대량으로 보급된 노트북이나 태블릿도 2024년이나 2025년이 되어야 교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량이 의미있게 축소되기 전까지 반도체 시장에 봄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