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S9의 초기 판매량이 전작들(S8, S8 Note)에 비해 저조하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사전 개통이 9일부터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직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예약판매 실적도 70% 수준에 불과하구요 실제 개통 실적은 64% 정도에 불과합니다. 개통 첫날 번호이동 건수 역시 63% 수준이고, 들리는 이야기로는 해외에서도 판매량이 전작 대비 50%를 웃도는 정도라고 합니다.
업계에서는 흥행 부진의 이유를 3가지로 보고 있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카메라 기능 외에 전작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럼에도 출고가가 높다 (S9 64GB는 95.7만원, S9+ 64GB는 105.6만원, 256GB는 115.5만원)
S9 자급제폰 기준으로 미국에 비해 11.1만원이 더 비싸다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저는 3가지 이유를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128GB 모델이 없다
약정보조금 가입자가 급증해서 단말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
단말기 사용 기간의 증가
사용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대부분 128GB 혹은 256GB 모델을 선호하더군요. 카메라의 해상도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동영상 몇 개만 찍어도 64GB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라인업을 보면 일부러 S9+ 256GB 모델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혁신이 없는 상황에서 115.5만원은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약정보조금 25% 가입자의 급증입니다. 약정보조금이 20%에서 25%로 늘어난 2017년 9월 15일부터 현재까지 새로 약정보조금을 신청한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고 합니다. 약정보조금을 받던 기존 1500만명에서 전환 가입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존에 단말보조금을 받던 사람들이 많이 전환했다는 이야기겠죠. 그만큼 단말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점도 무시 못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3월 현재 20% 및 25% 약정할인 가입자는 2049만명이며, 2018년 말까지 2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단말기의 교체 주기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쓰던 단말기의 성능도 충분히 좋기 때문에, 굳이 비싼돈 들여가며 신규 단말기를 구입할 이유가 없어진거죠. 실제로 5-6년 전에 18개월 정도 되던 단말기 교체 주기가 지금은 31개월(2016년 기준) 정도로 늘었습니다. 아마 이 주기는 조금 더 길어지지 않을까 생가합니다.
단말기 판매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매출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나빠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실제로,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단말 제조사들은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결국 비용의 증가와 수익성의 악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겠죠. 그 방안 중의 하나는 그동안 통신사를 중심으로 전개하던 단말기 할부 판매를 단말 제조사가 직접 실시하는 것입니다. 즉, 구독 기반의 자급제 단말기를 확대함으로써 단기 구입 부담을 줄이고 판매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단말기 가격의 인하입니다. 매출을 중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안이 되겠지만,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은 바로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머뭇거리는 고객들이 그나마 부담 없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대를 조정하고, 제품의 구매 주기를 짧게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