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무쓸모인 사람
3-1. 아빠가 세명이어도 괜찮았다.
나에게는 아빠가 세명이다.
정확하게는 세번째 아빠라는 존재가 나타나
셨다.
내가 한글 쓰기를 배우기도 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친아빠, 내가 초등 되기전 엄마
의 재혼 상대로 만나 수십년의 인연으로 묶여
있었던 두번째 아빠, 엄마가 황혼의 나이에
만난 세번째 아빠.
내게는 모두 아빠라고 불린 세 명의 아빠가
있었지만 두 분은 작별 인사도 없이 내 곁을
떠나가 버렸고 세번째 아빠는....
그분도 떠나실까?
나처럼 심장이 안좋으셔서 협심증이 있으시
다는 점, 다한증이 있는 것, 겉으로는 굳세고
강해 보이지만 정이 많다는 공통점을 가진
세번째 아빠도 어쩌면, 나에게서 떠나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수십년을 함께 했던 두번째 아빠의 죽음으로
나와 여동생, 엄마, 남동생....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변했다.
나 역시도 달라지는 중이다.
가까스로 붙잡고 있던 썪은줄이 끊어진 듯
모든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끝없이 되풀이 되듯 어지러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알듯 하다가도 알
수 없다......
무뚝뚝했던 아빠라서 내게 밥 먹었냐는 그 짧은 인사조차 건넨적이 없었던 아빠,
자기 아들이 내게 나쁜짓을 했다는 사실을
듣고도 나를 말없이 한동안 쳐다보던 아빠.
아마도 나는 아빠의 심연을 죽을때까지 들여다
볼 수 없겠지.
ㅡ 다 아빠탓이야. 어린 두 딸 혹처럼 매달고
나타난 젊고 예쁘고 철없는 여자랑 재혼 한
것도, 사춘기 언니를 데려와 나이 차 적은 젊은
계모랑 살게 한것도, 소처럼 일만 하고
매일 일 생각만 하고, 주변은 돌아보지도 않아
서 언니를 영원히 떠나게 만든 것도 아빠의
잘못이야.
언니를 감싸줬어야지. 엄마는 좋은 계모가
아니라는걸 알고 계셨잖아.
그렇게 언니도 못보고 눈감을 줄 알았더라
면 건강 관리를 하지그랬어.
의사가 살도 많이 빼고 술도 줄이고 담배는
끊으라고 경고했는데 아빠는 뭐하셨어...
엄마랑 한바탕 싸우고 나한테 몇 년을 문자
한통 하지 않았던 아빠를, 결혼 후 아이낳고
8년을 출가해도 안부 조차 묻지 않던 아빠를
나는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했을까?
나한테 큰 빚을 졌다고 갚겠다하더니
그런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었네.
날 자식으로 생각은 했어? 내가 그렇게
사랑은 커녕 관심 조차도 받지 못 할 만큼
짐스러운 자식이었냐고....
아무리 친자식이 아니었어도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훨씬 큰 법이라던데.
난 평생 아빠한테 작은 관심이라도 받고
싶어서 몸부림 쳤을뿐이었는데.....
아빠한테 소리치고 따지고 화라도 내고
싶은데 이제는 대답하지 못 할 곳으로 떠나
갔다.
표현은 못했지만 사랑했다는 말이라도
들었다면 지금 느끼는 내 감정이 달랐을까.
아빠는 날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있을까....
아빠는 내게 여러개의 물음표를 남기고
영원한 여행을 떠나셨다.
피도 안섞인 아빠였지만 친자식이 아니었고
원한적 없던 인연이었지만 마음 한켠에 자리
하겠지.
아빠, 키워주느라 고생하셨어요. 아빠를
많이 미워하고 원망했어요. 미안해요 아빠.
아빠를 용서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이해는 해볼게요. 노력할게요.
나중에 지금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정리될지 모르겠지만, 내 감정의 실체가 선명해진다면
아빠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알 수 없다.
인생은 알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 투성
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