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무쓸모인 사람

2. 결국 부모가 되었지만 사람이니까

by 인생 여행자


나는 어디에 쓰임이 있을까? 결혼하면서 자동

으로 얻게 된 유부녀라는 단어 말고, 어떤 남자의

아내라는 자리 말고 어떤곳에서 누가 날 필요로

하면 좋겠다. 그 바람으로 엄마가 된걸까....


아이를 낳고 처음 몇 달간은 나의 일상 전부가

울고 웃고 팔다리 버둥거리는 자식으로 쓰여졌다.

나의 언어, 행동, 수면욕, 식욕, 배설욕구까지도

통제되었다.

화장실에 갈때는 문을 열어두고 아이가 무슨

소리를 내는지 귀를 기울이며 최대한 일을 빨리

끝내고 나와야했다.


똑같이 자식 키우는데 너무 유난 아니냐는 사람

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후각, 청각 등 오감에 직감

까지 예민하게 태어난 나로서는 당연한 행동이

었다.

나의 모든 감각들은 아이를 향해 뻗어있었고

몇 달간 나는 오로지 아이만을 존재하는 듯 했다.





아이를 키우며 그 좋아하는 드라마를 끄고 관심

없던 라디오를 틀었다.

적어도 아이가 두돌이 되기 전까지는 영상에

노출시키지 않고 라디오와 책으로 키워내겠다는 나만의 의지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지금도 책을 좋아하고 즐긴다.


물론 고비들도 많았다. 듣기만 해도 신경을 곤두

서게 하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비위가 약한것도

문제였다.




아이에게는 신이나 우주같은 존재인 엄마로서

나 없이는 물 한모금도 못먹을 아이에게 실수를

하면 자괴감과 죄책감이 몰려들었다.


'너도 네 엄마처럼 될거야? 자식에게 존경은

커녕 좋아하는 대상도 못된다면 넌 실패자야.

네가 원망하고 미워하는 엄마보다 더한 엄마는

뭐라고 불러야할까, 쓰레기? 괴물?'


나를 비난하고 깎아내리고 혐오하는 목소리들

속에서 각종 육아서를 훑어보고 육아전문가들

이 나오는 유튜브를 보고, 법륜스님의 주옥같은

말씀들을 반복해 들으며 엄마로서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다른 엄마라면 쉽게 해낼 일이, 아무렇지 않을

일들이 나에게는 살얼음판을 걷듯이 힘겹고

아프고 어려웠다.


비난을 하다가 땅으로 꺼져버릴것 같을 때면

나를 위로했다.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없다고, 너는 지금 이정

도라도 잘하는 거라고, 너도 미숙하고 상처

많은 채로 엄마가 되었고 부모도 사람이니까

실수나 잘못을 할 수 있는거라고 자위하며

버텨나갔다.


나는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더불어 내가 아이를 낳고 사랑해주기

위해서 태어 났다는 깨달음은 상당히 많은 시간

지난 후였다.

작가의 이전글차라리 무쓸모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