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무쓸모인 사람
1. 쓸모없게 느껴지는 사람이 엄마가 된다면
나는 세상에 태어난 이유도 모르고 쓸모도
모른다.
쓰임.... 사람은 어딘가에 쓰여지고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가치있다고 느낀다 하였다.
내가 날 때 주어진 가정환경은 가난했고
잦은 폭력으로 전쟁터같이 무서운 곳이었으며 부모님이 계셨지만 정서적으로 고아나 마찬
가지였다. 매일 차갑고 두렵고 불안한 환경
속에서 살았고 그런 나에게 흉터처럼 새겨진
것은 우울증, 분노, 강박증, 무기력증 등의 증상
이었다.
나는 도무지 누군가가 사랑으로 낳은 아이
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또 단 한 사람이라도
내게 지속적인 관심을 주거나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무관심, 비난, 속박, 폭력이 나의 친구와 같았다.
나는 나를 가치없는 사람, 쓸모없는 사람이라며
비하하고 자기혐오에 빠진 나를 수없이 꺼내보
았다.
언젠가는 행복할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마음
한켠에 접어놓고 세월을 견뎌왔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어쩌다보니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거나 신에게 기도해서 낳은 아이는 아니었
지만 나에게 아이를 낳을 이유는 충분했다.
내 아이의 엄마가 되기위해 마음의 준비가 필요
했다. 어쩌면 아이를 낳을 이유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결혼했으니 아이를 낳아야해, 부부 사이에는
아이가 있어야해, 그래도 자식이 있어야지....
등의 고리타분하고 뻔해보이는 이유말고
세상에 생명을 불러들여야 할 이유가 뭘까.
한 생명을 열달동안 나의 몸안에 품고 예상못할
고통을 감수하며 낳아서, 그 고통보다 더할지도
모를, 양육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이겨낼 각오도 해야했다.
아이를 갖기전 간접적으로 육아와 교육을 경험
했지만 육아 선배들이 아무리 육아의 고충을
토해내듯 말해줘도 알 수 없을 '인간 키워내기'를
나 스스로 해내고 싶었다.
간단히 말하면 엄마가 되고 싶었다.
엄마. 말만 들어도 뭉클하고 가슴이 울리는
그 엄마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단, 엄마가 되려면 조건이 필요했다.
첫째, 훌륭한 엄마는 불가능 할것이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엄마, 아이의 잘못에는 엄격
하지만 잘한 일에는 칭찬을 해주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둘째, 내가 살면서 겪어온 온갖 불행한 일들을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나누지않고 되도록 말하지 않아야 한다. 내 부정적인 감정에 아이가 물들지
않게 할 것.
셋째, 부부로서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의 최선을 다해야하며 사이가 안좋을 때는
아이앞에서 안좋은 대화를 하지 않아야 한다.
넷째, '표현이 사랑이다'라는 문구를 새기고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를 일상에서 아이
에게 표현하기.
다섯째, 자식은 사랑하기 위해서, 소중하게 아껴
주기 위해서 낳고 키우는 것이라는 마음 가짐을
그 무엇보다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미래에 엄마가 될 나의 다짐들을 임신
전부터 되새겨 왔었다.
1. 아이는 사랑받아야 하고, 기본적인 예의와
도덕성, 세상의 여러가지 지혜와 삶의 경험들을
배울 권리가 있다.
2. 부모가 선택으로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은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며 사랑을 느끼며 자라야한다.
3. 때로는 서툴고 실수하며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겠지만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반성하고
아이와 세상을 함께 배워나가겠다.
4. 하루하루 선물처럼 내게 찾아와준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며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가는
길에 기꺼이 내 한 몸을 바쳐서 함께 해주겠다.
이러한 다짐들을 마음에 품고 나는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