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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여행자 Jun 29. 2021

관심 없는 아빠 화풀이하는 엄마

나는 왜 엄마를 떠났나. 04

 

 집안 분위기는 냉랭했다. 엄마와 새아빠는 새끼다섯

이나 매달고 먹고살 궁리를 하느라 바빴고

우리는 우리대로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즐겁지도 편안하지도 않은 집안 분위기는 나를 한없이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새아빠가 큰 책임감과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지고 돈벌이

를 했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 길이 없었다.

 사람은 보이는 대로 믿 마련이다.

 고작 일곱 살의 어린 나는 훨씬 더 했다.





 아빠는 무뚝뚝했고 한마디로, 멋대가리 없는 분이다. 우리가 뭘 하던지 일절 무관심이었다.

 내가 애써 인사를 건도 묵묵부답이었고 심지어 내 눈

을 바라보지도 으셨다. 

 나는 마치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다.


 새아빠에게 나와 여동생, 가족의 존재는 어떤 의미였을

까? 재혼했으 먹여 살리는 것으로 책임을  할 수밖

에 없는 대상. 오직 그뿐이었을까?


 적어도 내 눈에 비치는 아빠의 모습은 늘 일에 매달

고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는 어두운 었다.

 우리 성적은 고사하고 학교를 잘 다니, 은 먹었는

지 단 한 번도 물어본 기억이 없었다.





 반면에 엄마는 늘 감정이 널뛰듯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변하는 사람이었다.

 말도 많고 화도 많고, 이랬다가 또 저랬다가 변덕이

끓듯 해서 맞추기 힘고 누구라도 감당하기 버거

여자가 바로 우리 엄마였다.


 엄마는 기분이 좋으면 춤추듯 덩실거리며 몸을 흔들다

기분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고

온갖 신경질과 화풀이를 아냈다.

 평소에는 가볍게 넘어갈 일도 엄마의 심사가 뒤틀

우리 자매에게 죽일 년, 살릴 년 하며  하기도 했다.





 어느 날, 엄마가 일을 하고 들어왔다. 방에 조용히 있던

나와 여동생은 안 좋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책상에 앉아서 책을 펼쳤다.


 순간, 엄마가 들어오는데 잔뜩 화가 나 터질 것 같은 

표정과 맞닥뜨렸다. 애써 모른척하고 책을

엄마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야 이 쌍년들아, 엄마가 밖에서 온종일 몸이 부서라 일하다 들어왔는데 집안일도 안 해놓고 뭐했어!

 이 X 같은 년들!! 키워봤자 소용없어!"


 그러더니 갑자기 주먹으로 있는 힘껏 여동생의 머리를 내리쳤고 머리채를 힘껏 잡아 뜯으마구 흔들어댔다.

마치 동생의 머리카락을  뽑아내기라도 하려

이.... 

 동생의 마르고 작은 몸은 힘없이 흔들렸다.

 나는 너무 놀라기도 하고 무서워서 아무것도 지 못

다. 다음은 내 차례였기 때문이다.


 곧이어 내 머리에도 엄마의 감정 실린 주먹이 

날아들었고 엄마의 억센 손아에 잡힌 머리카락 것처 쓰라렸다.

 

 아픈 것보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온몸이 얼어붙 느낌이었고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숨소리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조용했다.

 

 나는 정수리가 너무 파서 울고 싶었지만 그러지

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빠에게 엄마가 욕을 하며 소리 지르고 때린 일을 말하

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아빠는 우리에게 아무 관심을 안보였기에 도움을 요청

도 소용없는 일이라고 여겼기에.


 아빠는 우리에게 철저히 무관심했고 엄마는 수시로

우리를 채근하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 엄마랑 부대끼며 살다 보니 치를 보는 게 일상

이었고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늘 불안했다.

 

 엄마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날이면 설거지를 해놓빨래를 개우기도 했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서

책을 펼치는 것밖에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때의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은 없었고 해야 하는 만 잔뜩 있었다. 갑작스러운 폭격으로부터 나를 내려면 어쩔 수 없다.


 우리에게 어떤 불똥이 언제 튈지 알 수 없으니 항상

긴장한 상태 생활했다.

 

 다른 이들은 집을 편안한 곳, 자유롭게 쉬는 곳, 남들 

눈에 안보이니까 내 마음대로 하는 곳이라고 했지만 내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에게 집은 이상하게 차갑고 두려운 공간이며 수시로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곳이었다.

 집에서 나를 다정게 반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내 속은 안팎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어두운 심연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때는 학교 생활도 평범하지 않았다.

 거의 매일 선생님들의 체벌을 빙자한 폭력에, 같은 학년 친구들의 일탈과 반항에 왕따 사건 등으로, 하루 조용

한 날이 없었다.


 학교에 가면 학교 폭력을 보며 동급생들의 일탈 때문

피곤했고 집에 가면 가정의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괴로

웠다.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일상이었다.


 주변에는 나와 여동생을 도와주거나 보호해주거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 줄 사람이 거없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우리의 고통을 알아봐 주고 가끔이라

용기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매일같이 시끄럽고 바람 잘 날 없 우리 집에 막내 남동생이 태어 것은 약 1년 뒤 내가 8살이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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