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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여행자 Jul 08. 2021

 아주머니 밥은 해놓고 나오셨어요?

여기가 지옥이고 천당이에요.


 20대 청춘으로 살아가다가 결혼을 했다. 재혼 가정의

상처를 딛고 남편과 결혼해서 '새댁'이라는 새 호칭도 얻

었다.


 우리가 신혼 생활을 하던 동네에는 종교인들이 많았다.

'사이비'로 불리는 종교도 있었고 기 수련을 하자며 유혹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 당시 교회에서 우리 빌라에 제집 드나들듯 찾아왔는데

'안녕하세요. 좋은 말씀 전해드리러 왔습니다'로 시작하는

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교인들이었다.


 어떤 때는 4-50대 아줌마들이, 또 어느 날은 아저씨랑 아

줌마 둘이, 어느 날은 할머니나 아줌마 혼자서 찾아올 때도

있었다. 나는 물론이고 빌라의 다른 이웃들도 그들의 방문

에  질리고 질려 교인의 '교'자만 꺼내도 고개를 흔들었다.


 평화로운 신혼을 즐기며 새댁 놀이에 빠져있던 어느 날,

역시나 그들이 찾아왔다.




 나는 혼자 있는 적막을 즐기려 TV를 켜고 빨래를 돌려놓

 청소를 하고 있었다. 우리만의 보금자리에서 전에는 누

 수 없었던 편안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 편안함을 깨고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와 함께 '띵동'하고 벨이 울렸다.


"계세요? 좋은 말씀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

말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또다시 '띵동' 하고 벨이 울렸다.


 아, 또 왔구나. 요즘에는 하루 걸러 한 번씩 오네 아 짜증

나. 화가 가슴까지 차올랐지만 마음을 진정시키고 동작을 멈췄다. 없는척하자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나는 발꿈치를 들고 최대한 소리 안 나게 걸어 안방인가 작은방 인가로 들어갔다. 그렇게 몇 분 정도 버티면 사람이

없는 줄 알고 갈 거라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초인종도 내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밖에서 대화를 하것이었다.


 "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나?"

 " 티비 소리 들리는데?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고."

 " 있으면서 일부 없는 척하나 봐. "

 " 왜 없는 척을 하지...."


숨죽이고 수다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어이가 없

 참지 못하고 문을 벌컥 열고 나갔다.


" 나왔어요. 누구신데요?"


 차갑게 묻는 내 눈앞에 계단을 내려가다가 돌아서는 두 여자가 보였다. 어림잡아 사십 대 후반에서 오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줌마들이었다.


 내 등장에 반가워하며 위선적으로 웃 그 여자들의 얼굴

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 새댁인가 보네. 우리가 하나님의 좋은 말전해 

드리 려고 왔죠. 지금처럼 세상이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시기에 예수를 믿으면...."


 신물 나는 '예수 천당 불신지옥'의 설교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벼르고 또 벼르며 지내왔 던가. 이제 그 벼르던 분노 펀치를 내지를 기막힌 기회

가 찾아온 거다.




나는 계단을 올라오는 아주머니의 설교를 끊으며 다급 하

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아니, 아니, 오지 마세요. 여기 빌라 사람들이 교인이라 아주 학을 떼요. 아주머니들 남편 자식 밥은 해놓고 나오셨 어요? 존재 모를 천당 지옥 믿으며 돌아다니실 시간에 아주머니들 가정이나 잘 보세요. 여자들이 가정을 잘 

야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은 거 아니에요?

싫다는데 자꾸 오셔서 남들한테 민폐 끼치지 마시고요. 

체 우리 빌라에 왜 자꾸 오는 거예요? 네? 저뿐만 아니라 여기 빌라분들 전부 화나셨다고요. 우리 빌라는 방문 리스 트에서 제발 좀 빼주세요!"


 나는 숨 쉴 틈 없이 속사포로 감정 섞인 설교를 늘어놓았다.



 "새댁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지옥이랑 천당이 왜 없어?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야. 분명히 존재하니까 우리가 이렇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려고 하는 거지. 우리는 지옥에 가는 걸 막으려는 사람들이에요. "

 역시 싫다는 표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설득하

려 하는데 그게 내 심기를 바짝 건드렸다.


" 아니 글쎄, 내가 죄를 지으면 지옥을 갈 거고요. 죄 없으면

지옥 안 가겠죠. 천당이요? 고통 다 받고 죽고 나서 천당 가면 뭐해요, 여기가 지옥이고 천당이에요. 하루하루 주어

진 삶이나 제대로 살고 갈 거예요 저는. 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 아주머니들 이렇게 계속 찾아오시는 게 죄짓는 거라고요."




 자신들이 섬기는 신만이 오직 최고라고 믿으며 그 믿음을

강요하는 건 내가 기독교인에서 돌아선 첫 번째 이유이며

가정은 등한시하고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는 교인들이 두

번째 이유였다. 나는 그들처럼 되기 싫었다.


 그 교인들의 눈에는 되바라지고 야멸찬 새댁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그 이상으

로 내가 피해를 입는 일이 싫었다. 원치 않는 방문을 하고,

종교를 강요하며 내 마음의 평화를 깨는 행위를 이해해주기 싫었다.


 성질 고약한 새댁이 산다는 소문이 돌았는지, 다른 이웃에

게도 항의를 받았는지, 그 뒤로 교인들의 방문은 없었고 내 마음은 평화를 되찾았다.



#사이비

#예수천국불신지옥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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