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 여행자 Jul 14. 2021

나쁜 엄마는 대물림된다.

 

 할머니는 엄마에게 독사과를 건넸고 엄마는 나에게 독사

과를 건넸다.

 '우리 집은 대대로 엄마가 주는 독사과를 먹는 집안이란다.

자, 어서 먹으렴. 착하지 우리 딸?'

하며 강요하는 엄마에게 딸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엄마가 나쁜 엄마로 변한 이유에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그 비밀은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 또한 나쁜 엄마였다는 사실이다.


 외할머니는 여자는 천하고 남자는 귀하디 귀한 시대 속에

서 자라셨다. '어디 감히 여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계집

가 독하다. 여자가 지나치게 똑똑하면 남자 앞길을 는 다'는 등의 여성 차별이 만연한 시대였다. 남자는 학업에 열중하는 게 당연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뒷바라지하며 성공한 남편이나 형제의 그늘 아래서 사는 게 일반화된 세

에서 사셨다. 그런 세상을 사셨던  할머니는 엄마에게 삼촌들의 도시락까지 싸들고 다니게 하셨고 대학에 보내주

지 않으셨다. 마가 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엄마가 술 한잔 하시고 말했다던 음 아픈 일화가

있다.

성적을 잘 받아서 기분이 좋았어. 스스로 자랑스러운
기분에 성적표를 할아버지, 할머니가 잘 보시는 곳에
올려놓았는데 두 분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단다.
분명히 내 성적표를 보셨는데 칭찬은커녕 거들떠 보
지도 않았지.

 엄마도 대학교에 갈 수 있는 성적이 되어 자랑스럽게 성적

표를 보여 드렸는데 정작 부모님은 딸의 성적표를 본체만체

하였다는 서글픈 얘기였다.


 엄마는 여자이고, 딸이어서 학업을 이어나갈 수 없었고 여자니까 집안일을 거드는 게 당연했고 삼촌들은 집안일을

안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남자라서 귀한 아들들

은 공부만 하는 게 당연했다. 아들인 삼촌들에게는 대가없

는 재산이 남겨졌지만 딸인 엄마에게는 거저 주는 것이 없

었다.


 언젠가 엄마는 할머니가 엄마 앞에서 재산 얘기를 꺼

일을 꺼내어 하소연을 했다.

상가 가지고 있던 건 처리해서 막내 삼촌에게 준다하
고 슈퍼 월세로 받고 있는 건 큰삼촌한테 준다는 말을
하더라. 할머니는 나한테 왜 그런 얘길 하는 건지.
듣고 부러워하라는 건가?

 할머니의 고집스러운 차별은 엄마를 아프게 했고 '여자는

죄인이다'라는 피해의식을 심어주었다.

 할머니는 엄마를 삼촌들과 차별했고 함부로 대하셨다. 삼촌들이 대들면 속상해하셨지만 엄마가 대들면 진노하여 펄펄 뛰셨다.

 

 내가 볼 때는 엄마의 사소한 실수였는데 할머니는 화 내시

몇 날 며칠을 엄마에게 차갑게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

다. 엄마가 할머니의 사나운 기세에 눌려 잘못했다고 고개

숙이면 '그래, 네가 잘못했지? 혼날 짓 했지?!' 하고 서슬

런 눈으로 엄마를 노려보셨다. 그런 외할머니와 엄마를 지켜보는 내 마음이 얼어붙을 정도로 할머니는 하나뿐인

딸 엄마에게 고약한 엄마였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당했던 차별과 구박의 설움을 안고

자라서 성인이 되고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었지만 할머

니로부터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떠안은 채 엄마가 되었던

여인. 결국 엄마의 상처는 내게 대물림될 수밖에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쁜 엄마로 변하는 원인이 뭘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