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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여행자 Jul 03. 2021

부모님의 부부싸움이 남긴 것

나는 왜 엄마를 떠났나. 07


 새아빠와 엄마의 부부싸움은 멈출 줄을 몰랐다. 두 분이 화해해서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도 단 며칠뿐, 조금 오래 평화롭구나 느낄 때면 다시 폭력적인 싸움을 시작했다. 

둘 중 한 사람도 우리에게 미안해하거나 참는 모습은 보인 적이 없었다.


 두 분에게 부부싸움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피가 터지게 해야 하는 테스트 같은 것이었을까? 거기에 배려나 인내심 따위는 없었다. 본인들 부부싸움에 자식들 등이 터져나가는 것은 모른척한 지 오래였다.


 부부싸움이 끝나고 화해를 해서 둘이 웃어도 우리는 언제나 불안 초조했다. 또 싸울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안 싸우고 사이좋은 게 오히려 불안했다.



 

 언젠가는 날 버릴 거라는 두려움도 따라다녔다.

'나 때문에 싸우는 건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

 내 존재가 부모님에게 부담이 되고 짐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눈치를 봤다.


 새아빠와 엄마는 피 터지게 싸우고 화해를 어안고 웃으며 티비를 봤다. 우리는 그런 부모님을 보며 허무했고 슬펐다. 나날이 가슴속에는 분노가 쌓여갔다.

 두 사람은 우리 보고 이제 화해했으니까 웃으라고 강요했다.   

 미안하다는 사과는 한 마디도 없었다.




 

 언젠가는 새아빠와 엄마, 나와 여동생이 어딘가로 외출했다가 귀가하는 길에 일이 벌어졌다.

 

 새아빠와 엄마가 싸움을 하며 언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늘 있는 일이었지만 우리는 불안한 눈으로 부모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엄마가 광분하며 눈을 번뜩이나 싶더니 갑자기 핸들을 한쪽으로 거세게 꺾어버렸다. 그 강한 충격에 차가 그대로 전봇대 쪽으로 돌진하며 처박혔고 우리는 너무 놀라서 찍소리도 못 내고 숨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엄마는 진심으로 죽고 싶었던 걸까. 우리를 위협하며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새아빠와 엄마가 싫었다. 이 없는 싸움을 계속하며 어린 우리에게 무간지옥을 보여주는 두 사람이 원망스러웠다.

'왜 하필이면 저런 사람들이 내 부모일까?' 하는 반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는 사이좋게 양보하며 지내라는 말도, 돈을 아껴 쓰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라는 말도, 어른들 말씀 거역하지 말고 잘 들으라는 말도 우스워졌다.

 '그러는 아빠랑 엄마는 사이좋게 잘 지내? 좋게 말로 하면 되지 왜 매번 싸울 때마다 악쓰고 폭력을 행사해? 엄마 아빠는 우리 앞에서 함부로 막 하면서 그런 어른들 말씀 잘 들으라니.... 우리한테 창피하지도 않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들은 가슴속에서 응어리로 남아 맴돌 뿐이었고 나는 새아빠와 엄마의 부부싸움이 벌어질 때면 방으로 들어가 책을 펼쳐 들었다.




 

 어릴 때부터 읽었던 나의 소중한 책은 아직도 내 가슴 한편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데 '성경 이야기, 초콜릿  초코로보스키, 안내의 일기, 들장미 소녀 캔디, 톰 소여의 모험,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이 그것들이다.


 마음이 힘들 때면 책을 꺼내 들었고, 책의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 날이면 그림이라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항상 불안하고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집이었지만 책을 열어 볼 때 마치 책 속에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가 있는듯한 착각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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