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오빠의 인생이 달렸어, 잘 생각해.

의붓오빠의 수난시대. 03

by 인생 여행자


새아빠와 엄마가 공장을 운영하실 때 베트남 사람이 아르 바이트를 하러 왔다. 20대 어린 나이로 스무 살은 차이 나

는 남자와 결혼한 언니였다.


엄마는 베트남 언니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어린데 생활력 강하고 아이도 잘 키우고 똑똑한 데다가 상 냥하기까지 하다며. 그러다가 새아빠와 함께 의붓오빠의 결혼 문제까지 상의하게 된 것이었다. '시골 공장지대에 똑똑하고 계산 따지는 아가씨들이 오기는 글렀다'며 오빠

의 짝으로 베트남 여자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이었을 거다.




의붓오빠는 새아빠와 엄마의 생각이 싫은 기색이었다. 하긴, 언어 장벽이 얼마나 높은데. 말이 통하는 한국사람끼리도 못 살고 싸우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함까지 더 해진다면 더 힘들지 않겠는가. 하지만 새아빠와 엄마의 뜻은 달랐다. 언어야 배우면 될 것이고 자식을 낳으려면 어린 여자가 필요하니 베트남 여자가 적격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러다가 새아빠가 의붓오빠를 호출했다.

네가 앞으로 공장일을 도맡아서 하려면 안정적인 가정
이 필요하다. 이 시골 바닥에 공장일 하며 살 한국 여자는 없을 것이고 베트남 여자가 괜찮다더라. 요즘 누가 이혼한 남자한테 오려고 하겠냐.
베트남 여자랑 결혼하던지 아니면 공장 그만두고 나가
서 네 살길 찾아라.

엄마로부터 전해 들은 새아빠의 결혼 제안은 협박에 가까 웠다. 의붓오빠의 선택권은 없었다. 베트남 여자와의 결혼

과 독립, 두 갈래길에서 오빠는 힘들어했고, 시간이 갈수록 얼굴빛도 어두워졌다.

수많은 한국 여자들을 두고 말도 통하지 않는 베트남 여자

와 결혼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의붓오빠의 한숨을 나날이 늘어갔고 새아빠는 빨리 결정

하라며 오빠를 옥죄었다.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 가는 부분

도 있었지만 오빠가 불쌍했다. 원하지 않는 결혼이라니,

인생 전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생겼는데. 그런 중대사를

함부로, 떠밀리듯 결정해도 되는 건지....

한 번의 이혼, 사기 결혼극 때문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해도

싸다는 건가?




부모님이 공장일로 바쁜 어느 날, 의붓오빠가 외출했던 나

를 데리러 왔다. 빠에게 인사를 하고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는데 적막을 깬 오빠가 말을 꺼냈다.

고민이다 정말. 아빠는 결혼 안 할 거면 나가라고 화를
내시던데. 이 길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깊은 한숨을 쉬는 그늘진 오빠의 모습이 낯설었다. 새아빠

와 엄마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어딘가 모자란 듯 허허실실

하던 의붓오빠도 진지하고 심각할 때가 있구나....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때는 사랑이 뭔지

결혼이 뭔지 해답을 갖고 있을 나이도 아니었지만 한마디

해줘야 할 것 같았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일은 의붓

오빠라고 해도 가혹해 보였다.

결혼에 오빠의 인생이 달린 거잖아. 잘 생각해봐.
아무리 아빠가 결혼할 거 아니면 나가라고 하셔도 오빠가 강하게 말씀드려야 해. 오빠의 선택이야.
싫으면, 혼나더라도 확실히 뜻을 밝히는 게 좋을 거 같아.

내 인생도 버거워서 영혼 없이 사는 신세였지만 나는 지금

도 의붓오빠에게 해주었던 말을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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