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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덕 Sep 22. 2022

여행을 계획하는 J의 심정

계획의 이유 / 더 빈틈없이 설레자는 욕심


1. J도 계획은 어려워


"요즘은 여행을 계획하기가 더 힘든 것 같아. 응? 내 성격이 변한 게 아니라, 요즘은 가게 운영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게다가 자기만의 플랫폼(인스타그램, 블로그)에 언제 가게 문을 여는지, 언제 휴무인지, 어떤 메뉴가 품절인지에 대한 정보를 올리다 보니 하나씩 꼼꼼하게 확인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 거야. 미리 계획하는 의미 없게 갑자기 당일 휴무를 공지하는 가게도 있어. 그럴 때면 계획의 의미가 참 무색해지지. 그런데 왜 계획을 하냐고? 그건 내가 막연히 믿고 있는 신앙 같은 마음 때문이야 그건…”


< 제주 서귀포시 - 월평동>


2. 그럼에도 계획을 한다


① 계획은 고되다. 무엇보다도 날짜를 잡는 일이 가장 큰 난관이다. 점점 각자의 일들로 바빠지다 보니 다 같이 여행할 수 있는 날을 정하는 데 운은 필수조건이다. 게다가 현생을 유지하기도 피곤한데 먼저 나서서 계획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올여름은 단톡방에 여행 가고 싶다는 말이 즐비했다. 하지만 마음먹고 여행을 실행시키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지. 갑갑해하다 숙소 몇 개를 추려 단톡방에 턱 올려본다. "갈 거야?" 물길을 틀었다. 그때부터 계획은 물살을 타고 속도를 낸다.


'뭘 먹을까...' 지도 앱에 맛집을 검색한다. 리뷰를 확인하고, 동선, 영업일, 가격, 예상 인파, 예약 가능 여부 등 섬세한 작업으로 일정을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P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 내 방식이다(모든 P가 계획하기를 번거로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여행 메이트들은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저 그곳에 가는 걸 좋아하는지 아닌지 작은 관심을 보여주고(보통은 다 좋다고 한다) 정산만 제때 해주면 된다.


정보를 뽑아내고 의견을 종합하는 일은 회사든 어디든 고되고 외로운 일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일궈진 엑셀 표를 보는 순간 짜릿해진다. '제주 여행_최종.xls' 파일은 동행자들에게 미리 공유되는 게 중요하다. 상상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은 여행의 설렘을 극대화한다. 함께 설레며 여행 당일을 맘껏 기대하는 과정은 여행에서 내가 아끼는 순간 중 하나다.


② 낯선 지역을 방문한다는 불안감도 나를 계획하게 한다(겁이 많다). 처음 해외여행을 계획했을 때가 기억난다. 나는 가장 먼저 서점에 들린다. 가장 평이 좋다는 여행 출판사의 가이드북을 구매해 정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정보를 기준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최신 정보를 체크하고, 추가 정보를 수집해 더 나은 관광지와 맛집을 확인하고 예약한다. 무엇보다 안전이 보장되는 곳이어야 한다. 귀중품 도난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메는 가방을 구입해 도맡아 관리하기도 했다. 가끔 이 이야기를 하면 혀를 내두르는 사람도 있다.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통 이 정도로 계획하면 여행은 성공적이다. 당시 동행자들은 이 해외여행을 전설로 기억한다(자랑).


③ 마지막으로, 계획에 정성을 들이면 우리의 여행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릴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길을 잃어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하더라도 그곳은 우리가 가려던 곳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곳일 거라는 믿음. 나는 여행뿐 아니라 평소에도 정성을 들인 것에는 어떤 힘이 생긴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를 더 좋은 순간들로 이끈다고 믿는다.



3. 계획을 한다는 건 우리의 여행이 빈틈없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야


내가 여행을 계획하는 이유는 우리의 여행이 더 기대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원래도 여행은 가기 전이 더 설레는 법인데 더 빈틈없이 설레자는 욕심이다. 열심히 계획해도 잘 따라주지 않는 게 계획이라지만 나는 그런 정성이 우리를 더 좋은 곳으로 가게 해준다고 믿는다.


내가 아끼는 여행 메이트들과 함께


고된 계획 작업으로 얻게 되는 가장  보상은 동행자의 반응이다. ‘너무 좋다 리액션에 제대로 조련된다. 그러면 다음에  계획을 짜고 있는 '' 모습을   있다. 부디 J 인간들에게 너그러운 리액션을 보여주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22.07. 제주 여행 중

* 사진과 글 / 덕덕(Insta@kiki_k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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