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가기 전 이런 글을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한국에서 3시간 반. 거리상으론 가깝지만 아직까지 한국 여행객에게는 미지의 나라, 몽골. 끝없이 펼쳐진 초원은 보기에 아름답지만, 동시에 인프라도 그만큼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몽골은 일반적인 여행지보다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몽골 여행은 준비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선 외곽 도시까지 여행하려면 혼자 보다는 팀을 꾸리는 것이 유리한지라 함께 팀을 이룰 사람들을 구해야 했으며, 팀을 꾸린 뒤에는 몽골 현지 여행사에 컨택해 일정을 조율해야 했다. 비자까지 신청하고 한 숨 돌리려고 하니 주변의 카더라 통신으로부터 몽골은 준비물로 삽을 가져가야 한다는 둥, 우산을 가져가야 한다는 둥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아니, 어떤 여행지가 이런 준비물을 필요로 하겠는가!
덜 알려진 여행지인 만큼 정보도 많이 없던 터라 준비가 쉽지 않았던 몽골 여행. 하여 이번 로드트립을 다녀와서 여행을 준비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정리해 보려 한다.
몽골의 화장실은 어떨까
비행기 티켓팅을 완료하고 들뜬 마음으로 몽골 사진을 찾아보다가 환불 신청 버튼 누를 뻔한 문제의 몽골 화장실. 몽골 여행 웹툰으로 유명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화장실 에피소드를 보며 잇몸 만개하던 상황이 실제로 나에게 벌어지게 된 것이다..!!!!
주변에서 한없이 화장실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캠핑용 화장실을 챙겨가라, 장우산을 챙겨가라 조언해주었지만 소심한 소시민인지라 접이식 우산, 판초 우비 정도를 준비해 갔다.
결과는 접이식 우산은 하반신을 완벽히 가리지 못하거나 혹은 바람에 날아가거나, 또 하필이면 화려한 우산을 가져가 오히려 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 뿐이었닼ㅋㅋㅋㅋㅋ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판초 우비는 입고 볼일 보는 모습을 머리에 그려보고는 조용히 캐리어 안쪽에 넣어 두었다.......
360도가 초원인 몽골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보려 아무리 멀리 뛰어가도 결국 강제 살색을 공개하게 된다. 덤불이라도 발견하면 그 얼마나 반가운지. 다행히 일행들 말고는 허허벌판에 아무도 없는지라 일행들을 훠이훠이 다른 곳으로 쫓으면 되긴 하지만 웹툰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어찌 피할 도리가 없다.
그래도 게르나 마트 혹은 주유소에 화장실이 있긴 있으니 너무 상심은 말자.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70-80년대의 푸세식 화장실을 떠올리면 되는데, 심지어 문짝이 없거나 반 만 가려진 게 대다수이다.(+물론 수도인 울란바타르나 대도시의 화장실은 유럽 못지 않게 좋다) 처음엔 너무 신경 쓰였지만 오히려 문짝이 있는 화장실보다 냄새도 덜나고 파리도 덜 꼬여서 더 나은 같다는 긍.. 정.. 적인 생각을 억지로 가져.. 보았다...... ㅋㅋㅋ
딱히 화장실은 방법이 없기에 하루빨리 자연에 적응하는 수 밖에는 없다. 오히려 생각보다 금방 적응해서 자연인 다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르니!!
Tip_ 재미있게도 몽골에서는 볼일 보러 갈 때 남자는 “말 보러 간다” 여자는 “꽃 따러 간다”라고 한다! 진짜 말 보러 가는 줄 알고 따라갔다가는.. ㄷㄷ..
Q. 얼마나 자주 씻을 수 있을까
우선 각자 예약한 투어 상품에 포함된 숙소의 상태에 따라 씻을 수 있는 횟수의 차이가 꽤 크다. 워낙 환경이 열악한지라 몽골 투어상품은 씻을 수 있는 횟수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날 정도이다.
숙소는 유목민 게르 / 여행자 캠프 / 호텔 이렇게 세 분류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우선 유목민 게르에서는 샤워나 머리를 감는 것은 어렵고(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면 머리까지는 감을 수도 있겠다) 세수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다.
하여 몽골 여행에서 필수로 챙겨가야 하는 것이 바로 물! 티! 슈! 평생 쓸 물티슈를 몽골에서 다 사용하고 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요긴하게도 썼다. 손은 물론이요. 얼굴부터 발까지 물티슈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 화장을 하는 여자 사람이라면 물티슈보다는 클렌징 워터를 추천하며, 머리를 못 감아 기름진 머리가 걱정이라면 드라이샴푸도 유용할 것이다.
생김새는 게르와 똑같지만 전문적으로 숙소를 운영하는 여행자 캠프에서는 샤워는 가능하나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어떤 곳은 뜨거운 물이 잘 안 나오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물이 쫄쫄 나오는 바람에 평소 샤워 시간을 훌쩍 넘기도 하지만 그래도 씻을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일정표에 호텔 숙박이라고 적혀 있으면 만세를 외치자! 물 걱정 없이 편히- 씻을 수 있다는 의미니까. 본인이 선택한 투어상품의 경우 2일에 1번씩 정도는 샤워가 가능했다. (그러나 나중에 점점 귀찮아지면서 씻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점점 씻지 않게...된.......다는 함정)
Q. 전자 기기를 충전할 수 있을까
유목민 게르에서는 거의 충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실제 유목민이 거주하는 게르 본채에서는 전기를 끌어와 TV도 시청이 가능하지만 여행객들에게 내어주는 게르에서는 대부분 충전이 어려웠다.
여행자 캠프에서는 게르 안에서 바로 충전이 가능할 때도 있었고, 식당과 같은 공용 공간에서만 충전이 가능한 곳도 있었다.
Tip_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고, 많은 사람들이 충전을 하고 싶어 하기에 여러 개를 한 번에 충전할 수 있는 멀티탭이나 멀티 USB를 챙겨가면 유용하다.
Q.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까
본인의 경우 공항에서 유심을 사서 몽골 유심으로 갈아 끼웠는데, 몽골 땅이 워낙 어마어마한지라 큰 도시에서만 인터넷이 터지고 시골로 들어갈수록 거의 사용이 불가능했다. 9박 10일 투어 중 숙소에서 인터넷이 가능했던 적은 3일 정도? 특히 고비사막 쪽은 3G가 잘 터지지 않았고, 여행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홉스굴 지역에서는 4G까지 아주 빵빵 터졌다. 잘 터지지 않아서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후기도 많이 봤었는데 그래도 간혹 큰 도시에서 부모님께 연락을 드릴 수도 있어서 본인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몽골 통신사는 mobicom, unitell, skytell 등이 있는데, 여행객들은 주로 모비콤 혹은 유니텔에서 유심칩을 구매한다. 본인은 모비콤에서 약 2만 투그릭(10,000원) 정도 내고 2주 동안 3G를 쓸 수 있는 요금제를 택했다. 요금은 사용 기간과 인터넷 사용량에 따라 요금은 조금씩 다르다.
인터넷이 잘 안 터진다고 해서 슬퍼말자. 오히려 문명과의 단절 덕분에 여행 그리고 함께한 동행들에 더 집중할 수 있을 터이니.
Tip_ 가이드님이 말씀하시기로는 유심 회사에 따라 지역에 따라 터지는 곳이 있고 터지지 않는 곳이 있어서 이동하는 팀원들이 각자 서로 다른 회사의 유심을 구매하여 서로 잡히는 곳에서 테더링을 켜는 방법을 추천해주셨다.
Q. 환전은 얼마 정도?
몽골은 자유여행이 불가능하고, 거의 투어로 여행을 다니기 때문에 투어비를 지불하는 것 외에 자신이 여비로 쓸 돈만 챙겨가면 된다. 투어에 세끼 식사, 그리고 숙소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간식이나 저녁에 간단히 술 사 먹을 정도 챙기면 충분하다.
우리 팀 같은 경우 저녁에 음주를 즐겼던 지라 한 9일 일정 회비로 총 인당 6~8만 원씩 정도 걷었던 같다. 거기에 울란바토르 시내에 돌아와서 쓸 돈 그리고 기념품 살 돈 정도 더 추가로 들었다.
환전은 공항에서도 가능하고 울란바토르 시내에 있는 국영백화점에서 가능하다. 본인의 경우 달러로 챙겨간 뒤 현지에서 몽골 원화인 투그릭으로 환전하였다. 참고로 시내의 국영백화점에서는 한국돈도 몽골 돈으로 환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환율은 현지 화폐 단위인 투그릭에서 반을 나누면 되므로 계산이 어렵지 않다.(1000투그릭 = 500원 정도)
Q. 한국 음식은 얼마나 가져가지?
몽골에서는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들었지만, 한국에서 먹는 귀여운 양꼬치 수준이 아니라 누린내가 심하다고 하여 한국음식을 챙겨갈 생각이었다. 꽤 일정이 긴지라 얼마큼 챙겨갈지 한참을 고민했는데, 몽골에 와보니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몽골 마트에 도착하니 여기가 한국인가 몽골인가 싶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더 놀라운 것은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이마트가 있다는 사실.
일반 마트에 가도 라면은 물론이거니와 고추장, 쌈장, 김치, 참기름, 김 등등 한국 제품들이 가득하다. 심지어 술도 카스부터 처음처럼 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가격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저렴할지도? 햇반은 안 판다는 블로그 후기도 언핏 본 적이 있는데 쌀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패키지인만큼 자유롭게 마트를 들려서 사긴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필요한 양만큼은 챙겨가는 것이 좋겠지만, 혹시 못 챙겼더라도 너무 겁먹진 말자.
Tip_ 너무 작은 시골마을에 있는 슈퍼에는 대도시의 큰 마트보다 물건이 없으므로 한국 식품을 살 예정이라면 대도시의 마트에서 미리 장을 보는 방법을 추천.
캐리어를 가져갈까 배낭을 가져갈까
몽골이 일반 여행지보다 오지라는 인식이 더 강해서 배낭을 가져갈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는데, 본인의 경험 상 캐리어를 추천하고 싶다. 거의 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지라 별로 들고 다닐 일도 없으니, 오히려 짐을 쉽게 꺼내고 빠르게 쌀 수 있는 캐리어에 한 표를! 사실 어떤 것이든 크게 상관없을 것 같긴 한데, 하루 걸러 하루 이동하는 유목 생활인지라 뭐니 뭐니 해도 캐리어가 짐을 쉽게 싸고 푸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하므로
Q. 잘 가져갔다 싶은 준비물은?
- 드라이샴푸 ★ : 머리를 감지 못할 때 슉슉 뿌려주면 감쪽같이 기름기가 사라지는 매직! 근데 생각보다 어어어어엄청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 멀티 usb ★ : 충전을 자주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한꺼번에 여러 기기를 충전할 수 있어서 유용하다.
- 보조배터리★★★: 언제 충전을 할 수 있을지 모르므로 보조배터리는 집에 있는 것들 모두 싹 쓸어오도록 하자.
- 모자 ★★ : 낮에는 햇빛이 쨍쨍. 뿐만 아니라 머리를 못 감는 상황에서 필수! 캡 모자도 좋지만 낙타 혹은 말을 탈 때는 바람이 많이 불다 보니 끈 달린 모자를 추천.
- 바디로션, 수분크림, 립밤, 인공눈물 ★★ : 몽골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건조하다. 립밤은 동행들이 가장 많이 찾던 아이템 중 하나.
- 블루투스 스피커 ★★★ : 장거리 이동 시 가장 열 일했던 블루투스 스피커. 또한 밤에 맥주 한 잔에 노래가 빠지면 아쉬우니! 인터넷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노래는 미리 담아올 것
- 미니 야외 조명 ★★ : 은근 유용했던 아이템. 게르 안이 너무 어두울 때나 게르 밖에서 맥주 한 잔 먹을 때 실용성과 분위기 모두 잡을 수 있는 꿀템.
- 클렌징 워터 ★★ : 물티슈로만 세수하기 영 찝찝하다면 간편히 얼굴을 닦을 수 있는 클렌징 워터도 꽤나 유용.
- 침낭 ★★ : 한 여름에 몽골을 방문한다 할지라도 저녁엔 꽤나 쌀쌀하다. 현지 여행사에서 준비해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해보자.
- 삼각대 ★ : 별 사진 찍으려면 가지고 다니기 비록 귀찮을지라도 챙겨 와야...
- 돗자리 ★ : 게르 안이나 밖에서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 떨 때 유용하다
- 마스크 ★ : 엄청나게 많이 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쓰지는 못했다. 그래도 사막 지역인 고비 쪽에서 꽤나 잘 사용했다
- 얇은 패딩 ★★★ : 한여름에 방문할 지라도 기온차가 커서 저녁은 쌀쌀
- 슬리퍼 ★ : 어느샌가 운동화를 안 신고 크록스만 매일같이 신고 다니는 나 자신을 발견
- 가글 ★ : 생수로 양치가 가능해서 생각보단 많이 쓰지 않았지만 때때로 사용
- 목베개 ★★★ : 진짜 유용했던 아이템 중 하나. 장거리 이동이 많다 보니 차에서 많이 쓰기도 하고 게르 내에 배게가 마땅치 않을 경우에도 좋다
- 보드게임 : 엄청나게 많이 쓸 줄 알았는데 동행들이랑 수다 떠느라 막상 보드 게임할 시간은 많이 없었다는 반전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조금이라도 수월한 여행 준비가 되길 바라며!!
혹 준비하시다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댓글로 문의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