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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Dec 16. 2020

읽고 쓰기에 대한 고백  

한동안은 내 글을 쓰는 데만 신경을 썼다. 언제 어디서나 줄줄 좋은 글이 써질리도 없고 써볼만한 얘기라고 생각했던것도 막상 써볼라치면 그저 그런 싱거운 주제가 되어버리는것 같아서 답답했다. 일이 더디고 시작은 했으나 끝을 내지 못한 글들이 하나 둘 쌓이다보니 그냥 기분이 씁쓸했다. 왜 이것밖에 안되는지 속상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을 많이 좋아한다. 그것이 유명한 작가의 소설이든 희곡이든,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 일과든,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 그 글의 조각조각은 자주 내 머릿속에 떠다니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이의 글을 읽는 것을 즐기는 것은 어쩌면 그 행위를 통해서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는 나도 모르는 깊은 내 속의 이야기들을 꺼내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강한 에너지가 한곳으로 모이는 듯, 어떤 이야기로 정신이 집중되면 그때부터는 그 책을 덮고 내 글을 쓸 준비가 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은 그렇게 입에 달기만한 것은 아니다. 비슷한 글감으로 글을 풀어내고 있다보면 내가 어느새 읽었던 글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럴때는 부러 읽었던 글을 흩어지게 한다거나, 혹은 내 가슴이나 머리속에서 완전히 내 것으로 변하게 하여 처음의 것과 다른 성질을 만들려고 애쓴다. 그래야 다시 읽어보아도 여러번 읽어보아도 온전히 내 글이었다는 믿음이 들기 때문이다.


질에 대한 컴플렉스는 또 어떤가. 비슷한 글감을 가지고 쓴 글은 늘 눈에 띄게 비교되기 마련이다. 같은 일을 두고, 같은 무언가를 보고, 같은 경험을 갖고 쓴 글이지만 서툴고, 진부하며, 끝까지 읽지 않아도 뻔할것 같은 글을 산처럼 쌓아두는것 같아 약이 오른다. 수려하고 무리가 없이, 때로는 노래처럼 강물처럼 흐르는 다른 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환한 얼굴로 감탄하다가 이내 쪼그라든 내 마음을 외면할수 없다.


이런 이유로 한동안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일을 피했다. 


내것을 가지고 혼자 잘 설수 있게된 후에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이 더 좋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가지 못해, 나는 다시 다른 사람들의 글을 탐닉한다. 이제 글감이나 질보다도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을 보려고 한다. 그것은 생각보다 글밖에 쉽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지만, 이야기를 풀어내고 좋은 문장을 쓰는 것을 그저 “쓰는 행위” 로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너무 단순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글을 쓸수 밖에 없었던 심정과 마음가짐, 글을 써가는 동안 이쪽 저쪽 바꾸어갔을 그 마음, 어렵게 맺은 한 문장, 미지막 단어를 써넣으며 수십번 이상 고민했을 머뭇거림, 써내려갔다가 다시 지우고 돌아가길 여러번했을 그 시간들 .. 그런것들을 찾으며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은 시간이 꽤 드는 일이었다. 책장을 넘기며 여러번 작가의 문장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내가 머릿속에서 만들어간 문장속에서 작가의 세상을 견주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 길은 꽤 느리고, 가끔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한 적도 많았지만. 그러나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태도로 다른 사람의 글을 읽게 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오늘은 그저, 왜 읽고 쓰는지. 그것이 나에게 좋은일이면서도 늘 어렵고 신경쓰이는 일인지, 그러면서도 잘하고 싶은 욕심은 얼마나 본능적인 것인지, 그런 생각들을 두서없이 했다. 나는 내가 계속 글을 쓰고 싶어했으면 좋겠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누군가보다 잘 쓰든 그렇지 않든, 내가 쓴 글속에서 나를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내 마음을, 내 심정과 내 머뭇거림, 그리고 내 고민들을 찾길 바란다.




커버이미지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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