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조금 움직여 창문의 블라인드를 열었다 닫았다 하듯이
마음이 곧잘 슬퍼졌다가 괜찮았다가 한다.
그 경계를 넘어서는 일은 너무 쉬워서
아무것도 아닌 누군가의 말한마디나 내 맘대로 할수 없는 날씨조차에도 움직여
나를 당황하게 한다.
그렇더라도 아직은 내가 기특하고 고맙다.
슬픔이 너무 짙어서 걸어나오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꾸역꾸역 다시 괜찮아지려고 무거운 나를 일으켜
결국 돌아오고 마니까.
시간이 좀 걸려도 제자리로 돌아와 괜찮아지니까.
또 한번 슬픔을 걷어내고 단단해지려고 애쓰니까.
그렇게 돌아와도 어쩌면 금새 다시 슬퍼질지도 모른다는걸 알면서도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힘을내보려고 하니까.
사는건 늘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 경계에 위태롭게 한발로 서 있다가
때로는 실수로, 힘이 빠져서, 어쩔수 없이, 하던대로
다른 한발을 슬픔의 진탕으로 철벅 소리를 내며 떨어뜨리기도 하고,
내 안에 있던 나도 모르던 따스함과 의연함에
가까스로 다른 한발을 슬픔의 진탕에서 걷어내기도 한다.
그렇게 경계에 서서 슬픔과 슬프지 않음을 오가는 것이
늘 슬픔속에 사는것이나 늘 슬프지 않게 사는것보다
더 나은건지 그렇지 않은건지는 모르겠다.
그렇다해도,
그 경계에 서서 내 가슴에 귀를 귀울여 내 마음이 슬픔을 가늠할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비로소 내가 슬픔을 건너갈 사람이라는
제법 뜨거운 순간을 마주한다.
슬픔에 엉겨 비탄에 빠져있는 내 얼굴을 기꺼이 바라보며
애틋하고 가여워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즈음
나는 내가 슬픔의 진탕에서 조금씩 올라오고 있음을 알게된다.
슬픔을 건너도록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였다. [YJ]
커버 이미지 : Photo by Ivan Karasev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