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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Feb 17. 2021

경계에서

손가락을 조금 움직여 창문의 블라인드를 열었다 닫았다 하듯이

마음이 곧잘 슬퍼졌다가 괜찮았다가 한다.

그 경계를 넘어서는 일은 너무 쉬워서 

아무것도 아닌 누군가의 말한마디나 내 맘대로 할수 없는 날씨조차에도 움직여

나를 당황하게 한다. 


그렇더라도 아직은 내가 기특하고 고맙다.

슬픔이 너무 짙어서 걸어나오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꾸역꾸역 다시 괜찮아지려고 무거운 나를 일으켜 

결국 돌아오고 마니까. 

시간이 좀 걸려도 제자리로 돌아와 괜찮아지니까.

또 한번 슬픔을 걷어내고 단단해지려고 애쓰니까. 

그렇게 돌아와도 어쩌면 금새 다시 슬퍼질지도 모른다는걸 알면서도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힘을내보려고 하니까. 


사는건 늘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 경계에 위태롭게 한발로 서 있다가 

때로는 실수로, 힘이 빠져서, 어쩔수 없이, 하던대로 

다른 한발을 슬픔의 진탕으로 철벅 소리를 내며 떨어뜨리기도 하고, 

내 안에 있던 나도 모르던 따스함과 의연함에

가까스로 다른 한발을 슬픔의 진탕에서 걷어내기도 한다. 

그렇게 경계에 서서 슬픔과 슬프지 않음을 오가는 것이 

늘 슬픔속에 사는것이나 늘 슬프지 않게 사는것보다 

더 나은건지 그렇지 않은건지는 모르겠다.


그렇다해도, 

그 경계에 서서 내 가슴에 귀를 귀울여 내 마음이 슬픔을 가늠할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비로소 내가 슬픔을 건너갈 사람이라는

제법 뜨거운 순간을 마주한다. 

슬픔에 엉겨 비탄에 빠져있는 내 얼굴을 기꺼이 바라보며

애틋하고 가여워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즈음

나는 내가 슬픔의 진탕에서 조금씩 올라오고 있음을 알게된다.  

슬픔을 건너도록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였다. [YJ]

 





커버 이미지 : Photo by Ivan Karase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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