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살며 쓰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제이 Sep 16. 2015

기억

오래전에 잊혀졌던 기억의 촉 

갑자기 아주 작은 어떤것으로 인해, 

오래전에 잊혀졌던 기억의 촉이 되살아 나기도 한다. 


손가락 끝에 가시가 박힌줄 모르고 지내다가, 

예상치 못하게 다른 손가락이 스치면서, 

온몸이 경직될만한 짧고 강렬한 아픔이 전해오듯이 말이다. 

그러고 난후엔, 그 아픔은 좀처럼 잊혀지질 않는다. 

그 가시가 자꾸만 신경쓰이고 바라보게 되어,

아예 그 손가락을 감추고 내보이지 않고싶다. 


기억도 그렇다. 

한번 우연히 되살아난 기억은, 잠시 강렬한 자각을 주었다가,  

꽤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물며 나의 신경을 집중시킨다. 


그 촉을 되살아나게 하는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아주 작은 일들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흥얼거린 유행가 한소절이거나, 

소설책에 나오는 동네 지명이라거나, 

때론 나는 냄새로도 그 기억을 쫓는다. 

눅눅하고 짙은 장마철 풀내음이나 흙냄새, 밥냄새, 

그리고 코끝이 먼저 찡그려지는 소주 한잔, 

두시간째 따라놓고 마시지 않는 그 소주 냄새에도 그랬다.





Photo by Anita Jankovic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