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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Sep 15. 2015

감사

일 때문에 연락하게 된 사람이 있다.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이메일과 전화, 목소리로만, 그것도 잘해야 한달에 한 두번 소통하던 사이였다. 가까울것도 그렇다고 멀 것도 없이, 딱 해야할 일로만 연락하던 사이였기 때문에 특별할것는 사이였다. 개인적으로 사정이 생겨서 그쪽 일을 이제 그만 하게 되었고, 이메일을 통해서 아쉽지만 더 이상 일을 하기 힘들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저 사무적으로.


그렇게 이메일을 보낸지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답장을 받았다. 나의 사무적인 이메일과는 달리, 예상외의 곱고 긴 글이었다. 매끄러운 글들이었다기보다 마음이 듬뿍 묻어나는 글이었다. “정말” 이라는 말을 두 세번씩 거푸어 쓰는 것이나 “진심”이라는 단어를 살며시 꺼내는 것이나 “꼭” 이라는 말을 여러번 쓰면서 다음에 연락을 하자는 말이 그랬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그저 글자들의 나열이 이처럼 따뜻하게 느껴진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 글에 대한 짧은 답장을 쓰면서 기분이 내내 좋았다. 


우리는 때로 다시 보지 않을 사이라고, 아니 얼굴보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손으로 쓴 글씨가 아닌 컴퓨터에 자판으로 치는 글이라고, 아무렇게나 지나치고 마는 글들이 참 많다. 아무렇게나 다는 댓글이 그렇고, 읽는 둥 마는둥 하는 남의 글들이 그렇다. 사실 이렇게 곱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얼마든지 전할수 있는데도 말이다.

애정, 그리고 정성. 인간관계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덕목이다. 이것이 없으면 관계는 늘 겉돌거나 혹은 가식적이 되고 만다. 


아쉽다. 내가 맺은 얼마나 많은 인간관계들을 내가 혹시 이렇게 만들어 버린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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