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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Sep 15. 2015

관계

타인과의 거리

타인과의 거리를 좁히는 인간관계가 아닌, 보다 성숙한 인간관계는 거리를 점차 벌이는 인간관계이다. 나와 타인 사이에 필요한 그 거리가 나에게 커다란 안정감을 선물한다. 그래서 오고 가는 사람들도, 말하고 듣는 이야기들도, 그 거리 밖에서 평화롭다. 그 거리를 내 쪽으로 당기려던 열정은 세월과 나이와 함께 흩어졌다. 평행선위에 서있는 나와 타인이, 가장 안정되고 편안한 구도였다. 어쩌면, 우린 그렇게 가까이 서야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구태여 그 거리를 당기려다가 얻은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좋은 일깨움이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이 휘몰아치는 감정선과 관계설정에서 평정심을 갖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지난 몇주간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불분명하고 게다가 불편한 각각의 관계들이 나에게 가져다 주는 불안정함은 생각보다 높이 파도쳤다. 하지만, 이젠 그대로 두고 볼수 있을것 같다. 이 모든것이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내 손으로 할수 있는 것들을 이런저런 방도를 통해 다 해보았기 때문에 갖는 후련함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도 남은 미적지근함을 굳이 마무리 하지 않아도 견딜수 있는 담대함또한 생겼다. 이젠, 이 모든것이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가길 바란다. 그 마지막 자락에 남은 바람까지 지나가고 나면, 난 훨씬 더 자신감 있는 평정심을 되찾을거라 믿는다. 그리고 다음에 흘러갔던 그 바람이 다시 찾아 온다고 해도, 그때는 좀더 어른흉내를 낼수 있을것 같다.


내가 인정할수 있는 사실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그냥 두자. 내가 손댄다고 변할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맘 조린다고 해답을 주는 일도 아니다. 난 내가 그어놓은 선끝에, 아직은 미련을 함께 담은 발끝을 모으고, 다소 조급한 마음으로 이 바람이 잠재워지길 바라고 있다. 그 선에서 한걸음씩 한걸음씩 그 보폭을 점점 크게 하며 뒤돌아 나올 것이다. 미련도 사라지고 조급함도 사라지면서 말이다. 그 선밖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은, 혼자여야 겠다. 그 무엇의 방해도 부담스럽다. 말도 줄이고, 귀도 좀 닫고, 세상의 소란스러움으로부터 벗어나 나에게로 돌아가야겠다. 


좋은 관계든 그렇지 않은 관계든,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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