샥스핀(Shark's fin)은 상어 지느러미를 말한다. 광둥 지역을 필두로 중국 전역에서 샥스핀은 아주 고급 식재료로 취급된다. 루쉰의 소설에서도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먹는 장면이 종종 나왔기 때문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瑤柱雞湯裙翅. 말린 관자와 닭 육수, 상어 지느러미를 넣은 수프다
현지인들의 평가가 호평일색인 샥스핀 식당에 갔다. 건어물 판매점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그러나 이 음식에 대한 내 평가는 좋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 맛이 없었음에도 말이다. 일단 닭고기 육수라고 주장하는데, 대놓고 치킨스톡 맛이다. 표준 광동 음식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자극적인 맛이기도 하다. 대다수가 맛있게 느낄 법한, 고급 요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맛.
전분을 많이 넣었기 때문에 밥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애초에 샥스핀은 식감이라고 하지 않는가? 고든 램지는 샥스핀의 식감을 당면에 비유했는데 흐물거림은 비슷할지 모르겠으나 식감은 당면보다 훨씬 오독오독하다. 목이버섯 같기도 하다. 곤약으로 얇은 면을 뽑으면 이런 식감일 것 같다.
본인은 이 수프를 2만원에 먹었는데, 이 식당에 대한 구글맵 현지인들의 호평에 따르면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이라고 한다. 실제로 샥스핀을 하는 다른 식당들을 찾아보니 모두 세트가 10만원을 상회하는 파인다이닝 뿐이었다. 영상을 찾아보니 고급 식당들에선 샥스핀이 통으로 훨씬 크게 담기고 육수도 더욱 진귀한 재료를 활용했다.
어쨌든 내가 먹은 식당에 한하여 평가를 해보자면, 외지인의 입장에서 그 맛은 2만원의 값어치를 못 해냈다. 이 집 샥스핀에 대한 현지인들의 호평에는 샥스핀이라는 재료가 가진 위상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식당에서 샥스핀을 접한 것은 아니므로 상어 지느러미 요리 전체를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동물권 문제를 중심으로 샥스핀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할만한 맛이 샥스핀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지는 다소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