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편 #3] 한국 출국에서 중국 입국까지
드디어 출국날! 비행기가 혹시라도 취소될까 봐 신경 쓰였는데 다행히 취소 메일은 안 왔다.
공항에 방호복을 입고 갈 생각이었는데 고글과 옷에서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고 더워서 땀이 날 거 같더라. 열나는 걸로 오해받을까 봐 그냥 페이스 쉴드만 썼다.
숙소 들어갈 때까지 음식 섭취를 못할 테니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출발했다. 요즘 인천 공항은 붐비지 않을 거라 2시간 전까지 가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여유롭게 출발하다 보니 3시간 전에 도착해버렸다.
공항이 텅텅 비었다. ‘역시 사람이 없네. 너무 일찍 온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체크인 카운터로 걸어가는데
으잉???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이제 막 수속 시작할 시간인데..! 비행기 앞좌석에 앉아야 자가격리 숙소에 빨리 갈 수 있으니 다들 일찍 와서 줄 섰나 보다. 앞좌석, 뒷좌석 수속 시간 차이가 2~3시간 난다고 듣긴 했는데. 와... 이 정도일 줄이야.
다행히 나는 비즈니스 티켓을 샀기 때문에 체크인 줄이 길지 않았다. 이코노미 티켓이 다 팔려서 어쩔 수 없이 비즈니스를 샀는데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어차피 위탁 수화물 추가할 생각이었고, 이코노미에 위탁 수화물 추가하는 비용보다 비즈니스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의 위탁 가능한 수화물 무게는 32kg(이코노미는 23kg)여서 무거운 물건을 마음껏 담을 수 있었다. 후후후
비즈니스 수속대로 걸어가니
“你是商务舱吗?”
갑자기 중국어가 들려온다. 한국 공항에서 중국어를 들을 거라 생각 못해서 순간 멍~.
‘아, 商务(상무)가 비즈니스니까 비즈니스 클래스를 말하나 보다.’
“저는 비즈니스 클래스예요(我是Business Class).”
성조를 몰라서 그냥 영어 단어가 툭 튀어나왔다. 이런 단어도 모르다니... 중국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중국 직원분이 줄 설 곳을 알려주면서 종이 한 장을 건네준다. 그리고 체온을 재서 值机(체크인) 란에 온도를 기재하신다.
내 차례가 되어 체크인 카운터에 음성 증명서를 냈다.
“앞자리로 주세요.”
“앞자리는 마감이에요. 최대한 앞으로 드릴게요.”
빨리 내릴 생각에 앞자리로 달라고 했는데 비즈니스 타는 분들도 다들 일찍 오셨나 보다.
“QR코드 작성하셔서 확인 도장받고 가세요. 저기 사람 많은 곳 가시면 작성방법 적혀있어요.”
“마스크 수량 체크는 안 하나요?”
마스크 반출 수량 제한이 있다는 관세청 공지사항을 보고 140장가량 들고 왔는데.
“지금은 수량 제한 없어요. 1500장까지 됩니다.”
으잉?? 그렇구나. 언제 바뀐 거람. 이전에는 수량 체크 후 스티커를 붙여줘서 기내 반입만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의약품도 기내 반입만 된다고 해서 20인치 캐리어에 욱여넣느라 고생했는데 체크도 안 한다.
방역 물품 관련 주의사항 글을 보고 짐 싸기 전에 소독제 알코올 함량, 락스 염소 함량, 체온계 리튬 배터리인지 여부 하나하나 확인했는데 하나도 안 물어보니 허무하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자, 그럼 큐알 코드 작성법 보러 갈까나?
간단하게 작성법이 적혀있던데 굳이 볼 필요는 없을 거 같고, 스탠드 근방 인구 밀집도가 너무 높아서 저 멀리 가서 작성하기로 했다.
1) 海关旅客指尖服务(손쉬운 해관 서비스)
2) 信息登记(탑승 정보)
1) 첫 번째 큐알코드: 海关旅客指尖服务
큐알 코드를 스캔하니 중국 해관 위챗 미니 프로그램으로 연결된다.
健康申报(건강보고) 메뉴 클릭하면
정보 입력 창이 나온다. 각종 개인정보, 입국 정보, 건강 상태를 물어본다. 중국 내에서 연락 가능한 사람 이름 및 연락처를 써야 해서 캐리어를 열어 서류를 뒤져야 했다. 중국 내 주소도 중국어로 미리 확인하고 오면 작성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을 듯.
주의할 점은 첫 번째 항목인 出/入境信息(출입국 정보)에서 반드시 入境(입국)을 선택해야 한다. 한국에서 미리 작성하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는데, 중국 입국용이니까. 만약 잘못 작성했다면 수정하면 되니 걱정 노노. (내가 잘못 선택해서 이 말하는 거 아니.. 맞다.)
작성 완료 후 뜨는 QR코드 화면은 캡처한다.
2) 두 번째 QR코드: 信息登记(탑승정보)
양식에 입국 도시명이 적혀있던 걸로 봐서는 도시마다 다른 걸지도 모르겠다. 해관 미니 프로그램 입력 정보랑 거의 동일한 정보를 요구한다. 다만 중국 내 친척 이름과 연락처를 쓰라는데, 필수 값이어서 지인 정보를 넣었다. 최근 14일 동안 머물렀던 국가도 써야 한다.
다 작성하니 아래와 같은 화면이 뜨는데 혹시 몰라서 캡처했다.
3) 검사 도장받기
두 QR 코드 작성 완료하면 체크인 카운터 근처 데스크에서 아까 받은 종이에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한다. 만약 체크인 카운터에서 도장을 받지 못해도 탑승구에서 캡처 화면을 보여주고 확인이 가능했다.
나는 입국 양식을 작성하다가 연락처를 중국 국내 연락처로 써야 할 거 같아서 중국 선불 유심을 찾으러 갔는데, 직원은 없고 고객센터는 전화를 안 받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정신이 없어 확인 도장을 잊어버리고 출국 심사를 받아버렸다. 다행히 모든 화면 캡처를 남겨두어 탑승구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무사히 탑승!
비행기에 탑승하니 기내식이 미리 세팅되어 있다.
박스에 “금번 비행에서만 사용(仅限本次航班使用)”이라고 적혀있길래 혹시나 해서 승무원분께 외부 반출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예쓰, 저녁 획득! 이런 공산품에 적힌 중국어만 다 살펴봐도 중국어는 금방 늘겠다. 숙소 가서 살펴봐야지.
쉬다 보니 벌써 중국 도착! 일부러 빨리 내리려고 비즈니스 앞자리를 달라고 했는데, 내가 탄 비행기가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사이의 출입구 하나만 사용해서 비즈니스 뒷자리부터 내렸다. 나는 두 번째 조로 중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버스에도 딱 18~20명 정도만 탑승한다.
이제 드디어 중국 입국 시작이다!
중국 입국 절차는 다음과 같다.
건강 QR 코드 확인(바코드 스티커 수령) > 코로나 검사 > 체온 검사(건강정보 서류 수령) > 입국심사 > 짐 찾기 > 세관 신고 > 자가격리 숙소행 버스 탑승 번호표 수령
1) 건강 QR 코드 확인
데스크에서 건강 QR 캡처본과 여권을 직원분에게 보여줬다. 그런데 직원이 갸우뚱한다.
“출국이 아니라 입국이라고 써야 해요. 저쪽 가서 고쳐 오세요.”
앗, 이런. 구석으로 가니 직원분들이 A4 용지에 아까 봤던 QR코드를 프린트해서 들고 서있다. 입국이라고 고쳐야 된다니 첫 번째 QR 코드를 스캔하고 수정해서 다시 캡처하면 된단다. 휴, 다행이다. 큰 문제가 아니었어.
나만 실수한 건가 했더니 나처럼 잘못 작성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내가 항공사 직원이라면 한국 체크인 카운터 작성방법에 이 부분을 빨갛게 표시해두겠어. 다들 헷갈리나 봐.
수정하고 나니 직원분께서 바코드와 번호가 적힌 스티커 3장을 주면서 한 장은 내 여권 뒤에 붙여준다. 1단계 끝!
2) 코로나 검사
코로나 검사 부스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직원이 찍으면 안 된다고 제지한다. 내 뒤에 오는 중국인도 사진 찍으려다가 직원 말을 듣고 카메라를 내렸다. 그래, 이제 얌전히 검사나 받아야겠다.
부스로 들어가서 여권과 바코드 스티커를 직원분께 건네면 이름을 확인한다. 마스크는 코까지만 내리고 검사를 받는데, 와... 진짜 푹푹 쑤신다. 긴 면봉을 양쪽 코에 아예 꼽아두고 마지막에 꺼낼 때 더 깊숙하게 찌른다. ‘너의 마지막 세포 하나까지 훑어내겠어!!’란 건지. 한국에서 배운 ‘후~’하고 숨 내쉬기를 시전 해서 덜 아팠다. 그래도 확실히 한국보다 아팠다. 옆 부스 꼬마 친구는 엉엉 울더라.
3) 체온 검사
체온 검사 부스에 가서 앉았더니 직원분이 또 갸우뚱한다. 짐을 줄이려고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어서 땀이 나던 터라 괜스레 ‘온도가 높게 나온 건가?’ 싶었다.
“무슨 문제 있어요?”
“온도가 이상하게 나와서요.”
그러면서 두 번이나 온도를 더 잰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불안하게. 그리고는
“이거 못 쓰겠네(这个不好用).”
라며 자리를 비우신다. 오, 사용할 수 없어요(不能用)나 사용 불가해요(不可以用)가 아니라 못 쓰겠네(不好用)라고 하는구나? 역시 현지가 중국어 배우기 최적인걸?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직원분은 다른 체온계를 가져오셨고, 다행히도 정상이란다. 얏호! 직원분이 뽑아주신 건강신고서와 이동기록서를 들고 이동이동.
4) 입국심사
체감상 가장 오래 걸린 구간이 입국심사다. 내 앞에 서계신 분들이 외국인 취업자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인당 10분 가까이 걸리는 느낌? 옆 줄은 2~4명 처리할 때 내가 서있던 줄은 1명도 못한다며 내 뒤에 서있던 중국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볼멘소리를 한다.
내 중국 번호를 달라고 하는데, 내가 산 유심은 번호가 이상한지 직원이 중국 번호가 아니라며 다른 걸 달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지인 번호를 말해줬다. 그리고 입국 심사할 때 지문등록도 하더라. 다행히 손소독제를 들고 있어서 바로 사용했다.
짐 찾고, 세관 신고까지 하니 끝.
5) 자가격리 숙소행 버스 번호표 수령
공항 출구 데스크에 건강신고서와 이동기록서를 내고 나서 항공기 편명이 적힌 번호표를 받았다.
비행기에서 빨리 내려서 그런지 랜딩부터 탑승 번호표 수령까지 1시간 20분밖에 안 걸렸다. 비즈니스 산 나를 칭찬해!!!! 코로나 음성 결과 나올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 바로 버스 타는 거란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버스에 타라고 해서 짐을 실었다.
1시간 정도 달리니 차가 정차하려고 한다. 까오더 지도(高德地图)로 검색해봤더니 평점 4.5점에 매우 좋음(非常棒)이라고 적혀있다. 와, 다행이다. 이 정도면 숙소 컨디션은 괜찮을 거 같다.
20분쯤 기다려서 체크인을 했다. 직원이 가지고 있는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아서 서명하니 방 키와 안내 서류가 담긴 봉투를 준다. 랜딩 후 자가격리 호텔 방 앞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 반 정도 걸렸다. 이 정도면 정말 양호한 입국 과정이었다. 이제 방문을 열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