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중국 핸드폰 번호가 없으면 정말 불편하다. 웬만한 서비스는 중국 번호 없이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자가격리 해제 이후 1순위는 번호 개통이었다.
가장 먼저 어느 통신사 유심을 쓸지 결정해야 하는데, 중국 3대 통신사는 아래와 같다.
종궈이동(中国移动, China Mobile)
종궈리엔통(中国联通, China Unicom)
종궈디엔씬(中国电信, China Telecom)
(점유율 순서)
종궈이동은 벽지에, 종궈리엔통은 데이터에 강하다고 해서 중궈리엔통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게다가 자가격리 때 무척 유용하게 쓴 홍콩 선불 유심도 종궈리엔통망이었다.
아침에 통신사 영업점으로 출발하려다가 혹시나 해서 현지 지인에게 어느 통신사를 쓰냐고 물어보았다. 주변에 종궈리엔통을 쓰는 사람 중 ‘종궈이동할 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 반대는 없다며, 종궈리엔통은 가끔씩 안 터지는 경우가 있단다. 앗, 통신사 상태가 지역마다 다른가 보구나. 택시 타고 호텔 오는 길에서도 데이터가 안 터지는 구간이 있더니. 그럼 종궈이동 영업점으로 가봐야겠다.
가오더 지도(高德地图)에서 종궈이동(中国移动)을 검색해 가장 가까운 지점을 찾았다. 영업시간이 나와있어 참고하기 좋다. 내가 가려는 지점은 매일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9시까지. 주말과 저녁에도 한다니 직원들은 힘들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땡큐다.
‘가오더인증’ 완료한 통신사 영업점 정보
그렇게 종궈이동 영업점 도착!
회사 상징색이 파란색인가?
1. 번호표 뽑기
2. 유심 종류 및 요금제 선택
3. 여권 및 임시거주 주소 제시
4. 번호 선택
5. 사진 촬영
6. 전자계약서 서명
7. 선금 지불
1. 번호표 뽑기
도착하면 제일 먼저 번호표를 뽑는다. 개인업무(个人业务)를 누르면 되고 현재 대기인원 수도 보여준다.
번호표를 뽑지 않으면 계속 기다려야 한다
2. 유심 종류 및 요금제 선택
(1) 유심 종류
외국인은 후불 유심(后付卡) 혹은 요금제 쉐어링 유심(副卡) 신청이 안 되고, 선불 유심(预付卡)을 신청해서 매월 알리페이로 충전하면 된다고 한다. 또한, 나중에 번호를 없앨 때는 인터넷으로 안 되고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야 한단다.
(2) 요금제 선택
요금제를 보여달라고 하니 “지금 이게 가장 최신 버전이에요. 나온 지 얼마 안 됐어요.”라며 위챗 채팅방에서 엑셀 파일을 열어 휴대폰으로 보여준다.
핸드폰에 이렇게 회사 정보가 가득하다니
‘套餐’은 가장 대중적인 요금제 방식인데, 기본으로 제공되는 통화량, 데이터 이상으로 더 필요한 경우 요금을 충전하면 된다. 리스트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없길래 물어보니 따로 없다고 한다. 중국도 데이터 엄청 쓸 거 같은데 없다니 신기하네.
데이터 30GB, 통화 300분 요금제가 128위안(21,000원)이고, 데이터 100GB, 통화 1000분 요금제는 288위안(48,000원)으로 엄청나게 비싼 편은 아니다. 특히 288위안 요금제는 프로모션 중이어서 2년간 218위안(36,000원)에 쓸 수 있다고. 데이터 양은 적당한데 통화량이 어마 무시하게 많다. 누가 1000분씩 쓸랑가.
3. 여권 및 임시거주 주소 제시
요금제를 정하니 여권과 주소를 달라고 한다. 주소는 투숙 중인 호텔 주소도 괜찮다고.
4. 번호 선택
이것저것 계속 작업을 하더니 패드에서 선택 가능한 번호 목록을 보여준다.
어떤 화면은 터치가 되고 어떤 화면은 안 되는 요상한 패드
슥 살펴봤는데, 역시나 8이 들어간 번호는 없다. 돈을 번다(发财 fācái)와 8(bā)의 발음이 비슷해서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번호다. 지금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와이파이 비번조차 숫자 8이 8개다.
다행히도 중국인이 좋아하는 또 다른 숫자 9가 끝자리인 번호는 있다. 9(jiǔ)는 영원, 장수를 의미하는 久(jiǔ)와 발음이 비슷해서 선호하는 숫자. 일단 하나는 이걸로 결정.
그리고 나는 번호를 2개 만들 생각이어서 뭘 또 고를까 하다가 행운의 숫자 7을 골랐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7(qī)은 ‘화를 내다’인 生气(shēngqì)와 발음이 비슷해 기피하는 숫자라고(..) 조금 더 찾아보니 서양 문화 유입 탓인지 선호하는 숫자로 부상 중이라는데 영 찝찝. 영업점 가기 전에 미리 중국인이 선호하거나 기피하는 숫자가 뭔지 알고 가면 좋겠다.
5. 사진 촬영
번호 등록할 때 사진까지 찍어야 하는지 마스크를 완전히 벗고 카메라 응시. 시스템에서 통과가 안 되어서 여러 번 다시 찍었다.
6. 전자 계약서 서명
패드에 계약서가 뜨면 이름 정자를 서명란에 기재. 이때 이름 철자와 여권 번호가 맞는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7. 선금 지불
선금은 100위안(1.68만 원).
생각보다 번호 하나 처리하는 데에 오래 걸리더라.
요금제 잔량은 ‘移动手机营业厅(종궈이동 모바일 영업점)’ 앱을 다운 받아 확인할 수 있다.
‘套餐余量(요금제 잔량)’에서 확인 가능
직원분이 신규 가입 고객은 월 구독료 15위안인 서비스가 3개월 동안 무료라고 매월 하나씩 어떤 서비스를 무료로 볼지 정할 수 있다고 안내해준다.
선택 가능한 서비스 목록. 영상 앱부터 음악 앱까지 다양 앱 ‘我的权益(나의 권리)’ 메뉴에서 선택하면 된다는데 와, 로딩이 아예 안 된다. 중국은 앱 서비스가 엄청 잘 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중국 오면 사기업의 테크테크하고 빠릿빠릿한 서비스와 공기업의 느릿느릿한 서비스 사이의 간극이 엄청날 거라더니 정말 그런 건가.
“유심 데이터 상태가 안 좋은 건가요?”
“유심은 제 핸드폰에서 정상적으로 속도가 나왔어요. 오늘 회사 시스템이 좀 이상해서 그래요.”
그럼 나중에 하지 뭐.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화를 부른다는 7의 기운이 닿은 건지 모르겠지만 7로 끝나는 번호 계약서 상의 영문 이름명이 잘못된 것. 직원분이 잘못 투입한 걸 내가 잘 봤었어야 하는데 서명할 때 놓쳤다. 나중에 각종 인증받을 때 문제가 생길 테니 수정이 필요하다. 바로 바꿀 수 있냐니까 시스템에서 통과되면 된단다. 그리하여 시작된 지난한 기다림.
한국 매장과 비슷. 휴대폰 필름(贴膜) 부착도 가능하다
마땅히 앉을 곳이 없는지라 한 시간 가까이 서서 기다렸다.
“얼마나 더 걸릴까요?”
“시스템에서 통과만 시켜주면 되는데 언제 될지 모르겠네요.”
“그럼 내일 다시 오면 될까요?”
“내일까지 안 될 수도 있어요.”
“전화번호 적어드릴 테니 처리되면 문자 주세요. 그때 올게요.”
그렇게 호텔로 돌아가서 기다리기 시작. 다음 날 연락이 없길래 다다음 날 영업점에 전화해봤다. 담당자가 휴가라서 상황을 모르겠다며 곧 연락 준단다. 되는 거긴 한 거지...?
휴, 그런데 계약서 상 이름에 문제가 없어서 받아온 다른 유심도 상태가 이상하다. 아예 인터넷 연결이 안 되거나 웹서핑은 되는데 위챗 연결이 안 될 때가 있다. 항상 빠름빠름한 인터넷 속도를 즐기다가 이렇게 탁탁 막혀버리니 엄청 불편해 죽겠다. 자가격리 때 쓴 홍콩 유심은 진짜 좋았는데... 내 핸드폰이랑 종궈이동 유심 상성이 안 맞나 싶어 정 안 되면 중궈리엔통으로 가볼까 한다. 일단 영업점 연락을 기다려봐야지.
(+) 다행히 3일 뒤에 연락이 왔다. 그 당시에 7로 선택한 번호는 결국 통과가 안 된 거라 새로 번호 선택을 할 수 있대서 6으로 끝나는 번호를 골랐다. 6(liù)인 만큼 앞으로의 중국 생활이 순조롭기를(流 liú)!
(+) 새로 받은 유심은 아이폰에서 데이터가 잘 터진다. 그전에 잘 안 터지던 유심은 다행히도 세컨폰으로 사용하려는 샤오미 폰에서는 또 잘 된다. 진짜 상성이 있나 보다...? 이래나 저래나 결론은 해피엔딩이니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