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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oung Abby Lee Nov 30. 2020

중국 맥도날드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

[서비스편 #1] 알리페이 생활호 위챗 공중계정

자가격리 해제 다음날. 오전에 중국 휴대폰 번호를 개통하고 오후에 부동산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번호 만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여유롭게 밥 먹을 시간이 없어 급한 대로 길 건너편 맥도날드로 향했다.


그런데 키오스크가 고장이다.

‘서비스 일시 중단’


사람이 주문받는 카운터가 없다. 그저 QR코드만 덩그러니.

위챗페이 알리페이 QR코드가 분리되어 있다


난 지금 중국계좌가 없어서 위챗페이는 못 쓰니까 알리페이로 스캔해보았다. 그랬더니 알리페이 미니 프로그램으로 연결된다.

너의 정보를 받아가겠어


GPS를 켜고 위치 정보 제공에 동의해야지만 주문이 가능하다. 물론 GPS 정보를 잘 못 읽는지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지점 위치는 틀렸지만 앱으로 다 주문하게 하다니. 데이터를 이렇게 모으는구나. 양질의 고객 데이터가 그냥 쌓이네.


주변을 둘러보니 중국인 분들은 아무렇지 않게 QR코드를 스캔해서 자연스럽게 주문을 한다. 나만 신기한 거지...? 이렇게 다들 정보를 준다고?

너가 무슨 메뉴를 좋아하는지 난 알고 말겠어 -by 맥도날드


심지어 주문할 때 추가하면 좋을 메뉴까지 보여주어 업셀링 시도. 다만 고르는 메뉴가 달라져도 추천 메뉴가 똑같은 거 보니 세세한 추천 로직은 심지 않고 그냥 하드 코딩해서 보여주나 보다.

나한테 치킨과 밀크티를 팔고 싶구나!!


다행히도 맥도날드느님은 알리페이에서 해외발행 카드를 쓰더라도 결제를 받아주시고 내게 식량을 하사하셨다. (대부분의 상점에서 알리페이 해외발행카드 결제는 안 받아주더라. 외쿡인 힘드러여.)

그리고 내 정보를 받아가셨지


결제 하단에 맥도날드의 생활호(生活号)가 뜨는데 위챗의 공중계정 같은 느낌이다. 고객이 스스로 팔로우를 누르는 경우는 한정적일 테니 ‘맥도날드 회원 매일 쿠폰 받기’, ‘88금분제(金粉节) 쿠폰 받기’ 등의 문구로 고객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잡으려고 한다. (88금분제는 맥도날드 행사 이름이더라. 왜 저런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항상 말로만 듣던 중국 서비스가 너무너무 궁금한 사람이니까 생활호에 들어가 봤다.

일부만 보여주는 건 밀당이죠?


딱 두 꼭지만 보여주고 더 보고 싶으면 생활호를 팔로우하란다. 맥도날드느님이 가라사대, 팔로우해야지요.


생활호 첫 화면. 가장 상단에 떠있는 버거 세트 이미지는 주문 화면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 타오바오로 연결된다.

난 널 한 채널에만 두지 않겠어


바로 이렇게.

어이쿠 빨리 타오바오에서 할인 쿠폰 사서 매장 또 오세요


이야, 이 일련의 프로세스가 정말 재밌다. 마케팅 메시지도 살펴보니 단순 ‘할인!!!!’ ‘쿠우우포오오온!!!’을 외치지 않는다. ‘겨울에 마음을 움직일 디저트’, ‘오리지널 그릴 닭다리 버거 vs 매콤 그릴 닭다리 버거’라는 제목과 썸네일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댓글로 본인이 좋아하는 걸 픽해주면 추첨해서 쿠폰까지 준다고.

안녕 난 너가 클릭하고 싶게끔 만든 제목과 썸네일이야


닭다리 버거가 PK 대결을 펼치고 있는 대회장에서 사람들이 아주 제대로 뛰어놀고 있다.

자아, 승자를 뽑아보자


댓글 207개에 좋아요 58개. 유저들이 다채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고 있다.


내가 봐오던 위챗 공중계정과는 채널 느낌이 달라 보여 맥도날드 위챗 공중계정(公众号)도 들어가 봤다.

매장에 있던 위챗 QR코드를 읽어도 바로 이 화면으로 랜딩된다


슥 살펴봐도 마케팅 메시지 느낌이 다르다. 아까 PK글이 알리페이 생활호 세 번째 메시지였으니 위챗 공중계정에서도 세 번째 메시지 중 첫 번째 꼭지를 클릭했다.

글 톤 앤 매너는 크게 다르지 않다


댓글 수는 3개로 훨씬 적고, 좋아요 168개로 훨씬 많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은 10만+로 아까 알리페이 생활호 4.8만의 배가 넘는다. 노출수가 훨씬 크다. 생활호가 글 발행일자가 12일 느리긴 하지만 위챗 공중계정은 대체적으로 10만 명 이상이 마케팅 메시지를 본다면 생활호는 1만부터 32.5만 명까지 들쭉날쭉하다.


최대한 동일한 소재를 다룬 글을 볼까? 두 채널에서 가장 최근 메시지이다.

(좌) 알리페이 생활호 (우) 위챗 공중계정

조회수: 알리페이 8만 vs 위챗 10만+

좋아요 수: 알리페이 35 vs 위챗 161

댓글 수: 알리페이 19 vs 위챗 6


뭐 이렇게 단편적으로 본다고 해서 채널 자체의 성격을 전부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위챗 공중계정이 도달률이 높고, 적극적인 유저 액션은 알리페이 생활호에서 더 일어나는 느낌.


결제를 마치고 보니 알리페이 카드지갑(卡包)에 맥도날드 회원카드가 들어와 있다. 응? 내가 언제 회원카드 가입 동의를 했지?

맥도날드 회원카드를 발급 받으셨습니다 짝짝짝


회원카드를 클릭하면 누적 포인트와 회원 전용 쿠폰 다운로드 버튼이 있다. 회원 전용 혜택을 제공해서 회원카드 이탈을 막으려나보다.

그래서 포인트는 언제 쌓을 수 있는거죠?


도대체 내가 언제 회원카드 발급 동의를 했나 살펴보려고 회원카드를 해지하고 재주문해봤다. 하지만 한 번 해지해서 그런지 다시 발급이 안 되더라.


다른 브랜드 매장에서 구매할 때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다.




종합하면, 맥도날드는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통해 주문을 받음으로써 결제 업체가 제공하는 고객 기본 정보(성별, 지역 등)와 연계된 주문 데이터를 수집한다. 세밀하게 데이터 트랙킹을 하고 있다면 메뉴별 클릭 빈도, 장바구니에 특정 메뉴를 넣고 빼는 등의 행동 데이터까지 수집할 수 있을 거다. 또한 업셀링 구간에서 업셀링이 통했는지 여부를 통해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할 기반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다. 정보 제공 동의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봐야겠지만 이 모든 데이터는 좀 더 정교한 타겟 마케팅을 하는 데에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물론 세밀한 트랙팅 데이터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맥도날드에 제공해야 활용 가능하다. 어디까지 제공하고 있을까.)


더 소름 돋는 점은 주문-결제 프로세스가 모두 결제 업체의 플랫폼 내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결제 업체도 이 모든 데이터를 보유한다는 것이다.


한국 카드사 데이터의 맹점은 고객이 어느 가맹점에서 결제했는지만 알지, 어느 상품을 구매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카카오페이도 결제 연동 API 문서를 살펴보니 단건 결제에서는 상품명(item_name)이 필수 값이고, 정기 결제에서는 선택 값이다. 아무리 상품명이 필수 값이어도 대체로 가맹점이 상세한 상품명을 데이터에 흘려보내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 위챗페이만큼 양질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란 무척 힘들 거다.

카카오페이 단건 결제는 상품명이 필수값이다
정기 결제는 상품명이 필수가 아니다


최근 일주일 간 방문한 ‘모든’ 식당이 사람이 아닌 테이블에 부착된 알리페이 혹은 위챗페이 QR코드로 주문받았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있는 건지 정말 놀라울 정도.


이런 모델이 고객 정보 제공에 민감한 한국에서는 먹힐 수 있을까? 중국에서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보편화된 건가? 너무너무 궁금해진다.


말로만 듣던 중국 앱 세계. 정말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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