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구하기편 #2] 현장방문 1일 차 - 일반 오피스텔
자가격리 해제 다음날 바로 부동산을 방문하여 위챗으로 연락하던 부동산 중개인을 만났다.
도보 가능한 거리에 있는 건물부터 보고 차를 타고 다니면서 살펴보면 된단다. 전날 방을 10개 이상 볼 거라면서 동선까지 보내주어 일 처리가 괜찮은데? 싶었다. 어떤 느낌의 방일지 기대기대.
1. 건물 A - 상업 지구
가격: 높음
위치: 적당
공과금: 비쌈
상업 지구답게 입구부터 삐까번쩍하다. 그런데 새집 냄새가 코를 찌른다. 잠깐 있는데도 머리가 아플 지경. 준공연도를 물어보니 2018년이다. 그런데 새집 냄새가 왜 이렇게 안 빠진 건지. 이 건물은 무조건 배제다.
1) 첫 번째 방
상업지구 건물답게 깔끔한 느낌. 수납공간은 충분하다. 중국에서 방 면적을 말할 때 ‘m2’를 평방(平方)이라고 발음하고, 한국 말로도 그냥 50평이라고 쓰기도 하더라. 하지만 한국의 ‘평’과는 다른 거니 한국식 평수를 알고 싶다면 3.3을 나눠야 한다.
2) 두 번째 방
화장실이 통창 옆이라 환기는 좋은 위치. 세탁기가 화장실에 있더라. 첫 번째 방보다 조금 저렴해서 그런지 면적이 좁아 수납공간이 조금 부족하다.
3) 세 번째 방
이때부터 조금씩 기분이 싸하기 시작. 모두 같은 층에서 보여주는데 도대체 공실이 몇 개인가. 아무리 중국이 완공 후부터 인테리어를 한다지만 2년이 지났는데도 이 정도면 걸러야 하지 않을까?
4) 네 번째 방
제일 비싼 방인데 그닥 좋은지 모르겠다. 이 친구도 같은 층.
5) 다섯 번째 방
점점 감흥이 없어진다. 그나마 이제 다른 층이다.
6) 여섯 번째 방
어째 평일 낮이라도 다른 사람을 단 한 번 마주치지 않을 수가 있지? 입주객이 전혀 없는 건가.
다른 층에 빈 방이 있다는데 더 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새집 냄새로 가득한 공간을 빨리 나가고 싶을 뿐. (그리고 그 냄새는 저녁까지도 나를 힘들게 했다.)
2. 건물 B
가격: 낮음
위치: 적당
공과금: 적당
2층에 발 마사지 집이 있고, 외부인이 잠깐 쉴 수 있는 곳도 있다. 맞은편에 공사 중이기도 하고 그닥 안전해 보이지 않아서 이미 마음은 저 멀리.
7) 일곱 번째 방
게다가 현관문이 열쇠라니. 열쇠를 잃어버릴까 봐 웬만하면 전자열쇠를 원하는데 방도 좁고 가구도 별로다.
3. 건물 C
가격: 적당
위치: 최상
공과금: 적당
처음 위챗으로 보여준 매물 리스트에는 없던 곳인데 브런치 독자님이 리엔지아(链家)도 함께 보면 좋다고 말씀해주셔서 폭풍 검색 후 마음에 드는 매물 2개를 찾아서 보냈더니 추가된 건물.
워아이워지아 앱과 다르게 리엔지아 앱은 학교/회사/특정 목적지로부터 대중교통으로 몇 분 걸리는지를 설정해서 매물을 볼 수 있어 무척 편했다.
그렇게 리엔지아 매물 링크 2개를 보내면서 동일한 건물에 매물이 있으면 보여달랬더니 재개발 시 임시로 거주할 수 있게 해주는 방(安置房)이라 외국인은 주숙 등기가 안 된단다. 집주인(房东)이 외국인을 싫어해서 안 받아준다는 경우는 들었는데 임시주택은 처음 들어보네.
8) 여덟 번째 방
방문을 여는데, 와. 내가 앱에서 봤던 매물이랑 구조와 색감이 동일. 공간감도 좋고 남향이다.
특히 앱에서 창가 앞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보고 너무 맘에 들었는데, 이 방에도 동일한 공간이 있다.
하지만 앞 건물과 가까워서 창 밖 뷰는 그닥이라 로망 실현까지는 아니지만 공간 자체는 지금까지 본 방 중에 가장 맘에 든다.
그렇지만 이 방에 정말 매우 큰 단점이 있었으니. 공사장 바로 옆이라는 것...! 건물 들어오면서부터 ‘꽝꽝꽝’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방에서도 크게 들린다. 공사가 3년 정도 걸리고 밤에 하는 경우도 있어서 비추란다. 중개인분은 내가 이 건물 링크를 보냈을 때 ‘여긴 공사 때문에 살지 못할 텐데’ 싶었으나 직접 현장을 봐야 이해할 거 같아 데려왔다고. 공사 전에 입주한 고객도 도저히 못 살겠다며 다른 방을 보고 있다니 안타깝지만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밖에. 이래서 방은 실제로 봐야 하는구나.
9) 아홉 번째 방
이왕 온 김에 다른 층에도 매물이 있대서 보러 갔다. 같은 건물인데 방 느낌이 이렇게 다르다. 너무 지저분하고 난잡. 당연히 패쓰-
이쯤 되니 걱정되기 시작한다. 진짜 살만한 방이 있긴 한 걸까? 그나마 여름보다 겨울이 매물 찾기 좋은 거라던데 이 정도라니. 그렇게 마지막 건물에 도착했다.
4. 건물 D
가격: 저렴
위치: 적당
공과금: 적당
10) 열 번째 방
일단 북향이라 패쓰고 공간도 좁다.
11) 열한 번째 방
여자분이 살고 있는 방이라 깔끔하다. 침대 시트 색깔과 소재 때문에 그런지 아늑한 느낌까지. 다만 수납공간이 정말 부족하다. 옷장이 하나뿐이고 행거 넣을 자리도 마땅찮다. 원체 짐이 적으신 분인 듯.
그래도 남향이고, 지금까지 본 방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살만 한 방이다. 내가 원하는 크기보다 좁기는 하지만.
12) 열두 번째 방
확실히 방마다 인테리어 느낌이 다르다. 휑하고 북서향이라 괜스레 추운 느낌
13) 열세 번째 방
난 북향 싫다 했는데 오늘 본 방 중에 생각보다 북향이 많다.
14) 열네 번째 방
북향 치고는 앞에 연못도 보이고 채광은 괜찮다. 그런데 오늘 보러 다닌 집들 대부분이 인덕션이 없더라? 주방 공간도 좁아서 인덕션 놔두면 설거지 한 그릇을 말릴 공간이 없고.
방을 다 보고 돌아오는 길, 기분이 착잡하다. 이다지도 살 곳이 없다니. 하루 종일 건물 4개밖에 안 봤는데 방은 14개였어서 그런지 몸이 엄청 피곤하다. 첫 건물에서 배인 새집 냄새가 가시지 않아 머리가 지끈하다.
마음 같아서는 푹 자고 싶지만 다시 또 폭풍 검색을 해봐야 할 각이다.
(+) 흠, 그런데 이렇게 사진을 다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문제가 되면 삭제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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